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지 손이 떨려서 중간중간 말이 이상하더라도 이해 부탁드려요...
전 22살이고 대학생입니다. 유복치는 못한 형편이고 등록금은 부모님이 내주고 계시고요. 그외에는 과외비로 제가 충당하고 코로나 이후로는 온라인과외로 전환했어요...
그리고 아빠랑 같은 중고등학교 나와서 같은 건설업 회사에서 다시 만난 죽마고우 친구분이 계셨는데 작년에 운송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돌아가신 아빠 친구분에게는 저랑 나이가 똑같은 외동딸 한명이 있어요.(저도 외동딸이고요) 듣기로 그 딸의 어머니는 암으로 돌아가신지 거의 10년 됐었다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결국 친구딸은 아버지까지 돌아가셨으니 세상에 혼자 남게 된겁니다.
그래서 아빠가 친구딸을 챙겨주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거였어요.
저희 가족 외식할때 10번중에 10번은 불렀고 친구딸은 10번중에 8번은 와서 함께 식사했고요.
그런데 안올때는 사정이 있어서 안온게 아니라 아빠가 친구딸의 집에 친구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대창, 관자, 소고기 같이 되도록 빨리 먹어야 하는 음식을 많이 사다 주셔가지고 그거 먹어야 된다고 안온거예요.
솔직히 저희 엄마도 소고기 엄청 좋아하시고, 저도 과외비 받은 날은 바로 대창곱창 사먹으러 갈 정도로 좋아하는데 그 음식들이 비싸잖아요. 그래서 특별한 날에만 겨우 먹을 수 있는건데 딱 엄마랑 제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친구딸에게는 빨리 처분해야 할만큼 사다주신다는게 너무 섭섭했습니다.
그래도 저희 모녀는 섭섭한 내색 없이 정말 가족 대하듯 혹여나 오버했다가 걔가 동정심 받는다는 불쾌한 감정을 느낄까봐 최선을 다해 자연스럽게 잘 대해주었어요....
그러다가 딱 한달전에 그 친구딸이 저희집에 와서 식사를 했어요.
그날이 후덥지근한 날이었고요.
저는 거기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앓고 있어서 유독 더위를 많이 타요.
저희집은 에어컨이 없고 선풍기가 여러대 있는데
식사중에 찌개를 먹다가 너무 더워서 못참겠어서 제 방에서 새로 장만한 써큘레이터를 갖고 왔습니다.
그 써큘레이터는 제가 앓고 있는 질환 때문에 아빠가 사준거였구요.
제 쪽으로만 고정을 시켜놓고 다시 먹으려고 하는데 친구가 갑자기 자기 손으로 자기한테 부채질을 하는거예요.
근데 저희 가족은 선풍기를 이미 두대 틀어놓고 있었고
제 방에서 갖고온 써큘레이터 한대만 더 갖고와서 제쪽으로 틀어놓은 터라 갑자기 더워질 일이 없던 상태거든요.
그런데 계속 오버스럽게 덥다는듯이 친구딸이 자기손으로 부채질을 하는거예요...
5분정도를 친구딸이 그러고 있으니까 아빠가 직접 일어나셔서
직접 몸을 수그리시고 친구 딸 쪽에 써큘레이터 위치를 여러번 조정하더니 친구딸 쪽으로만 바람이 나오게 해두신 겁니다.
전 순간 너무 울컥했어요. 아무리 아빠가 사준거라지만 아빠 딸은 저구요
더군다나 저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앓고 있어서 더위로 고통 받는거 뻔히 알면서...
그동안 참자 참자 속으로 많이 인내했는데 그날은 더이상 못참겠어서 친구딸과 아빠 번갈아 한번씩 노려보고
써큘레이터를 제 쪽으로만 신경질적인 제스츄어로 틀어놨습니다.
그랬더니 그 친구딸이 아빠를 쳐다보면서 울먹거리는 표정 하다가 숟가락 내려놓고 "저 가볼게요"하고서는 불쌍한 척 하면서 가버렸어요. 아빠는 곧바로 일어나시면서 제 어깨를 살짝 쳐주고 (평소에 이건 괜찮다고 위로나 응원해주는 그런 뜻이에요) 친구딸 데려다 주고 온다면서 뒤따라 나가셨어요.
엄마는 아무말 없이 국만 몇숟가락 드시다가 숟가락 내려놓으시길래 제가 설거지 다 할테니까 엄마 들어가 계시라고 하고 엄마한테 죄송하다 했어요.
그날 이후로 아빠 집에 계실때는 저는 제 방에서 웬만하면 나가지 않으려고 했고 저희 가족들 모두 말수가 없어지고 분위기가 냉랭해 졌어요.
그래서 저는 죄책감을 느꼈어요. 저만 한번 더 참았으면 그날 식사자리도 끝까지 화기애애하게 마치고 지금 가족들끼리 전처럼 수다 떨면서 분위기 좋았을텐데 해서..
일주일 넘게 그러고 있다가 제가 결자해지 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먼저 아빠한테 사과 드렸어요.
아빠도 알다시피 제가 더위에 민감하고 그날따라 더 더워서 예민했던것 같다고. 그저 흔한 손님에 대한 배려였는데 왜인지 그날따라 서러움이 복바쳐 올라왔다고 죄송하다고...
저 솔직히 제성질 정말 많이 누르고 제가 양보하는 의미로 사과드렸다고 생각했는데
돌아온 아빠 대답이 의외였어요...
"OO가(친구딸) 그날 속 많이 상했는지 계속 집에 가서도 많이 울더라. 아빠한테 사과할게 아니라 그 집에 가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예전처럼 OO이랑 같이 기분좋게 외식도 하고 여행도 가고 그러자"
저는 순간 왜 예전처럼 돌아가도 그 친구딸과 함께 해야 하는건지 묻고싶었어요. 아빠 친구분이 아빠 때문에 돌아가신것도 아니고 왜 그렇게까지 친구딸을 챙겨줘야 하는건지... 제가 그런일로 서러워야 하는지.
그런데 저는 저를 누르고 죽이고 사과해야 된다는 생각이어서 그날 바로 아빠랑 같이 친구딸이 혼자 산다는 집에 갔습니다. 그 집에는 처음 간거였어요.
친구딸 집에 도착했는데 아빠는 그집이 너무 익숙하다는 듯이 거실 쇼파에 앉아 리모콘을 틀고 티비를 봤습니다. 뭔가 멍하게 아빠 뒷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친구딸이 엄청나게 상냥한 표정으로 방구경 시켜준다고 했어요.
그래서 친구방을 들어갔는데... 정말 충격인 거예요.
제가 집에서 쓰고 있던 침대, 이불, PC 모니터, 스탠드조명, 거기다 그날 제가 마음 상했던 써큘레이터까지 똑같은게 그애 방에 있었어요.
친구딸은 음료 갖고온다 하고 나갔고 거실에서는 저희 아빠보고 라면이라도 끓여드리냐고 묻대요..
아빤 자연스럽게 그래달라고 계란 풀지 말아달라고 하고.
그 순간 그 방은 증거로 남겨둬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PC모니터는 알파스캔꺼, 침대랑 이불은 저희지역 이케아에서 산거라 그렇다 치고
써큘레이터는 딥센 꺼라서 이건 아는사람만 아는 브랜드라 의도적으로 따라사지 않는 이상에야 겹치는게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저도 써큘레이터는 모르던 거였는데 같은 질환을 앓고 있어서 알게 된 분이 바람 엄청 시원해서 에어컨 대신하기에 좋다고 추천해 주신거였어요.
어떻게 가전제품들이 이렇게까지 겹칠 수가 있는건지
갑자기 알 수 없는 소용돌이 치는 감정에 휩싸여서 일단 그 집을 나와야 겠다 생각해서 저 갑자기 친구한테 급한일 생겼다고 하고 사진찍고 집을 나왔습니다.
나오는데 저도 서럽지만 갑자기 집에 계신 엄마가 불쌍해지고 아빠가 너무 싫고 미운거예요.
그래서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전부터 과외하고 있는 여학생 집에 와서 과외비 받는 대신 하숙하고 있어요.
그런데 언제까지 여기서 이러고 있을 수가 없어 판에서 조언을 얻고자 합니다.
정말 어떻게 해결해야 되는지 감도 안잡히고 엄두가 나질 않아요.
도대체 아빠의 그 징그러울 정도로 자연스러웠던 친구딸 집에서의 행동들, 그리고 저와 모든 가전제품을 똑같이 따라산 그 방 물건들 전부 뭐였을까요.
광고 아니고 안믿는 분들 계셔서 사진 추가합니다.
저한테는 인생이 달린 문제입니다.
장난으로 조언해주지 마시고 현실적인 조언 부탁드립니다.
⬇️⬇️⬇️다른 이야기 NOW⬇️⬇️⬇️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