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판 결시친] 예비시댁에서 5천만원 해오래요..(+추가/후기)(호구주의)

30대 초반 여자입니다.

 

서로 사귄지 6개월째라 오빠랑 제 나이도 있어서 본격적으로 결혼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왜 제 마음이 답답하고 괴로운건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이렇게나마 조언을 구하고자 합니다.

 

일단 저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면, 

서울 중위권 대학출신이고 연봉은 현재 약 7천만원 정도, 

제 소유의 상가가 있고(제가 운영하는건 아닙니다) 매달 임대소득으로 월 200만원을 받고있고, 

이 상가를 구입하는데 들어간 돈 중 약 3억원을 담보대출 받아 매달 갚고 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100억원대의 자산가로 

수도권에 부모님 명의로 대출없이 상가와 집을 5채 가지고 계시고, 

오빠는 대기업 과장, 새언니는 변리사에요.

 

제 남자친구는 SKY출신이고, 연봉은 현재 약 6천만원 정도(남친 말로는 이직하면서 갑자기 오른거고, 직업 특성상 이렇게 받게 된지 얼마 안됐다고 해요.) 

자기 명의로 전세집이 하나 있고, 전세보증금을 대기 위해 빚이 약 1억원 정도 있다고 합니다. 

남자친구의 부모님은 월세빌라에 사시고, 

IMF때 사업을 하시다가 잘 안되셔서 그때 빚을 얼마전에 다 청산하신 상황이라고 하세요. 

아래로 여동생이 하나 있는데, 

대기업 사원이고 자취해서 따로 나가 살고 있다고 합니다. 

오빠랑 예비아가씨 둘 모두 부모님으로부터 완전히 자립했고, 

명절때나 생일때 이외에는 따로 용돈드리는건 없대요.

 

저희 갈등은 서로 구체적인 결혼식 비용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가, 

남자친구가 시댁에 5천만원을 드리자고 말한데서 시작됐습니다. 

 

저는 오빠(저와는 4살 차이에요.)가 부모님께 손벌리지않고 결혼은 우리끼리 하는거니까 서로 반반씩 부담하기로하자 해서, 제가 따로 모아놓은 2천만원+오빠 돈 2천만원 총 4천만원으로 허례허식없이 간소하게 결혼식 하기로 했었어요.

그런데 어제 오빠가 갑자기 자기 돈 5천만원을 자기 부모님께 드리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우린 무슨 돈으로 결혼식을 하냐?"고 반문하니까 

축의금 들어오면 그걸로 해결이 되니까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갑자기 날벼락같은 상황에 왜 5천만원을 드려야 하냐고 했더니, 

이 돈은 자기가 부모님께 빌린 돈이라 갚아야한대요.. 

만약 지금 당장 갚는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결혼한 뒤에 따로 드리자고.. 

매달 용돈처럼 드려도 괜찮다고 하네요.

예비시어머니께서 예단으로 남자친구쪽 친가 조부모님, 외가 조부모님, 예비시부모님 내외, 오빠랑 여동생 옷을 맞춰줬으면 한다는 얘길하고 난 다음에 저 5천만원 얘기가 나왔어요.

 

(++내용추가) 제 설명이 부족했었나봐요..

원래는 여동생이랑 같이 사는 조건으로 빌려주신 5천만원인데 

여동생이 따로 나가살게 되어서 전세 보증금 넣은채로 그냥 갚지않고 살았대요.

그런데 이제 저랑 결혼하게 되면 돌려드리는게 맞지않겠느냐..는게 남친 설명이에요.

 

저희 부모님은 딸에게 더 해주고 싶지만, 예비시댁이 해주지 않으니 못해주고 계신 상황인데, 

보태주지는 못할망정.. 이라는게 솔직한 심정이에요. 

그리고 전세보증금에서 5천만원 빼고 나면 신혼집은 어떻게 할거냐고 남자친구에게 물어보니, 제가 절반 보태서 같이 구하자고.. 

결국 저희 집에서 지원해줬으면 하는건가 싶고.. 

이건 아닌데..하는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어쨌든 예비시댁 사정이 어려우신건 안된일이라 

그럼 5천만원은 없는 돈으로 치고 나머지 금액에 맞춰서 

결혼식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얘기했는데, 

남자친구가 너무 없어보이는 결혼은 싫대요..

 

여기까지 얘기하고 나니까 정말 미래가 암담해서 대답없이 멍..하니 오빠 얼굴만 바라봤어요. 

제 얼굴이 어땠는지 제 얼굴을 마주보던 오빠가 갑자기 "나 그래도 혼자서 부모님 손 안벌리고 열심히 살았고, 내가 그래도 너 하나는 책임질 수 있어"라면서 울었어요ㅠㅠ 

저는 눈물이 고이기는커녕 착잡해지고, 심란하고... 

사람이 앞에서 우는데 아무감정도 들지않는 제가 너무 소름끼치고, 

그런데 화는 치밀고.. 화가 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울화가 치미는데 원인을 모르겠어요.

 

주말에 남자친구에게 이 판을 보여주고, 서로 대화해볼 생각입니다.

아, 예비아가씨 결혼자금으로 지원해주는 방향은 어떠냐고 물어봤는데, 

남자친구가 싫다고 무조건 부모님께 드려야한대서 물건이나 다른 방식으로는 

상환이 안될것 같아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떤 조언이든 달게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내용추가) 이미 결혼반지를 맞췄는데, 이걸 어쩌죠..?? 

반지를 돌려주는게 좋을까요 아니면 제 반지값만큼 돈으로 돌려주는게 맞을까요? 

자기 반지값도 내놓으라고 하면 그냥 그거 다 제가 갖겠다고 하고 

반지 두개에 들인 비용 전부 제가 돈으로 줘야할까요???

---

(++내용추가) 댓글 하나하나 꼼꼼히 읽었습니다. 

내 일처럼 생각하시고 달아주신 댓글들 정말 감사드려요.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은 아직 오빠를 사랑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마음을 접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헤어져야한다고 저 스스로를 계속 설득시키려구요.

걱정해주시고 혼내주신 판 여러분 모두 정말 감사합니다.

 

 

(후기)

 

댓글로 헤어지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남자친구에게는 차마 못 보여주고

대신 제 부모님께 제가 쓴 내용과 댓글들 보여드렸습니다.

 

제 부모님께선 다 사정이 있겠지 그 사람이 뻔히 욕먹을 각오하고 얘기한데는

다 사정이 있지 않겠니? 하시더라구요.

나한테 말할 때는 미안함같은건 하나도 없고 통보식이었다 말씀드렸는데,

얼마나 사정이 어려우시면 예비시댁에서 그러셨겠냐고

결혼얘기까지 오간 사인데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고 대화를 먼저 해봐야겠다 하시더니

저 빼고 어젯밤에 남자친구랑 만나셨대요.

 

사실 헤어지겠다 마음 먹고 전화로 남자친구에게 판에서 댓글로 달아주신 내용

하나하나 얘기하면서 따졌더니, 계속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길래

짜증나서 당장 헤어진다 말은 못 했지만 마음 정리 하고 있던 중이라

부모님 반응이 굉장히 의외였어요.

 

물론 엄마는 딸이 돈없이 어렵게 살 거 걱정하셔서

제 씀씀이 크게 줄이라고도 하시고, 처가덕 볼 생각은 저부터 하지 말라고도 하셨어요.

없는 집 와이프 될 거 감수하고 살 각오하라고요.

 

아빠는 남자친구를 만나고 오셨는데, 음.. 무슨 얘길 나누셨는지는

말씀을 않으세요. 다만 예비시댁에서도 5천만원 외에 다른걸 더 원하지는 않는다고 하시니까

저만 좋다면 결혼하라고 하시는데,

대체 부모님 마음은 뭘까요...?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남자친구랑은 일단 만나서 화해한 상태이기한데,

5천만원은 예비시부모님께 드리는 방향으로 얘기가 끝났고,

예단은 서로 안하기로 했어요.

혼수는 어떡할지 얘기 해야하는데, 벌써부터 지끈지끈 머리가 아픕니다.

 

댓글 중에 어떻게 이런 모지리가 연봉 7,000이냐 하셨는데,

사랑은 사람을 바보로 만드나봐요.. 저도 어디가서는 똑똑하다 소리 듣는데..ㅠ

 

남자친구와는 더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예비시댁 반응을 보고 어떻게 처신할지 결정해도 어차피 늦은 결혼

더 천천히 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잘 생각한 걸까요?

 

머릿 속이 복잡한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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