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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결시친 레전드] (후기)결혼 좌절되고 8년째 남자를 안만나는.........

by 이야기NOW 2020.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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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대학 졸업을 하자마자 운좋게 4년제 중상위권 사립대학의 교직원이 됐어요.

그 전부터 대학교 선배와 잘 사귀고 있었는데 언니가 28살이 되었을때 결혼을 약속했죠.
언니는 직업도 괜찮고 얼굴도 준수하고 성격도 모난데가 없어서 남자쪽 집안에서는 반대가 없었지만 저희 부모님은 극심한 반대를 했어요. 이유는 남자쪽 직업이었죠. 교도관이었는데 엄연히 공무원이었고 알려진 것만큼 위험한 직업은 아니지만 어쨌든 간수 이미지때문에 저희 부모님은 거의 결사 반대를 하셨고 결국 결혼은 엎어지고 언니 커플은 결별하게 됐습니다.


그 이후로 올해까지 9년의 시간이 흐른 동안, 언니는 남자를 일절 사귀지 않았습니다. 그 남자를 못 잊은 것도 아니고 일부러 부모님께 시위하는 건 아닌 것 같고, 그냥 마음에 드는 남자가 없대요. (생각해보니 결혼 엎어지고 2, 3년쯤 됐을 때 그 남자가 딴 여자와 결혼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언니가 정말 서럽게 울었던 기억은 있네요.)

저희 부모님은 보수적인 분이라 애가 타나봅니다.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게 당연한거라고 생각을 하시는데, 어디 내놔도 빠지는 조건도 아닌 언니가 결혼 생각 자체가 전혀 없고 그동안 괜찮은 혼처가 들어와도 완전 철벽으로 일관했으니까요.

부모님은 이제와서 언니가 남자 안 만나는게 자기들 탓인거 같다고 최근 계속 시름 시름 하시는데.... 교도관이라는 직업을 천하게 보고 반대했던 저희 부모님이 많이 잘못한 걸까요?
언니는 이젠 그냥 혼자 사는게 편한 걸까요?
언니랑 그렇게 친하진 않아서 직접적으로 이것저것 물어보질 못하겠어요.

 


당시 저 글을 썼던 사람이에요.
저 글을 제가 썼다는 인증 수단이 없어서.. 못 믿으실 분들은 그냥 소설이겠거니하고 넘어가주세요.

저때는 부모님 욕이 생각보다 훨씬 너무 많이 올라와서 겁나서 글을 지웠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잘못한 건 당연히 알았지만 저는 저 당시에는 진심으로 언니 심정도 이해가 안됐었거든요. ' 인물좋고 성격괜찮아 보이고, 우리 부모님 보기에도 (교도관이 나쁘다는게 아니라)직업 번듯한 남자들도 언니한테 대시를 많이 했는데 굳이 왜 저렇게 과거 남자를 잊지 못해서 저럴까' 싶었어요. 제가 제 성씨를 그대로 노출시킨 바람에 누군가 절 알아보는 게 불편했었구요.

저의 저 글이 각종 홈페이지에 박제되어 화제가 되었음을 지금은 잘 알고 있어요. 상대 집안이나 직업때문에 반대하는 케이스는 우리나라에서 흔한 케이스라.. 제 글이 저토록 화제가 될 줄 당시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인터넷과는 담쌓은 편이어서 네이트판의 파급력도 몰랐구요.

작년부터 제가 올해초 결혼을 하기 전까지 언니랑 같이 살았었는데 그러면서 언니랑 많이 친해졌고 이런저런 대화들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이유도 있고 저희 언니의 당시 불행을 많은 분들이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후기라고 하기엔 애매한 여러 설명들을 첨부합니다.


1. 결혼 좌절된 후 언니가 남자를 아예 안 만났던 건 아니라고 해요. 부모님에겐 반감이 남아있어 부모님 인맥 통해서 받진 않았지만, 언니 주변 괜찮은 인맥 통해 소개팅도 받고 나름 썸을 탔던 남자들도 있었대요. 그런데 전에 헤어진 그분만한 남자는 없었다고 합니다. 저희 언니가 안좋게 말하면 차갑고 좋게 말하면 이성적이라고 해야하나요. 사람을 볼때 말이나 행동을 굉장히 섬세하게 보고 이성이든 동성이든 사람을 무척 가려가면서 보고 사귑니다. 그리고 실제로 사람 보는 부분에 대해서 저희 언니 판단이 정말 잘 맞아떨어졌구요.(자세한 사례들이 있는데 그건 본질이 아니니 생략할게요) 그런 언니가 보기에 잠깐씩 만났던 사람들중에 "괜찮은" 사람이 있긴 했지만 헤어진 그분처럼 "좋은" 사람은 없었다고 해요. 언니가 헤어진 그분을 비유할때 이상순(이효리 남편)이랑 에릭남을 똑닮은 남자라고 했어요. 6년 동안 한번도 사소하게나마 자기 속상하게 한적이 없었음은 물론, 항상 자신의 영혼을 빛나게 해주었던 사람이라고 표현을 했네요. 언니는 비혼은 아니지만 결혼을 꼭 해야된다는 주의도 아니기에.. 굳이 자기한테 만족스러운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결혼까지 하고싶진 않다고 해서 이 글 쓰는 지금까지도 언니는 독신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제는 남자를 만나려는 시도 자체도 안하고 있네요. 그래도 돈도 잘벌고 나름 자기 인생을 잘 즐기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2. 저희 부모님은 언니의 지금까지 계속된 싱글 생활에 대해 아직까지도 후회 하시고 반성은 하시지만 한편으론 또 체념하셨습니다. 언니가 직접, 자기가 결혼 안하는 이유가 부모님께 시위하는 것이 아니고 위와 같은 이유때문이라고 진지하게 말씀드렸죠. 부모님도 언니의 똑부러지는 성격을 알기에 그에 대해 더이상 반론을 제기하진 못했습니다. 제가 또래들한테 유전자 몰빵이라고 놀림당했을 정도로 저희 언니는 대학교때 대외 홍보모델도 여러번 했을 만큼 존예인데다 학벌도 좋습니다. 때문에 언니에겐 정말 내로라하는 곳들에서 결혼 얘기가 들어오니 저희 부모님이 과욕을 부렸던 이유도 있었네요.


3. 그분이 결혼했다는 소식 들렸을때 서럽게 울었던 이후로는 그분 그리워해서 막 우울해하거나 그런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유부남한테 미련있는 감정 가지는 것도 못할짓인거 같다면서 본인 스스로 마음도 잡았구요. 그래도 헤어진 그분에 대한 얘기는 금기라서 저도 그렇고 가족들 모두 일절 얘기는 안합니다. 애초에 할 이유도 없구요.
다만 얼마전 신랑 숙직날 모처럼 언니집에 놀러가서 하루밤을 보낸 적이 있었어요. 밤에 채널을 돌리다 유재석이 진행하는 케이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거기에 교도관이 나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평소에 언니가 보던 프로그램이 전혀 아닌데 채널 돌리던 저보고 멈춰보라면서 끝까지 집중해서 보더라구요. 헤어진 그분 때문인지 그냥 교도관에 대한 호기심때문에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역시 아직 잊지는 못했나 싶었고, 아마 정말 좋은 사람 만나기 전까지 완전히 잊지는 못할 것 같아서 저도 그부분에 대해선 마음이 아픕니다.


4. 당시에 그냥 극렬히 반대해서 헤어진 게 아니에요. 저희 부모님이 정말 그분에게... 무식한 짓을 했습니다. 그냥 반대의사를 넘어 그분한테 완전히 모욕을 줬어요. 자세하게 묘사하진 않겠습니다만 여튼 언니가 너무 미안해서 울면서 그분에게 먼저 이별을 고했다고 해요. 저희 부모님은 저희 어렸을때부터의 에피소드 몇개만 풀어도 누가 봐도 정말 존경할만한 분들이라고 여겨지실만한데... 왜 그리 직업에 대한 사상만은 고루하신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언니 문제로 큰 홍역을 치르고 반성을 하시긴 한것 같은데 참........


5. 언니의 선례 때문에 올해 초 이뤄진 제 결혼은 무척 순탄했습니다. 제가 원 글을 쓴게 2017년 여름이었고 2018년 가을에 지금 신랑을 만나게 됐네요. 연애한 지 100일을 갓 넘긴 시점에, 부모님이 저에게 신랑 많이 사랑하냐고만 물어봤고 나이 하나 외에는 아무것도 묻지 않으셨습니다. 남녀 간엔 사랑이 가장 중요한 거라면서요. 실제로 그후에도 별 트집 잡지 않으셨고 무난한 과정을 거쳐 올해 1월 말에 결혼을 했습니다. (신랑은 그냥 평범한 구청 말단 공무원입니다.)


신랑이 비상근무 나가있어 집에 없던차에 생각은 많아 주제없이 주저리주저리 쓴글인데 읽어주셔서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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