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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판 결시친] 아내가 불만 없이 제삿상 차리게 하는 법(반전주의)

by 이야기NOW 2020.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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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그로인듯 어그로아닌 어그로같은 제목 ㅈㅅ 근데 사실임

우리 엄마는 20년 넘게 제삿상 차림
제사음식도 엄청 많이 함 친가 식구 스물아홉 명이 먹고 싸가야 되니까
근데도 지금까지 불평 한 번 한 적 없음


우리 아빠가 쓴 꿀팁 전수해 드림

1. 외할머니 7년 투병비 대려고 신혼집 팔았음
우리 엄마 2남 4녀 중 막내딸이고 결혼할 때부터 외할머니 아프셔서 외가에서 받아온 재산 일체 없음 집은 아빠 혼자 해온 거임
엄마는 집 파는 거 반대했는데 아빠가 고집 부려서 팔았음

2. 외할아버지 혼자 되신 후 돌아가실 때까지 4년 모심
큰외삼촌 ㅅㄲ가 외할아버지한테 지들이 모시겠다고 꼬셔서 사시던 집 팔게 한 다음 돈만 처먹고 할아버지한테는 원룸 얻어준 거 보고 아빠가 직접 외할아버지 모셔옴

3. 외할아버지 무릎 수술하고 나서 계단 못 오르내리실 때 아빠가 항상 업고 다녔음 거의 반년 넘게?
우리 집 저때 엘베 없는 5층 살았는데 아침마다 할아버지 모시고 나가서 산책시켜드린 다음에 출근

4. 자식들 어릴 때 잘 봐줌
나랑 우리 언니 쌍둥인데 우리 낳고 엄마 손목 안 좋아져서 아빠가 퇴근하고 집에 오면 무조건 우리 앞뒤로 메고 집안일함
고딩 때까지 우리 방청소도 아빠가 다 해줌 애들은 집에 오면 편하고 행복해야 된다고
아침밥도 아빠가 챙겨줬었음 대학 가고 나서는 안 해주지만ㅋㅋ

5. 외할아버지할머니 불교 신자셔서 절에 모셨는데 매년 기일 한 번도 안 까먹고 왕복 8시간 걸리는 절까지 다녀옴
엄마는 까먹은 적 있는데 아빠는 까먹은 적 없음

6. 엄마 생일 때 꽃+케이크+손편지 선물 빼먹은 적 없음
손편지 시작은 맨날 사랑하는 땡땡씨임ㅋㅋㅋ 이건 좀 오글

솔직히 우리 부모님 보고 자란 입장에서 여자들은 제사 자체보다도 일방적으로 아내만 희생하는 게 싫은 거라고 생각함
정상적인 부부라면 남편이 친정+처자식한테 잘한다? 아내는 더 잘함 제사가 대수인가

엄마 생신인데 코로나 때문에 걍 전화통화만 하고 나서 갑자기 생각나서 씀~~
엄마아빠 보고 싶음ㅠㅠ


ㅡㅡㅡㅡㅡㅡㅡㅡ추가글ㅡㅡㅡㅡㅡㅡㅡㅡ

자고 일어나보니 톡선 됐네요 감사합니다!

일단 제사는 친할머니가 아직 계셔서 돌아가실 때까지만 모시고 외가처럼 절에 맡기기로 친척들끼리 합의됐어요 친할아버지가 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셔서 할머니가 아직도 엄청 가슴아파하시거든요 제사까지 안 지낸다고 하면 더 슬퍼하실 거라..

그리구 아빠가 종살이하셨다는 댓분들 그런 건 절대 아니에요

아빠 동업자가 여기저기 사기치고 튀어서 빚만 몇억 떠안았을 때도 아빠가 엄청 자책하고 자포자기하실 뻔한 거 엄마가 다 다독이고 알뜰살뜰 살림하고 알바하시면서 다시 집 일어날 때까지 정말 열심히 사셨어요

시집에도 엄청 잘하셔서 처음에 결혼 반대하셨던(처가가 너무 기운다고..) 할아버지는 나중에는 동네 사람들한테 우리 엄마를 막내딸이라고 소개하고 다니셨고요 지금도 할머니 놀러오시면 엄마가 가지 말고 같이 살자고 자꾸 붙잡는 바람에 할머니가 빨리 안 가면 마당 감 이모할머니들이 다 서리해 간다면서 몰래 도망가시고 그래요ㅋㅋㅋ

저희 부모님이 이론적으로 완벽하게 이상적인 부부는 아닐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 시대 정서 안에서는 서로 항상 양보하고 배려하시면서 잘 사셨다고 생각합니다

부부로서도 좋은 롤모델이지만 부모로서는 백점 만점에 이백점 드리고 싶음!!

어제 혼맥 한 잔 마시고 갑자기 부모님 생각나서 주절주절 쓴 글이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아서 쫌 신나네요 ㅋㅋ

다들 건강 조심하시고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근데 추가글을 이렇게 쓰는 게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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