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이야기➰

이제 집와서 누웠는데
그냥 기분이 좀 싱숭생숭 합니다.
지난 1주일 남짓한 기간동안 많은 일이 있었네요.
오늘 저녁에 오빠 내쫓았대서 가보니 아빠가 안드시던 술까지 드시고 계셨어요.
맘이 참 안좋았습니다.
제가 주말 내내 집에 안가고 월요일에 잠깐 갔는데 그때도 오빠가 지랄병을 해서 엄마 아빠만 모시고 나와서 저녁 먹었습니다.
아빠가 저한테 니 속상할거 알지만 아빠가 부탁한다.
오빠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도와주려고 한다.
니 오빠가 거짓말 안하고 사실대로 돈 어디다 썼는지 얼마 사기당했는지 사실대로 말하면 내가 사기당한 만큼만 도와주려고 한다.
너가 한 번만 아빠 믿고 따라줬으면 한다 하시는데,
솔직히 차별받고 산 세월이 길어서 야속했습니다.
오빠는 상담받는다 뭐한다 하면서 의사가 시킨대로 해주고 애들꺼 하도 때리고 뺏어와서 착한 일 할 때마다 보상 형식으로 원하는거 사주면서, 저는 어렵게 어렵게 말해야 들어주셨죠.
전 오빠가 아니니까요.
대학도 취업도 척척 알아서 하는 기특한 딸이니까요.
솔직히 커서 부모님께 속내 털어놓으니, 그제서야 몰랐다 미안하다 하시는 것도 저도 참 속상하고 힘들었습니다.
괜찮은척 참고 지냈는데 부모님이 저리 말씀하시니 바로 그래 알겠다 뜻대로 하시라 이런 말은 안나오더군요.
그냥 고개 끄덕 거리고 말았습니다.
아빠가 알아본 거로는,
오빠가 2억짜리 전세에서 1억만 건네줬다가 건물이 경매 넘어간거고,
건물 경매 처분 후에 남은 돈을 받게되는 건데 아마 거의 못받을 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주신 유산이 3억이 넘는답니다.
10년 전 3억이니 꽤 큰 돈이죠.
그 유산이 남았는지 어쩐지, 그리고 오빠가 하는 사업이 뭔지, 전망이 어떤지 해서 혹시 사업이 힘들다고 하면 아빠 옆에서 딱 먹고 살 만큼만 월급주면서 5년간 아빠 일 배우게 해서 밥은 안 굶게 해주고 싶다.
그리고 지금 부모님 사는 집과 부모님 명의 모든 재산 다 내앞으로 물려주겠다고 약속 받겠다 하셨습니다.
부모님껜 아무리 망나니라도 자식이니까,
거짓말 안하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는 전제 하에 아빠 말에 알겠다고, 난 참견 안하겠다 했습니다.
집에 들어가니 새 언니랑 둘이 라면 먹고 있습니다.
엄마가 밥해놨는데 왜 라면 먹니? 하니까
대뜸 나가서 뭐먹고 왔냐고 넌 돈번다고 유세냐? 이러면서 저한테 시비겁니다.
화도 안나고 그냥 동정심까지 들어서 대꾸 안하고 아빠한테 불러다 앉혀놓고 얘기하라 하니, 아빠가 먹던거 정리하고 오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30분쯤 뒤에 아빠한테 두들겨 맞으면서 신발도 못 신고 쫓겨났습니다.
정말 저도 정나미가 뚝뚝 떨어지는데
사실대로만 말해달라고 사정한 부모님 맘은 어떨지 감히 짐작도 안됩니다.
자기는 2억 전부 다 사기를 당했고,
유산이 무슨 3억이냐 2억도 안됐다.
8천만원 빌려간거로 결혼식 올리고 신혼여행 간거다.
처가에 예물도 사서 드렸다.
부모가 그런거도 안해주니 내가 부모님한테 받은척 하고 주느라 힘들었다.
내가 하는 사업엔 왜 관심이냐? 투자할 것도 아니고.
당장 살 집도 없고 사기당해 빌빌 거리는 주제에 끝까지 저러고 있습니다.
듣다 듣다 못해서 오빠한테, 다 됐고 사업이 무슨 사업인지만 말해줬음 좋겠어.
최소한 가족이니까 알고 있었으면 해.
딱 이 말 하니까,
저 썅년이 눈 안깔아?
그리고 아빠가 오빠를 때렸습니다.
쫓아내면서 8천으로 니 깽값 줬다 생각할테니까 앞으로 찾아오지도 말고 나가라고
새언니란 여자는 그 와중에 제 방으로 꽁무니 빼고..
참 이게 뭐하는 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빠가 방에 들어간 새언니한테도,
너도 남 집 귀한 딸이니까 니 물건 챙겨서 나가라
주소 알려주면 니네 짐 니 친정으로 보내겠다니까
저희 엄마 이거 아시면 쓰러져요.
이러시는거 몰라요. 지금 저희 둘이 사는줄 아세요.
이러면서 아빠한테 여기서 살게만 해달라고
아빠가 너는 쟤 무슨 일 하는지 알고 있지? 하니까
그냥 고개만 끄덕끄덕
아빠가 무슨 일 하고 있냐고 물어보니까
전에는 일수 찍다가 지금은 접었답니다.

엄마는 그 말 듣고 그냥 주저 앉았습니다.
아빠가 정말 모르셨던건지 그게 뭐냐고 자세히 설명하라고 소리지르니까
그냥 사채하는건데 주로 아가씨들한테 해요.
나중에 알았네요. 아가씨가 술집 여자란 뜻이란거...
엄마 그냥 마냥 우시고 아빠는 새언니 보고 그냥 나가라.
이 집에 있지 말고 쟤랑도 헤어지든지 해라 이러니까, 자긴 못헤어진다네요.
오빠가 빚갚아줘서.
그제서야 웃음이 피식피식 났습니다.
사채업자랑 아가씨가 만나서 저랬구나.
저런놈도 자식이라고 우리 부모님은 도와주려 했구나.
사채업 하는 놈이 지는 무이자로 빌려쓰네
이 생각이 드니까 그냥 웃음이 막 났습니다.
사람이 어이 없으면 웃음이 난다던데, 막상 제가 겪으니까 진짜 하하하하! 이렇게 웃음이 났습니다.
그러고 한 시간쯤 지나서,
엄마가 오빠 도와주기로 한거 못들은거로 해라.
엄마도 이제 니네 오빠때문에 속썩기 싫다.
이러시는데 저도 모르게 마암대로 하세요오
이렇게 빈정거렸네요.
바로 집 가서 이불 덮어쓰고 울다 잠들었습니다.
그리고 어제랑 그저께 내내 부모님 전화도 받기 싫어 안받았습니다.
그냥 오빠보다 부모님이 너무 밉고 싫었어요.
오늘은 전화가 정말 몇십통 와서 귀찮아서 받았더니
너희 오빠 짐 다 싸짊어지고 나왔다.
그래서?
집에 와서 얘기좀 하자
알겠어
이러고 끊었습니다.
오늘 집 가니 아빠 술드시고 계시고
제 방은 엄마가 치웠는지 깨끗하고 휑했고
그냥 이제 무슨 말을 해야되나 하는데
아빠가 갑자기 너까지 속상하게 해서 미안하다.
그냥 그 한마디에 막 울어버렸습니다.
이제 착한 딸 노릇은 내가 못할 것 같다.
당분간은 집에 안올거예요. 제가 연락 드릴게요.
이러고 그냥 나와서 차에서 한참 울다가 겨우 진정하고 운전해서 집까지 왔네요.
그냥 지금은 오빠보다 부모님이 더 원망스럽네요.
내편 아니라서가 아니라, 아직도 오빠 포기 못하고 저러고 계시니까 이제껏 제가 해온건 뭔가 싶어요.
우울한 글이 됐네요.
죄송합니다.
오빠가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는데
생각만큼 후련하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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