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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판 결시친] 친오빠의 무모함 수능 중독

by 이야기NOW 2020.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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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 글은 저희 어머니도 같이 보게 될 게시글이라 최대한 클린한 답변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의 친오빠 때문에 이곳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간단하게 친오빠에 대해서 소개해드리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오빠 나이는 25살 / 며칠 후면 이제 곧 26살이 됩니다.

저희 오빠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다가 적응을 하지 못하고 실업계 고등학교로 전학을 갔고 전문대도 예비 300번대로 겨우 입학했습니다.
겨우 들어간 전문대도 1학기만 다니고 자퇴를 하였고 공부는 커녕 학창시절에 성실하지도 않은 오빠였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1년에 수십 번씩 병결 병조퇴
막말로 수능 공부 시작 하루 전까지만 하더라도
오빠는 정말.. 술 + 헌팅 + 여자 + 친구 밖에 몰랐습니다.
오빠에 대한 자세한 과거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할게요.

그런 오빠가 정확히 1년 전부터 공부를 시작하고 이번에 수능을 보았습니다.
공부를 시작하기 12개월 전 오빠의 성적은
고3 국어 모의고사 시간 2배를 잡고도 5등급이 나오는 수준이였고
수학에서는 중학교에서 흔히 사용하는 인수분해라는 말도 처음 들어보는 수준이였고
영어에서는 중학교 1학년 교과서 지문 조차 해석을 못하는 수준이였습니다.

사실 오빠가 원래부터 공부와 멀리 지낸 것은 아니였어요.
초등학교 5학년? 까지 오빠는 공부도 미술도 책도 굉장히 좋아했고 잘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물론이고 친척들까지 오빠에게 거는 기대가 정말 많이 컸습니다.

보통 초등학생들은 학교 앞 오락기나 만화책 혹은 애니메이션을 접하기 마련인데 어렸을 때 오빠는 게임은 일체 하지 않았었고 위인전을 정말 좋아했어요.
얼마나 좋아했으면
예를 들어 이방원에 대한 A 출판사 책을 읽고서 또 다른 출판사 에서는 어떻게 이방원에 대해서 설명을 해놓았을까 하는 궁금증에 같은 위인 이방원 이야기 라고 하더라도 이쪽저쪽 출판사에서 나온 이방원에 대한 이야기를 몇 권씩 사서 읽었다고 합니다.
이사 다니면서 오빠가 초등학교 시절 읽었던 책들을 많이 잃어버리긴 했지만 현재 남아있는 책들은 어머니께서 아직도 큰 박스 안에 넣어놓고 계십니다.
(많이 잃어버렸음에도 지금 가지고 있는 책만해도 7~80권 정도 될겁니다)
(어머니께서는 오빠의 인생 중에서 이때가 가장 이뻤을 때라면서 아직도 책을 간직하고 계시고요)


공부도 정말 잘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 5학년 초까지 수학 빼고 나머지 과목 모두에서 전교 5등 이내로 들었을 정도로 공부를 정말 잘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항상 " 수학은 오빠가 공부를 안해서 그런거지 공부만 하면 수학도 곧 잘할 놈이다 " 라고 매번 습관처럼 말하고 다니셨습니다.

뿐 아니라 5학년 올라가자마자
교감 선생님께서 어머니를 직접 불러서 일찍이 문과계열 명문 중학교에 대해서 상담을 직접 해주셨을 정도로 오빠는 공부를 정말 잘했었고 학교 선생님들도 오빠를 많이 좋아했습니다.

그러다 초등학교 5학년 초에 축구부에 들어가면서 축구부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오빠의 인생은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여튼 TMI 과거 이야기를 꺼내게 되어 글이 조금 길어지게 되었네요. 죄송합니다.


그런 오빠가 12개월 동안 공부를 했고 이번 수능에서
< 국어 2등급 / 영어 1등급 정확히 90점 / 수학 4등급 >
국영수 합쳐서 7등급이 나왔습니다.

사실.. 결과를 떠나서 오빠가 보여준 지난 1년 동안의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엄마와 저는 오빠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오빠는 집 앞 5분 거리 독서실을 다니면서 끼니 때 마다 집에 와서 밥을 먹었고 과외는 딱 수학 1과목만 진행 했습니다.
그 외 과목 국어와 영어 탐구 영역은 모두 EBS 인강으로만 공부를 했습니다.
학교도 성실히 나가지 않았던 오빠가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 아침 9시 ~ 저녁 11시 > 항상 칼 같이 이 시간을 지켰습니다.


저와 어머니는 오빠가 이번에 당당히 대학교에 들어가서 오빠가 원하던 경찰간부후보생 시험을 준비 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오빠는 엄마와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말을 했습니다.

오빠의 말을 요약하자면
약 2년 정도 더 공부해서 SKY 대학에 갈 것이고
졸업 후에는 로스쿨에 진학을 해서 검사가 되겠다.
검사가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변호사 자격증이라도 따서 경찰에 변호사 특채 전형으로 지원을 하면 그때서라도 경찰이 될 수 있고 간부후보생 시험 혹은 경찰대 졸업해서 경찰 입문하는 것 보다 변호사 특채로 경찰에 입문하는 것이 대우도 상당히 좋다.
경찰대나 간부시험으로 경찰에 입문하면 경위 직급으로 임관하지만 변호사 특채의 경우 , 경위보다 1단계 더 높은 직급인 경감으로 임관 할 수 있다.
그렇게라도 들어가면 남들보다 늦게 된 것 조금이나마 만회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어찌 되었든 일단 오빠의 말은 수능 공부를 2년 더 하고 싶다는 겁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빠는 나름 계획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게 참.. 정말 뭐라 할 말이 없어서요.

수능 2년 / 대학교 4년 / 로스쿨 3년
저 또한 입시를 겪어봐서 잘 알고 있고 로스쿨에 대해서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오빠의 지난 1년간의 모습 정말 대단하지만 앞으로 2년을 더 한다고 해서 SKY 대학에 갈 수 있는 100% 보장도 없는 상태이고, 100% 보장이 된다고 하더라도 오빠의 나이가 문제입니다.
현재 25살 / 2년 더 공부해서 대학교에 입학하게 된다면 오빠 나이가 벌써 28살이 됩니다. 입학 나이가 28살 이라는 것은 졸업 나이는 32살 이라는 겁니다.
여기서 로스쿨을 다니게 된다면 또 3년이 추가 되니까 35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다는 것이죠

남자들 사회에 나가는 나이가 보통 27~28 이라고 가정했을 때 35살....


* 저희 집 형편이요?
2억 3000 아파트 한 채가 전부이고 다행히 대출받은 건 올해에 다 갚은 상태입니다.
아! 소상공인 대출 2500이 남아있기는 한데 이자가 4만원도채 되지 않은 금액이라 어머니께서는 2500 대출은 천천히 갚을 예정이라 하십니다.
어머니께서는 가게를 운영 중이신데 평균적으로 월 순수익이 450 ~ 600 가까이 나오고 계시는 상황입니다.

저는 현재 1월 국시를 앞두고 있는 간호사이고 자교 대학병원에 취업 확정이 되어있는 상태입니다.

저희 집 형편은 이렇습니다.

사실 저희 집 형편에 35살까지 공부만 한다는 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다른 일도 아니고 공부를 하겠다는 친오빠를 말리기도 참.. 그렇고요

더더욱이 공부하겠다는 오빠를 말리기도 좀 그런 게..

현실적으로 저희 집이 모아 놓은 재산이 없어서 그렇지 어머니 수입으로만 보면 찢어지게 가난한 상황도 아닌데다가 앞으로는 저도 돈을 벌게 되어 어머니께서 부담이 많이 줄어들게 되겠죠.
무엇보다 오빠가 지난 1년 동안 수능 공부에 들어간 비용을 따지면 앞에서 잠깐 말씀드렸다시피 오빠는 매 끼니 거의 다 집이나 집 앞 어머니 가게에서 해결했고 독서실 비용도 월 9만 5000원 수준이였고 과외도 수학만 했고 그것도 아는 사람 통해서 하게 된거라 월 25만원 수준이였죠.
이 마저도 앞으로는 과외 대신 유료 인강으로 바꾸어도 되겠다며 지금보다 덜 들어 갈거라 하네요.
그리고 이제 책값이랑 음료 담배 값 정도가 추가 되는 정도예요.

공부하는 비용 치고는 큰 비용이 들었다고 말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서 공부를 말리기도 참 그래요.

친구들 만나는 비용 같은 경우에는 오빠가 기존에 약 400만원 가량 모아둔 돈이 있어서 그 돈으로 오빠가 해결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게 아니더라도 오빠가 지난 1년 동안 친구들 만난 횟수가 10번? 하여튼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정도라 큰 돈이 들어가지는 않았을 겁니다.


엄마는 물론이고 저 또한 오빠가 잘 되었으면 합니다.

제가 오빠 공부를 말리는 쪽으로 글을 적어서 그렇지
오빠를 말로만 잘되었으면 하는 게 아닙니다.
오빠가 이번 3월에 입학하게 되면 저도 현재 취업 확정된 상태라 국시 끝나고 병원 들어가면 오빠가 늦은 나이에 대학 간만큼 알바 하지 말고 알바 할 시간에 경찰 시험에 빨리 붙을 수 있도록 공부에만 집중 할 수 있도록 제가 한 달에 10만원 20만원이라도 금전적 지원을 해줄 생각이였습니다.
물론 오빠가 제 돈이 아니더라도 대학에 들어가면 어머니께 매달 50만원씩 받게 되겠지만
오빠의 성격을 알아서 제가 10만원 20만원이라도 좀 더 보태주면 오빠가 좀 더 든든하게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여튼 진심으로 저 또한 오빠가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 공부를 하겠다고 하니 걱정이 되어 이곳에 글을 올리게 된 것이고 제가 말리는 입장이 되어버린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머니께서는 오빠를 계속 공부를 시키려 하십니다.
저는 지금 어쩔 수 없이 말리는 입장인 것 같고요.


여러분들이 만약 부모라면 오빠의 공부 계속 시킬 것 같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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