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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이야기를 쓰다보니 그 친구생각이 정말 많이 나더라구요 마니마니 보고싶은 내친구 ㅜㅜ
오늘 이거 다 쓰고나면 친구한테 카톡해서 링크보내주고 읽어보라고 하려구요
읽고나면 어떤 반응일지 궁금해요 ㅎㅎ
그 생각하면서 푼수같이 왜 눈물이 나는 거죠 ㅠㅠ 그 친구는 이거 읽고 그냥 허허허 웃을수도 있는데 ㅋㅋ
이제 진짜 마지막 입니당..
마지막은 사뭇 진지하고 장난기가 하나도 없으므로 음슴체
위드 오타 ㅡㅡ
나 중딩때 통금시간은 저녁 6시였음
물론 주중에는 딴데로 새고 그런거 없음
간신히 핫도그 한개 사먹고 바로 집에 와야했음
그래도 시험 끝나고 난 주말에는 친구들이랑 놀게 해줬는데
한번은 6시 10분에 왔다고 문 안열어주고 문앞에서 계속 서있으니까 아빠란놈이 문 열어주면서 그래도 집이라고 기어들어오냐? 하며 머리통을 한대 확 쳤음
그렇게 숨이 턱턱 막히는 와중에 일년에도 한두번은 그 친구네집에서 자는게 허락이 됐음
그 시절 내 친구네 집은 그리 넓지 않았음
친구 방은 아기자기했고 침대는 아담한 트윈사이즈였음
우린 곧죽어도 그 침대에서 둘이 낑겨서 잤음
한명은 방바닥에서 자도 되는거였고 친구네 엄마는 친구한테 좁으니까 안방와서 엄마랑 자자 했는데도 우리는 꼭 붙어서 잤음
자려고 똑바로 누우면 둘다 각진 차렷자세가 나왔고 한참 자다보면 나는 거의 벽에 붙어서 침대와 벽 사이에 낑겨있었음
그래도 그때 너무 좋았던게 친구랑 불끄고 누워서 지오디 음악 들으면서 몇시간을 수다 떨다가 잠들었는데 자면서도 기분이 좋고 악몽도 안꾸고 그냥 천국같았음
창가에 가로등빛도 들어오고 씨디피 돌아가는 소리..
자다가 목마르면 냉장고에가서 꺼내먹었던 유리병 보리차,,
그런것들이 가끔 너무 그리울때가 있음..
고딩때부터는 친구네집에 점점 내집같이 느껴졌었음
주말에 거의 한끼 이상은 친구네 가족들이랑 한상에서 밥을 먹었고 무한도전은 우리집보다 걔네집에서 봤던날이 더 많음
친구네 엄마는 나를 몇년을 보셨는데도 내이름이 김쓰니 이면 맨날 박쓰니라고 부르셨음ㅋㅋ
그러면 친구가 아니 김쓰니라고 김김김 ㅡㅡ 재차 강조를 함 ㅋㅋㅋ
내 성은 자꾸 헷갈리셨어도 내가 좋아하는 반찬은 잘 기억해두셨다가 또 해주셨음
나는 초딩때 이후로 집에서는 아프다는 말을 잘 못했었음
내가 어디 아프다하면 새엄마가 지아빠앞에서 쑈한다고 하도 지랄을 해서 아파도 대부분 그냥 혼자 약먹고 누워있었음
그러다 고2때 장염이 된통 걸렸던 적이 있는데 너무 아프고 집에 먹을수 있는건 마땅치 않고 날 위해 죽을 쒀주긴 커녕 양반죽 하나 사다줄 사람도 없었음
그래서 나는 아픈 배를 움켜쥐고 식은땀 뻘뻘 흘리며 무작정 친구네집으로 갔음
헐굴 허얘져서 다 죽어가게 생긴 내모습을 보고 친구 엄마는 너무 놀라서 날 눕힌다음 그 허리만 지지는 작은 전기장판을 밑에 깔아주시고 배 위엔 핫팩을 올려주셨음
그리고 물을 끓여서 30분에 한번씩 먹여주셨음
그때 나는 기분이 묘-했음
집에서는 내게 이렇게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내 친구는 아플때마다 엄마가 이렇게 해주시나보다..
원래 엄마들은 자식이 아프다면 다 이렇게 해주는 건가…?
아픈 와중에 친구 엄마가 너무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 한쪽이 막 쓰라리고 울컥울컥 올라오는 눈물을 참느라 고생했음
해가 가면 갈수록 친구네 엄마는 날 점점 딸처럼..
언제부턴가는 나가서 그냥 우리집 둘째딸이라고 소개까지 하심
중딩 졸업식에 나는 가족 아무도 안왔었음
새엄마는 일이 바쁘다고.. 아빠는 중학교 졸업식 가서 뭐하냐- 대학교때나 갈랜다 하고 안왔음
졸업식에 멀뚱멀뚱 혼자있는 나를 보고 친구네 부모님은 얼른 다시 나가서 꽃다발 하나를 더 사오셨음
빨간 장미꽃에 안개꽃이 한아름 너무 크고 예쁜 꽃다발을 내게 주시며 내 친구랑 같이 얼른 서보라고 사진찍자고..
나중에 그 사진한장이 유일하게 남은 졸업식날의 내 모습이었음
친구네는 친구가 대학 다닐때 집 형편이 굉장히 좋아졌음
아빠 하시는 사업이 아주 잘 되어서 집도 넓은데로 이사가고 덕분에 나는 그집을 더 자주 갔음 ㅋㅋ
대학 졸업하고 우리는 바로바로 취직을 했는데 우리 둘다 주5일 근무, 근데 친구는 가끔 토요일에도 회사를 나갔음
그때 친구 동생은 해외로 어학연수를 나가있어서 동생방이 비어있으니 다음날 친구가 출근한다하면 친구네 엄마가 나보고 동생방에서 자라고 하셨음
편하게 푹 늦게까지 잠 실컷 자라고 ㅎㅎ
친구 아빠는 새벽같이 나가시고 친구도 출근하고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해가 중천에 뜰때까지 쿨쿨 잤음
그리고 일어나서 거실 나가보면 집에 아무도 없었음
친구 엄마는 일찌감치 식구들 아침 챙겨주시고 부지런히 운동가시고..
근데 식탁을 보면 내 밥이 차려져 있음…
그리고 친구 엄마한테 전화가 와서 밥 차려놨으니 먹고 씻고 있으라고 엄마랑 나가자- 하심
세수도 안하고 밥을 우적우적 먹고 설거지좀 해볼까 하니 엄마가 오셔서 본인이 하실테니 나보고는 얼른 씻고 화장하라하심
나는 밍기적 밍기적 씻고 화장하고 준비 끝- 하면 엄마랑 둘이 택시타고 백화점을 갔음
이제 취직도 하고 사회생활 하다보면 중요한 자리에 갈 일도 많이 생길거라시며 비싼 원피스 한벌을 사주셨음
와- 나는 살면서 3만원짜리 원피스는 입어봤어도 30만원짜리 원피스는 그때 첨 입어봤음
친구 엄마는 더 신이 나셔서 이거 입어봐라 저것도 입어봐라 하심
나는 철딱서니 없이 그 비싼 원피스 입고 좋다고 거울앞에서 전신샷 찍고 난리가 났었음
참고로 겨울에는 백화점가서 50만원짜리 코트 사주심........ -ㅇ-
그리고 백화점 안에 식당에서 회냉면을 먹었음
친구 엄마는 나랑 이렇게 나오니 너무 좋으시다고..
앞으로 기회되면 둘이 종종 나와서 쇼핑도 하고 그러자고 하셨음…
솔직히 그 회냉면 맛은 그냥 그랬음
근데 이분과 함께 단둘이 이렇게 있는 시간이 너무 좋고 행복했음
고딩때까지는 친구 엄마를 어머니라 불렀었음
그러다 대딩때부터 엄마라고 부르게 되었음
왜냐면 친구 엄마가 나한테 본인을 칭하실때, 엄마가 이거 해줄게- 엄마가 한거니까- 이러시며 자기를 내 엄마라 해주셨음
그래서 나도 엄마, 그리고 친구 아빠한테는 당연히 아빠 이렇게 부를 수 있었음
큰엄마 큰아빠한테는 한번도 엄마 아빠 해본적 없음
어쩐지 오빠들 눈치가 보여서.. 그렇게 부르면 안될것 같아서
큰엄마가 오빠들 없을때 밖에서는 그냥 엄마라고 불러라-해도 나는 엄마대신 윤여사 이렇게 불르곤 했음
친구 엄마는 내가 대학생때 친엄마를 십여년만에 만나러 가는 자리에 정관장 젤 비싼 홍삼셋트를 내 손에 들려 보내셨음
근데 이 친모께서는 내 친구 엄마한테 전화해서 뭘 이런걸 보내셨어요- 부담스럽게… 라고 말함
내가 단 한번도 친엄마 스토리를 쓰지 않는 이유? 그냥 싫어서 임
뭐 말할 가치도 못느끼겠음
우리 엄마는 친구 엄마가 내게 해주는게 진짜 엄마같아서 질투가 났었음
월권행사라나 뭐라나 ㅡㅡ
마음이 좀 상하셨을텐데.. 그런 기색 없이 우리 엄마에게도 내 칭찬 한바가지.. 마냥 친절하게만 말씀하셨음
친구네 집 거실 고급진 장식장에는 작은 가족 사진 액자들이 놓여져있었는데 거기 한가운데 떡하나 나랑 내친구 사진이 있음
내 친구 말하길, 집에 손님만 오시면 그 사진 가리키며 지금 미국 가 있는 우리 둘째딸이라고 ㅋㅋㅋ 랑단지 깨진다 하심 ㅋㅋㅋ
그리고 장식장 윗칸에는 양주들이 있는데 나머지는 다 마시고 걍 물 채워놓은거고 내가 아빠 사드린 양주는 아빠가 아무도 못건들게 하신다 함 ㅋㅋㅋㅋㅋ
에휴.. 내가 뭐라고 날 그렇게 귀하게 여겨 주시는건지….
대학생때 방학 내내 알바만 죽어라 하던 나는 한달에 이틀 겨우 쉬었음
그럼 친구는 나를 불러서 엄마 아빠 친구 나 이렇게 넷이 교외에 비싼 소고기집을 향했음
에쿠스 뒷자리에 타서 그 스무뜨한 승차감 느끼며 교외로 나가는데 무슨 갑부집 딸래미가 된 기분이었음 ㅋㅋ
식당에 도착해서 메뉴판을 보니 가격이 어마어마했음
친구 동생은 이 비싼 소고기를 재쳐두고 친구랑 놀러나갔다고… 난 1도 이해 못하겠음 ㅋㅋ
고기가 끊임없이 나오는데 부위마다 어쩜 그렇게 다 살살 녹는지…
내 여태 살면서 먹었던 소고기들중 그날 그곳이 제일 맛있었음
친구 아빠는 사업상 비싸고 좋은 음식 접대를 많이 하시고 많이 받고 하셔서 좋은 음식점, 숨은 맛집을 많이 아셨는데 그런데를 나를 껴서 잘 데리고 가셨음
그리고 고기 좋아하는 내가 우적우적 배터지게 먹는 모습을 그저 흐뭇하게 바라보심 ㅋㅋ
미국에 있으니 한국음식이 너무 그리움.. 큰엄마 집밥이 젤 그리움
큰엄마 반찬 이것 저것 많이 생각나지만, 그래도 동치미랑 견과류 잔뜩 들어간 멸치볶음은 친구네 엄마께 생각이남
친구 엄마도 음식 못지 않게 잘하셨고 살 얼음 껴있는 동치미는 내가 젤로 조아하는거라 항상 내앞에 두셨음
사업하시는 아빠 내조하시며 살림 끝내주게 잘하셨고 친구랑 동생 둘 잘 가르치시며 키웠고 딸래미 친구까지 둘째 딸로 안아준 그분은 큰엄마 다음으로 내게 두번째 엄마임
대딩때 아빠가 등록금 딱 끊어버리고 새엄마 나한테 전화해서 지랄하고..
속상해서 친구한테 전화해서 얘기했는데 친구 엄마가 옆에서 다 들으시고는 전화 끊으니 친구보고 지금 당장 그여자 미용실로 앞장서라고 하심
중고딩시절 내내 나 구박하고 못살게 굴더니 대학가서 등록금까지 안내주면 그게 부모, 아니 사람새끼들이냐고 노발대발 하셨다함..
친구는 엄마 진정시키느라 한시간이 걸렸댔음 ㅜㅜ
참 많이 속상해 하셨다고…
그때 친구 부모님이 날 도와주시려 한건 알지만 나는 낼름 학자금 대출을 받아버렸음
매일매일 신세지고있는 마당에 그런짓까지 할수는 없었음
근데 나도 어쩔수 없었나봄…
미국에와서 한학기 학비가 빵꾸났을때..
큰엄마 큰아빠는 오빠들 장가보낼 자금 만드시느라 고생하시는거 뻔히 아니까- 그래도 좀 더 여유있는 친구 부모님께 부탁을 했었음
그때 친구 엄마랑 통화를 하는데..
그만큼 했으면 됐다- 이번학기 학비 보내줄테니 학기 끝나면 얼른 한국 들어오느라..
와서 지낼곳 없음 우리집에서 지내자- 하셨음
나는 막 울면서 저 그렇게 마음 약해지게 말씀하시지말라고..
지금 얼마나 독한맘 품고 버티고있는데..
그렇게 비빌 언덕을 주시면 저 진짜 맘약해져서 이대로 아무것도 없이 다시 한국 돌아간다고..
그건 죽어도 싫다고 반 발악을 해댔음
그때 보내주신 학비, 생활비로 나는 그 고비를 무사히 넘겼고 지금까지도 이렇게 미국에 잘 남아있음
꼭 다시 갚겠다고 마음먹었고, 지난번 한국 나갔을때 그 돈 전액도 아니고 일부를 모아 엄마한테 드렸더니 바로 나 다시 돌려주심
앞으로도 그돈은 절대 받으실 생각이 없다 하셨음..
나는 민폐 대마왕 ㅜㅜ
내 친구는 대기업 계열 회사 취직해서 최연소 땡땡 직급 달고 그랬음
나 미국에있을때 생일마다 돈 보내고 필요한 물건들 사서 보내고 그러길래 고맙고 미안하면서도 역시 내친구 대기업 다녀서 돈 잘버니까 이렇게 팍팍 쏘는구나 하며 자랑도 하고 그랬음
나 한국 나갔을때는 만나자마자 바로 백화점 데려가서 옷사줌
원래 그런말이 있잔슴..?
미국에 살던 사람이 한국나가면 미국에서 웬 거지가 왔나... 한다고 ㅡㅡ;;
여튼 내 친구는 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촌끼를 쫘악 다 뺴줌 ㅋㅋ
내친구 플렉스 ㅋㅋㅋㅋㅋㅋ
근데 나중에 알고보니 친구 엄마가 월급 들어오는 족족 적금으로 다 붓게 묶어놓고 그래서 자기 수중에는 항상 돈이 넉넉하진 않았다 함
근데 그 돈 아껴서 나한테 보내고… 선물 사서 보내고…. 때되면 백화점 데려가 옷 사서 입히고..ㅜㅜ
이런 내가 왜이리 싫은거니…
친구는 취직하자마자 소형차를 끌고다녔었고 몇년안에 고급 중형 세단으로 바꿨음
물론 이건 다 아빠가 사주신거임
친구가 번 돈은 다 모으게 하고 돈 크게 나가는 것들은 다 부모님이 해주심
차는 좋은것 타고 다니는데 명품백하나 없는 약간 언밸런스한 잘사는집 딸래미였음
친구 소형차 타고 우리는 드라이브 참 잘 댕겼었고, 차 바꾼다음엔 금요일 저녁 서로의 퇴근시간이 맞을때면 그 중형 세단 끌고 우리 회사앞으로 날 데리러 왔었음
회사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내 친구, 반갑게 야타 해주면 나는 으쓱으쓱해서 그 차를 탔고 내 회사 동료들은 우와- 하며 무슨 외제차 끌고온 남자친구 보는양 부러워했음
외제차 끌고 오는 남자친구 만나본적도 없지만 사실 그런거 하나도 안부러웠음
내 친구덕에 나는 팔자에도 없는 플렉스를 계속 촤-아 ㅋㅋㅋ
그렇게 누리고사는 내 친구가 부러웠지만 시기 질투를 해본적은 단 한번도 없음
부모 잘만나 심한 고생 않고 누리고 산다고 말할수 있겠지만 나는 내 친구가 충분히 그런거 받아도 된다고 생각했음
그 친구 어릴땐 그리 넉넉하지 못했던 적도 있었고, 하지만 그런거 불평 불만 없이 항상 알뜰살뜰하게 자기일 열심히 하며 부지런히 베풀면서도 살았으니까-
그런 친구를 옆에서 보자면 그냥 보기좋고 내 기분도 좋고 그뿐이었음
아주 따악 한번, 중딩때 내가 좋아하는 남자애가 내 친구 좋아한다는걸 알고 나서 한 10분 친구가 살짝 미웠던 적 빼고는 절대 네버 나쁜감정 같은건 1도 없었음
중3 겨울방학에 나 새엄마 미용실에 주6일 풀타임으로 일할때 그친구는 단과학원다니고 과외도 받고 그랬었음
처음엔 그런게 조금 부럽기도 했다가.. 걔는 그냥 걔 삶이 있는거고 나는 이런 내 삶을 사는거겠지- 하며 넘겨버렸음
좋은 부모님 밑에서 태어난거.. 그 좋은 부모님마저 나한테도 워낙 잘해주시니 그런 부모님을 가진 친구를 만난것에 대해 감사하며 살았음
내 친구는 일 중독일까 싶을만큼 일밖에 모르고 살았음
제주도 딱 한번 간것 빼고는 가까운 동남아조차 해외여행은 한번도 안가보고 일만 했음
내가 미국에 있는동안 그렇게 한번을 놀러오라고해도 일땜에 안된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어 재꼈음
그렇게 일만 하다가 5년 만난 남자친구랑 결혼한다고 연락이 왔음
왜 하필… 나는 이때 미국에 있고, 또 왜 하필 한국을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인건지…
친구는 내게 굉장히 미안해 하며 소식을 전했음
내가 없을때 자기가 결혼해서 진짜.. 너무 미안하다고 ㅜㅜ
어휴- 그걸 니가 나한테 왜 미안해해….
못가는 내가 한심하고 초라하고… 그저 미안할 뿐인지;;
생각해보면 나는 중요한 결혼식에는 다 못가고 쓸데없는 결혼식만 다녔음
친오빠같은 사촌오빠들 결혼식에도 다 못가고…
내 찐찐베프 결혼식도 못가고- 평소 왕래도 없던 친척들 결혼식에는 다 참석하고 별로 안친한 학교 동창들 결혼식이나 쫓아댕겼고;;
허탈하고 허무하고;;
그 소식을 전할때가 결혼식 삼개월 전이었는데 처음 한달은 맨날 우울하고 답답하고 친구한테 미안한 마음으로만 하루하루를 보냈음
그리고 결혼식 두달 남겨두고 나는 결심했음
내 친구가 평생 잊지못할 죽이는 이벤트를 해주자고 ㅋㅋ
일끝나고 집에가면 나는 준비물을 만들었음
주말이면 내가 만든 그 준비물들 가지고 친구들 끌고 여기저기 유명한 장소를 다 돌아다녔음
어떤날은 타주까지 장거리로 쐈음
준비물 만들때 친구한테 남자친구랑 둘이 찍은 사진좀 보내달라했더니 이기지배 뭔가 눈치채고 뭐 이상한거 하려고하는거 아니냐며 사진 절대 안줌
그래서 친구 남친한테 연락해서 사진 싹 다 받음 ㅋㅋ
그 사진들 가지고 유명한 장소에서 내 손으로 사진 들고 사진찍었음. 내 손만 나오게 하는거..
그리고 내가 전하고픈 메세지를 8절지 도화지에 크게 예쁘게 꾸며서 한글자 한글자 따로 쓴 다음 인종별로 다양한 사람들 붙잡고 친구 웨딩 선물 준비하는거다, 이거 들고 사진좀 찍어달라해서 대략 30명가량..? 한명한명을 사진 찍었음
제일 마지막 글자는 내가 들고 찍고 ㅎㅎ
나랑 유일하게 친한 친척언니 남편이 방송국 피디이심
그 언니 결혼식 했던거 나중에 보는데 식전영상이 막 장난이 아닌거임
그때 그게 너무 인상깊었어서 형부한테 간곡히 부탁했음
일이 너무 바빠서 집을 일주일에 한번 겨우 들어오시는분한테 간곡히 부탁한다 해놓고 아주 개진상을 부렸음
이 사진들 띄울땐 이 음악이 흘러야 하고 몇분 몇초에는 화면이 이렇게 바뀌어야 하고 이타이밍엔 음악이 밝은걸로 바뀌어야 하고 어쩌구 저쩌구….
형부.. 정말 죄송했어요… 고급 인력을 제가 막 그렇게 부려서 ㅜㅜ
형부가 3일만에 뚝딱 하고 만들어서 보내준 동영상- 센스있게 세가지 버전으로 만들어서 보내주심
내가 요구한 디테일한것을 외에도 내 영상편지 뒷 배경 처리부터 옆에 사진들 넘어가는것까지 진짜 기깔나게 잘 만들어 주셨음
그리고 식 삼일 전 친구 남친한테 동영상을 넘겼음.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친구는 내가 결혼 선물이랑 카드는 따로 보냈기 때문에 이런 사이드 이벤트를 준비했을거라곤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음
그리고 결혼식 전날 밤 전화가 와서 나는 선물밖에 못보내줘 미안하다 눈물을 글썽이며 연기를 했음 ㅎㅎㅎ
결혼식 당일, 식이 다 끝나고 친구 부부는 신행가려고 공항에 도착해 내게 영상통화를 걸었음
내친구 대뜸, 니가 감히 날 울리냐고 ㅋㅋㅋ
엄마 아빠한테 인사할때도 자기 메이크업 망가질까봐 안울었던 사람이라고, 근데 내 동영상보고 펑펑 울었다 함
남편 친구가 결혼식 사회를 봤는데 갑자기 식순에 있지도 않은 특별한 순서 어쩌구 하면서 저쪽에서 스크린이 막 내려가고 그러길래, 아… 내 결혼식 망했구나 생각했다함
그리고 신부님 친구가 준비한 머라머라 하는데 신부가 아니라 신랑 친구인데 잘못말하는줄 알고 왜케 실수 연발인가 짜증이 팍 났다함
그리고 갑자기 동영상이 나오는데 그게 나였고, 친구는 주체를 못하고 막 울었음
나중에 결혼식 동영상 보여주니 진짜 눈물이 막 주르륵 주르륵 흐르는데 너무 울게 만들어서 내가 미안할 정도였음 ㅜㅜ
그리고 그 결혼식 동영상에 한번씩 비춰지는 친구 엄마 모습.. 내 동영상보시며 같이 펑펑 우셨음…
친구 지인들은 진짜 멋진 친구 뒀다며, 진짜 감동적인 결혼식이었다 엄지 척척 했다함 헤헷
나는 내 결혼식 동영상은 안봐도 내 친구꺼는 한번씩 열어봄
그리고 청승맞게 혼자 질질 짬 ㅠㅠ
일등 신붓감 내친구, 우리 큰엄마가 엄청 눈독 들였었는데 ㅋㅋㅋㅋ
내가 가끔 주말에 큰집 놀러갈때면 친구도 종종 같이 갔었음
내 친구 어른들한테 무진장 싹싹하고 얼굴 예쁜데 말도 예쁘게하고 어른들 녹아내리게 하는데 1등이었음
큰엄마는 친구 밥먹을때 밥숟가락 위에 반찬까지 올려주며 자기 며느리 하자며 농담반 진심반 그랬었음 ㅋㅋ
밥숟갈 위에 반찬 얹어주는거 나 초딩때 이후로는 해준적도 없으면서 스무살 넘은 내친구한테는 잘만 해주심 ㅡㅡ
오빠들은 여자친구는 만나고있긴 한데 결혼하겠단 얘기도 없고 집으로 데려와 소개도 안시켜주고 하니까 큰엄마 맨날 나한테 닥달했었음
동네사람들 자식들은 다 장가간다는데 니 오빠들은 왜 저러고들 있는거냐, 너는 그 친구랑 맨날 붙어다니면서 여태 올케 안만들고 뭐했냐 블라블라 잔소리소리 -_-
그래서 오빠들한테 내가 또 막 뭐라하면 오빠들은 그런건 니가 중간에서 알아서 잘 커트해야하는거다 큰엄마한테 가서 잘 얘기하고 오빠들 닥달 안하게 힘좀 써봐라 했음
나는 우리 오빠들도 좋지만 내 친구 너무 소중해서 절대 올케로 만들 수 없었음
오빠들 너무너무 좋은 새언니들 만나 장가 잘 갔고 내친구 근사한 남편이랑 결혼해 잘사는거 나는 지금 상당히 흡족함 ㅋㅋ
내 친구가 올케가 되었으면 우리 사이가 어찌 되었을지 모를일임 ㅡㅡ
올케 시누이 인연은 아니지만 그 보다 더 가족같은 인연이 우리인것 같음
중딩때 짝궁으로 만나 그 시궁창속에 매일 허우적 대는 내게 손내밀어 구해주었고,,
내 목숨도 구해준 정말 생명의 은인임
스무살, 수면제 50알 털어넣고 그렇게 잠들었다가 세시간만에 눈이 떠지긴 했는데 제정신이 아니었을때..
환청이 들리고 내가 누워서 바라보는 정면에 장농이 있었는데 그 위에 누군가가 계속 나를 쳐다보고 있는데 나를 데리러 온것처럼 보였음
너무 무서워서 벽쪽으로 몸을 간신히 돌리면 벽에 블랙홀처럼 검회색 구멍이 막 생겨나 내가 손가락 하나만 집어 넣어도 막 빨려들어가서 죽을것만 같았음
불도 켜놓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벽 스위치 앞에 서서 불을 끄려는게 보였고 나는 정말 이렇게 해서 죽게 되는구나 다시는 돌이킬 수 없겠구나 무서워서 벌벌 떨었음
그래도 다시한번 정신줄을 붙잡고 친구에게 전화했음
내 몸이 내 손이 말을 듣질 않아서 핸드폰을 열어 그 통화버튼을 누르는데 10분이 걸렸음
친구가 전화받고 바로 달려왔는데 나는 내방에 들어오는 그 아이 얼굴을 보고 너무 놀라 막 소리를 질렀음
내 친구 얼굴 전체가 막 피투성이가 되어있는거임
내가 친구한테 너 얼굴이 왜그러냐며.. 손을 간신히 들어서 그 아이 얼굴을 만지는데 어느 순간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는거임
알고보니 이게 환각증세 같은거였음
자기는 괜찮다고 내 얼굴을 막 만지고 몸을 막 주무르는데 나 그래도 안죽고 살아난건가..
나 데리러온 그 귀신 이제 없구나… 블랙홀도 없어졌구나 안심이 되며 눈물이 주르륵 흘렀음
친구는 내 책상에 있는 약 봉지들과 유서 한장을 보고나서 뒤돌아 몸을 부들부들 떨었음
눈에 눈물이 맺혀있는데 꾹 참고 있는게.. 입 꾹다물고 참고있는게… 제정신 아닌 내눈에도 보였음
친구는 별말을 하지 않았음
물을 먹여주고 계속 내 몸을 주물러주고 정신차려라 얼굴을 쓰다듬어 줬음
곧 우리 부모님이 오실시간이라 친구는 가야했는데 현관밖으로 나가서 막 엉엉 우는 소리가 들렸음
그 일로 나는 내 친구에게 너무 큰 상처를 준것같아 아직도 많이 미안함…
자살하는 사람들.. 왜 주변사람에게 도와달라고 하지 않고 그렇게 죽어버리나 이해가 안됐었는데 막상 내가 그 상황이 되어보니 아무에게도 말할수 없는.. 정말 친한 친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그런때가 오기도 하는 거였음
설리, 구하라.. 그 어린 친구들이 그렇게 떠나버린 이유 나는 어느정도 이해가 감…
얼마전 나는 큰엄마가 너무 보고싶고 내 친구도 너무 보고싶어서 우리 셋이 같이 찍은 사진을 카톡 프사로 해놨었음
우리 시부모님이 보시고는 혹시 큰엄마 옆에 있는 애가 내 친동생이냐 물으셨음ㅋㅋ
나랑 내친구는 분명 이목구비가 완전 다른데도 둘이 다니면 자매냐 쌍둥이냐 소리를 많이 들었었음
둘이 키는 똑같은데 나는 빼빼 말랐고 친구는 예쁘게 통통한편임
중딩때 같은 단발머리여도 나는 돼지털 그친구는 찰랑찰랑 생머리였음
처음 같이 스티커사진을 찍으러 같이 갔던 날 둘다 우연치 않게 청자켓을 입고 왔는데 나는 찐청 그아이는 연청 ㅋㅋ
사진찍는다고 열심히 파우더를 찍어바르는데 나는 지에닉 얘는 클린앤 클리어 ㅋㅋㅋ
우리 첫 핸드폰은 둘다 회색이었지만 나는 엘쥐 얘는 노키아
둘다 지오디를 좋아했지만 나는 손호영 얘는 윤계상 ㅎㅎㅎ
엄청 비슷하지만 또 많이 달랐고 그렇게 많이 달랐지만 둘이 오랜시간 붙어다니면서 닮아가는것도 있었음
나는 결혼전에는 항상 이친구를 위해 목숨도 내놓을수도 있다 당당히 말했음
결혼 후에는 나도 이제 가정이 생겼으니 그렇게까진 못하더라도 내가 줄수 있는한 최대한 다 퍼주고싶은 친구임
로또가 당첨되면 이친구에게 반을 뚝 잘라 줄거임
미국에서 메가밀리언, 파워볼 당첨되어도 무조건 반 갈라서 줄거임
전혀…1도 아깝지 않음
내 친구 아이가 지금은 어리지만 나중에 크면 내가 미국 썸머캠프서부터 어학연수 원한다면 장기 유학까지 다 책임질거임
지금도 어버이날이면 우리 큰엄마 큰아빠 선물사서 보낼때 꼭 친구 부모님것도 같이 사서 보냄
나중에 큰집식구들 다음엔 내 친구 가족들 초청해서 풀코스로 여행, 골프, 쇼핑, 스파 다 해드릴거임
우리 신랑 허리 휘겠네 ㅋㅋㅋ
사랑하는 내친구.. 너는 이런 내맘 알려나? ㅎㅎ
처음에 나 미국올때 1년만 하고 돌아오라며, 1년이니까 자긴 울지 않겠다며 웃으며 씩씩하게 나 보내줬었는데…
벌써 10년이 다 되었네ㅡ
저번에 한국 나갔을때도 나는 어쩐지 너를 더 오래 못볼것 같아서 돌아오기 전날 그렇게 끌어안고 엉엉 울었었지…
그래도 너는 언니처럼 곧 다시 볼거라며 담담하게 나를 달래 줬었어
중딩때부터 너무 많이 붙어있어서 또 이렇게 우리가 너무 오래 떨어져있는건가.. 보고싶고 그립고…
SES 친구라는 노래를 들으면 니가 생각나서 맨날 펑펑 울었었어 ㅜㅜ
지금 이거 보고 있지…?
평생 갚아도 다 못갚을만큼 내게 많은걸 해준 내 친구얌,
우리 몸은 멀리 떨어져있어도 나는 절대 너 잊어본적 없어
좋은곳에 가면 나중에 너 내차태워서 데려가는 상상하고 맛난거 먹으면 너 데려가려고 맛집 리스트에 올려놓는단다 ㅎㅎ
지금은 일도하고 육아도하고 코로나에 너무 정신 없겠지만 애기 좀더 크고 코로나도 사라지고 하면 우리 그때 좋은시간 보내자
말로 다 표현 못하지만 그래도 이렇게나마 글로 너에대한 감사한 마음 표현하고팠어
진짜진짜 고마웠고, 앞으로 죽을때까지도 고맙고,, 정말 사랑해
힝.. 눈물나 ㅜㅜ
글은 길-게 마무으리는 짧게 ㅋㅋ
이만 뿅 ,,
⬇️⬇️⬇️다음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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