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잠도 안오고 힘들어서 글 써요.
어릴때 저희 친정은 평범하게 남들처럼 사는 편이었어요.
그러다가 제가 초등학교 고학년때 아빠가 회사 관두고 음식점을 하셨는데 무리하게 이곳저곳에서 빚까지 끌어쓰며 개업하는 바람에 망했어요.
그 후에 빚더미에 앉아 온가족이 월세방에 살았고 아빠는 일주일에 한두번은 술에 잔뜩취하셔서 집안 물건 부시고 행패부려서 경찰도 여러번 왔어요.
그나마 다행인건 엄마나 가족들한테 손찌검은 하지 않으셨어요.
가난한 집안때문에 남들다니는 학원은 고사하고 문제집 살돈도 없어서 성적은 바닥이었고, 다른 친구들은 어울려 놀때 저는 알바했어요.
알바한 돈은 전부 엄마한테 갖다 드렸고 겨울에 버스비 아끼려 알바끝나고 집까지 40분을 걸어다녔어요.
당연히 등록금때문에 대학은 꿈도 꿀 수 없었고 가난한 집이 너무 싫어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서 혼자 자취하며 직장생활했지만 엄마는 항상 전화해서 돈돈 거렸고 제가 번돈 대부분은 또 엄마한테 줬어요.
그러다 사람좋은 지금 남편만나 결혼했고 시댁은 제가 돈한푼 없이 왔어도 다 이해하고 보듬어 주셨어요.
남편은 사업하는데 다행이 벌이가 꽤 괜찮아서 사는건 넉넉하게 살아요.
문제는 결혼하고서도 친정 상황은 그대로이고 엄마는 전화하면 늘 돈돈거리세요.
그동안 남편몰래 부어둔 적금이며 생활비 꼬박꼬박 친정에 드렸고 몇년전에는 아빠가 차가 필요하다해서 차도 사드렸어요.
작년에 남동생이 사업해보겠다고 여기저기 돈 빌려서 피시방을 열었는데 코로나때문에 더이상 못버틴다고 폐업준비중이래요.
그러면서 엄마가 남동생 빚 좀 대신 갚아주라 전화로 그러는데 힘이 쭉 빠지네요.
착한 우리 남편은 제가 친정아빠 차 사준다 했을때도 별말 안하고 그렇게 해드리라고 했던 사람이에요.
남편이 버는돈은 전부 제가 관리해서 아직 모르지만 그동안 친정에 쏟아부은 돈이랑 이번에 또 남동생 빚까지 갚느라 돈이 나간걸 알면 아무리 사람좋은 남편이라도 가만있지 않을거같아요.
우리 애들 결혼하면 보태주려고 모아둔 돈, 우리부부 노후준비하려고 모아둔 돈까지 전부 친정에 보내야하나 하는 생각에 이제는 저도 힘이 빠지고 지치네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가난한 친정때문에 눈물나고 너무 힘이듭니다.
추가+)
네, 댓글들 말처럼 저도 제가 나쁘다는거 알아요.
우리 남편 생각하면 항상 미안해요.
그렇지만 저는 도저히 친정식구를 모른척 할 수가 없어요.
그동안 다들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기에 저 혼자 잘 먹고 잘 살 수가 없습니다.
매정하고 단호하게 내치려고 해봤지만 그게 안되네요.
엄마한테 전화해서 전부는 못갚아준다고 일단 절반정도만 도와준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엄마가 니동생 거리에 나앉게 생겼는데 너는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고 발뻗고 잠이 오냐고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딸자식 키워봐야 소용없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칩니다.
엄마한테 지금 형편이 그것밖에 안된다 했지만 엄마는 너 돈많은거 다 안다고 부모형제가 길거리에서 구걸을 해도 모른척할 년이라고 하시네요.
우리 엄마는 이런사람이에요.
수없이 돈을 드려도 지금껏 한번도 고맙다는 말한마디 한 적 없어요.
전화를 끊고 너무 속상해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댓글들은 다 읽었습니다.
저 욕하는거 좋고 비난하는것 좋습니다.
전부 제 잘못이니깐요.
그치만 친정이랑 인연을 끊는건 도저히 못할것 같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