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아버지가 어머니와 싸우고 집을 나가셨습니다.
집을 나가서 형네 집에 가셨다는 형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집사람이 레깅스를 입는데 그게 못마땅하셨는지 술을 한잔 드신 김에 레깅스를 입지 말라고 하셨나 보더군요.
옆에서 보시던 어머니가 집사람 역성을 들게 되면서 싸움이 시작 됬답니다. 어머니는 밖에 나가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입는 건데 그걸로 뭘 그러냐? 당신 같은 시부모들 때문에 요새 시부모 모시려는 며느리들이 없는 거 아니냐? 나하고 딸들한테 그만큼 했으면 됐지 이제 며느리한테도 그러면 쓰냐? 시어머니인 나도 가만히 있는데 시아버지가 주책 맞게 며느리 옷 입는 것 가지고 왜 그러냐? 며느리가 애도 아닌데 옷 입는 것 가지고 아무 말 하지마라! 홀딱 벗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그런 소리 해대면 좋아할 며느리 없다.
젊은 시절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면서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아버지와 살면서 화장은커녕 바지도 못입고 사셨던 우리 어머니,그 한을 이제서야 갚으시는지. 아내가 뭘 입던 화장을 어떻게 하든 아무 말도 안하십니다.
반면 아버지는 레깅스나 반바지,민소매 티셔츠 등을 입으면 못마땅하게 생각하시고 그 생각을 집사람한테 하시죠.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영감이 늙으려면 곱게 늙지 주책 맞게 며느리 옷 입는 것 가지고 난리를 친다면서 시끄럽다고 하시고요.
어머니는 아버지가 무서워서 오십이 넘어서야 화장을 하셨죠. 그전에는 스킨로션초차 못 발랐습니다. 아버지가 화장품 냄새를 싫어 하시고,화장품을 바르고 그 손으로 음식을 하면 음식에서 화장품 냄새가 난다고 싫어하셔서요.
오십이 넘어가면서 아버지가 뭐라고 하시던 말던 화장도 하시고 바지도 입으시고,파마도 하시고, 어머니 하고 싶은 걸 하시면서 사셨죠. 그래도 젊어서 하고 싶었던 게 많았는데 아버지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산 게 억울하다 하시면서 아내나 형수,누나들은 다 하면서 살기를 바라십니다. 나이 들면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게 많다고 하시면서요.
형이 전화를 해서 어머니한테 따지고 저한테도 마누라 단속 잘하라고 하면서 아머니와 제 처가 형네로 가서 아버지한테 빌고 아버지를 모셔가라고 하는데 어머니와 제 처는 싫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안 계시니까 외식도 마음대로 하고 짜장면도 시켜먹고 좋다고 합니다. 빌러 갈 생각 추호도 없으니까 형네 집에서 살라고 합니다. 아내도 아버지가 안 계시니까 좋은 게 눈에 띄게 들어 납니다. 숨긴다고 해도 표시가 난다는 말이죠.
어제는 아침은 그제 저녁에 먹던 국에 대충 먹고 점심은 나가서 돼지 갈비 사먹고,저녁은 떡국을 끓여서 먹었습니다. 아버지가 계셨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죠.
어머니가 집사람 편을 드니까 집사람한테 싫은 소리 한 마디도 하기가 힘듭니다. 집사람한테 뭐라고 할라치면 제 애비 똑 닮아서 마누라를 가둬 놓으려고 한다면서 시끄럽다고 하시니까요.
어머니는 안 가신다고 못을 박았고 집사람이라도 형네 가서 아버지 한테 빌고서 아버지를 모셔오자고 하니까 싫다고 하네요. 아버님이 안 계시니까 더 편하고 좋은데 뭐하러 빌면서 모셔 오냐구요. 그렇게 좋은 맏아들과 맏며느리와 함께 사시 게 두랍니다. 맏아들과 맏며느리도 효도하게 기회를 주라구요.
아버지와 어머니가 따로 사시게 되는 게 아닐지 걱정 됩니다.
어머니나 아내는 빌러 갈 생각이 없고,오고 싶으면 오는거고
형네가 좋으면 형네서 계속 살면 된답니다. 맏아들 무서워서 찍소리도 못하니까 며칠만 살다 보면 오지 말라고 해도 알아서 올 거니까 가만히 두랍니다.
형은 빨리 와서 빌고 모셔가라고 계속 전화를 해대고 어머니와 집사람은 갈 생각 없으니까 오려면 오고 말라면 말라고 합니다.안오면 더 좋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집사람 편을 들면서 막아주고 계시니까 뭐라고 하기도 힘듭니다. 나이 들어서 마누라와 며느리한테 저런 취급을 당하시는 아버지가 안쓰럽습니다. 집사람을 강제로라도 끌고 가서 빌게 하고 모셔와야 하는지....휴~~
곱고 따뜻하던 어머니가 이젠 남자 같습니다.행동이나 말투 전부다요. 조금 언짢으면 큰소리도 내시고....
출근 하면서 어머니한테 못을 박고 왔지만 가실 거 같지 않네요. 집사람이 출근 하고 나면 혼자서 서울에 가실리도 없고....어떡할런지....내 어머니지만 너무 하신다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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