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카테고리를 바꿀 수가 없어서 그냥 쓰겠습니다.
저는 34살에 여자친구는 32살이며 결혼을 전제로 약 1년반 정도 만나오고 있습니다.
처음 봉사활동에서 만나 너무 밝고 쾌활한 모습에 제가 연락처를 받아서 그 뒤로 교제하고 있었는데, 이게 단체로 밥을 먹거나 할때는 몰랐던 많은 문제들이 요즘 들어 더 보이기 시작합니다..
고쳐질 것 같지도 않은데.. 제가 예민하게 구는 건지 아니면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답이 나오질 않아서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합니다.
일단 제목에 썼듯이 여자친구는 입이 매우 짧습니다. 정말 심각하게요.
매운음식(그냥 일반 떡볶이도 못 먹는 정도), 해산물(회를 제외한 모든 해산물), 향신료를 쓰는 중국요리, 김치를 베이스로 한 음식, 향이 나는 채소류(깻잎,마늘,마늘쫑,고추 등), 카레, 짜장, 짬뽕, 라면, 된장찌개, 미역국, 나물, 해초류 등은 전부 못(안) 먹는 음식입니다. 좋아하는 음식은 초밥과 치킨 피자 파스타 빵 정도입니다.
그래서 데이트를 하거나 하면 갈 수 있는 곳이 굉장히 한정적입니다. 혹은 가서 유난스럽게 음식들을 고르고 골라내야 먹을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라면 그나마 괜찮은데 문제는 그 와중에 식탐이 강하다는 점입니다.
아니 이걸 식탐이 강하다고 해야하나...이기적이라고 해야하나 좀 애매한 부분이 있긴 한데 보고 판단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일단 조급 고급 스시집을 가서 보통 1인당 10만원~15만원 선 정도 하는 오마카세를 시키게 되면 양쪽으로 1종류씩 초밥을 순서대로 나오지 않습니까? 그렇게되면 주로 식사를 이런식으로 하게 됩니다.
저 : 피조개2, 관자2, 고등어2, 전복2, 청어2, 우니2, 오징어2, 카이센동이나 해산물류가 들어간 모든 요리류
여자친구 : 광어2, 광어뱃살2, 학꽁치2, 도미2, 참치적신2, /여기부터 회만 참치 대뱃살2, 참치 중뱃살2, 새우튀김2
저도...참치 좋아합니다...광어도 좋아해요...
근데 못먹는 스시는 전부 제 쪽으로 넘겨주고 본인은 딱 먹을 수 있는 것들만 가져갑니다.
심지어 10개정도 먹은 후부터는 배가 부르다고 회만 살짝 건져먹고 남은 밥을 장국통에 몰래 숨깁니다.
근데 그게 숨긴다고 숨겨지나요... 쉐프분들 눈총 받을 때도 많고 스시말고 사시미로만 드릴까요 하고 여쭤보실때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많이 민망합니다.
보통 처음에 못드시는 종류 있으시냐고 물어보면 다 괜찮다고 달라고 한 다음에 저랑 다 바꿔서 먹습니다..
저는 177에 65키로로 평균체중에 딱 보통 사람만큼만 먹는데 저렇게 스시집을 한번 가게 되면 보통 정말 식도까지 꾸역꾸역 밀어넣어야 하는 정도가 됩니다.
먹고나면 아 맛있다가 아니라 불쾌해서 배불러 배불러를 연발하는 상태가 되는게 한두번이 아니고요...
그래서 오마카세말고 단품으로 주문할 수 있는 스시집이나 광어, 연어만 먹을 수 있는 곳을 가려고 하면 또 그런 것들은 대접받는 느낌이 안들어서 별로라고 합니다...
기왕 많이 먹지도 못하는데 가장 맛있는 것만을 먹고 싶다고 하는데.. 차라리 엄청나게 먹어대면 또 모르겠는데 욕심 부린만큼의 반의 반도 못 먹는 상태로 늘 저만 고통받는 상황입니다.
레스토랑을 가게되면 보통 2인커플이라면 파스타1, 리조또1, 샐러드나 피자 등 1 이런식으로 많이 시키지 않나요? 그리고 저희는 저렇게 시키게되면 제가 1.4인분 여자친구가 0.6인분을 먹습니다.
그러면 배가 좀 부르지만 딱 좋은정도가 되는데 문제는 보통 가게되면 메뉴 선택을 할때부터 저에게 선택권은 없습니다.
크림파스타1, 로제리조또1, 피자1, 샐러드1, 사이드디쉬1(윙이나 감튀 등) 에이드2 를 시키고 본인은 음식이 나오기 전에 에이드를 거의 다 마시고 파스타 2젓가락, 리조또 3스푼, 피자 1~2조각, 샐러드 약간 사이드 디쉬 2~3조각을 먹고 숟가락을 내려 놓습니다.
그러면 저는 피자나 사이드 디쉬는 먹는 것을 애초에 포기하고 샐러드, 리조또와 파스타만 먹게됩니다.
왜냐면 피자나 사이드 디쉬는 남을 경우 포장이라도 되기때문이죠..
그래서 보통 식사를 하게되면 전체 주문한 양의 3분의1이상은 무조건 남는다고 봐야합니다.
포장이라도 되는 경우에는 그나마 괜찮은 편인데 국물이나 면, 볶음요리 등의 메뉴를 먹게 되면 대부분이 음식물 쓰레기가 되고 맙니다..
또 다른 문제는 저렇게 먹고 난 뒤에 카페를 가게 되면 저는 커피나 차 종류를 주로 시키고 여자친구는 스무디나 에이드류를 시킵니다. 그리고 디저트류를 2개 이상 주문합니다.
카페를 가게되면 녹차스무디, 아이스 아메리카노, 롤케이크 1조각, 아이스크림 1개 이런 식으로 주문하는데 저는 단 것을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라서 케이크는 손도 안대고 아이스크림은 1~2스푼 정도 떠먹는 정도입니다.
그러면 여자친구는 스무디 3분의1, 롤케이크 3분의1, 아이스크림 3분의1을 먹습니다.
남는 음식은 저에게 먹어달라고 조르거나 버리게 되고요.
그리고 저는 안가리고 잘 먹는 편이지만 이제는 초밥과 파스타에 너무 물려서 한식이나 매운음식이 먹고싶은데 그러지도 못합니다.
한번은 정말 야채곱창이 먹고 싶어서 괜찮다는 허락을 받고 야채곱창집을 갔었는데 5점 정도를 먹고나서 치즈만 골라서 먹고는 제가 먹는 걸 구경합니다.
맛있어? 잘먹는다 아냐 난 괜찮아 라고 하면서 휴대폰을 하거나 먹는걸 쳐다보는데 정말 체할거 같더라고요.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허겁지겁 먹고나서 결국 설빙에 가서 빙수와 떡꼬치 토스트를 시켜서 먹었습니다. 그 뒤로는 절대 제가 먹고 싶은것을 먹으러 가지 않습니다..
제일 재밌는 점은 이게 단 둘이 밥을 먹을 때가 아니면 크게 티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여자친구네 회사는 여자가 80% 이상이라 식사할때 다같이 배달을 시키면 여러 메뉴를 조금씩 나눠먹고 밖에 나가서 외식할때는 입맛이 맞는 사람들끼리만 붙어서 밥을 먹거나 본인 혼자 카페에서 해결할 때도 있어서 문제가 되질 않았습니다. 저 또한 초반에는 이런 부분들을 잘 눈치채지 못했었구요.
그런데 이제 시간이 지나고 나니 걱정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결혼을 한다 하더라도 식습관이나 취향이 바뀔 것 같지는 않고 또 매번 본인 취향대로만 먹고싶어하는데 사실 건강한 식단이 아니다보니 영양학적으로도 좀 문제가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이런 부분만 빼면 취미, 취향, 대화 등 너무 잘 맞는 여자친구입니다.
제가 너무 유난스럽게 걱정하는 걸까요? 아니면 정말 문제가 있는 걸까요?
어떻게 해야할지 좋은 의견을 좀 부탁드립니다..
추가합니다...먼저 많은 조언과 질타, 관심에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신 것을 감사드립니다.
댓글은 전부 읽어보았습니다. 하나하나 읽다가 몇몇 댓글에서 머리가 띵 하더군요.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에서 냉정하게 바라보았을 때 이렇게 보이는구나 하고 깨닫자 조금 많이 슬퍼졌습니다..
저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배려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작 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혀 배려받지 못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여자친구를 옹호하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몇 가지 오해가 있을 수도 있어 덧붙입니다.
1. 데이트 비용의 경우 7대3정도입니다. 제가 식사를 계산하면 여자친구가 커피나 디저트를 계산하는 경우가 많고 오마카세같은 고급 식사의 경우 주로 제가 기념일이나 보너스를 받아서 먹었던 경우가 많습니다. 데이트 비용의 경우 수입의 차이가 있어 그런 것이지 여자친구가 돈을 안 쓰는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2. 집에서는 주로 빵만 먹습니다. 빵이나 곤약면, 과자, 초콜릿 등을 먹거나 파스타 등을 배달시켜 먹습니다.여자친구의 부모님은 두분 모두 맞벌이인 관계로 어릴때부터 집에 빵, 과자, 등을 많이 사다두셨는데 조금씩 뜯어서 여러 종류를 먹는 버릇을 그때부터 가지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3. 먹는 것을 제외하고는 저에게 금전요구, 고액의 선물 등을 바라거나 한 적도 없습니다. 직접 만들어준 테라리움 화분 하나에도 엄청나게 좋아하는 그런 사람입니다. 오로지 먹는것 하나에만 이상할 정도로 저런 모습을 보이기에 고민한 것이지 저를 호구취급하며 빨대를 꽂는 그런 사람이었다면 저도 이렇게까지 길게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4. 정말 먹는것 딱 하나만을 빼면 여자친구는 정말 좋은 사람입니다. 감성이 풍부하고, 사람을 좋아하고, 밝고 쾌활하고, 대화나 생각도 잘 통하는, 배려심 많은 그런 사람입니다. 제가 고민했던 부분은 어릴때부터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저 식습관 이라는 부분이 고쳐질 수 있는 부분일까? 라는 점이었습니다. 저도 결혼을 하게되거나 하면 지금 저 상태를 유지해서는 절대 안되는 부분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백번 동감합니다. 먹는 것에 있어서만 비이성적으로 집착하는 것 같아 조심하고 있었던 부분도 있습니다.
어젯밤 여자친구가 제 자취방에 와서 먹고간 사진을 덧붙입니다.
베이글 1개 딸기쨈빵 1개, 찰떡빵 2개는 제가 먹은 것이고 나머지는 여자친구가 먹은 것들입니다.
초콜릿은 제 발렌타인데이 선물이었는데 본인이 맛을 보고싶다고 해서 조금씩 먹고 남긴것입니다.
이렇게 보니까 좀 문제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기는 하네요..
이 문제에 대해서 오늘 한번 진지하게 대화해보겠습니다.
고쳐질 수 있는 부분이라면 같이 노력하면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저도 어쩔 수는 없는 부분이겠죠.
상황이 정리된다면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여러 의견들과 저를 걱정 및 질타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일주일정도 전쯤에 입 짧은 여자친구로 글을 썼던 사람입니다.
일단 많은 분들의 조언과 질타..등등에 정신을 좀 많이 차렸습니다.
감사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어제부로 각자의 길을 가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많은 대화와 눈물 등등이 있었고, 결과적으로는 서로 합의할 수 없는 선에서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듯하여 이렇게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서로 의견이 일치하지 않은 부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결혼 후의 식사문제
저 = 내가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니 내가 요리해서 먹는 음식은 괜찮은지.
다만 양쪽 입맛에 맞춰 식사를 두 번 준비하기는 번거로우니 이 때는 같이 준비해서 일을 분담하는것이 어떤지.
여자친구 = 반찬이나 식사까지 다 조리해서 배달해주는 곳이 많다.
본인도 데우거나 조리하는 정도 까지는 괜찮다.
본인이 싫어하는 음식의 경우 조리를 하더라도 맛이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하겠다.
다만 국이나 찌개, 생선 등 냄새가 강한 음식은 1주일에 1번 정도로 먹었으면 좋겠다.
2. 외식과 초밥 등에 대한 문제
저 = 지금은 우리가 돈 들어갈 일이 따로 없기 때문에 다소 비싼 음식들이나 그런것들에 있어서 상호 협의하에 자주 먹었지만 결혼을 한다면 집이나 추가적으로 발생할 것들을 생각해서라도 횟수와 비용을 많이 절감해야한다.
다만 특별한 날이나 기분전환이 필요한 날 등 한달에 적어도 3번 이상은 전적으로 자기 선택에 의한 메뉴를 먹자.
여자친구 = 오빠와 만나기 전에도 나는 그렇게 먹어왔었다.
한순간에 바뀔 것 같지 않으니 우리 둘의 수입에서 일정 부분(약 한달에 50만원 정도) 를 내 밥값으로 빼면 안되겠느냐.
오빠의 용돈과 비슷한 비율로 해서 나는 어차피 옷이나 다른 부분에서 지출하는 부분이 거의 없으니 그렇게 하고 식사를 할때 1인분을 준비하고 나는 따로 포장이나 배달해서 같이 식탁에 앉아서 함께 먹겠다.
외식은 기념일에 특별하게 나가서 먹는것 이외에는 안하도록 하겠다.
3. 자녀양육에 관한 문제
저 = 만약에 아기를 낳으면 나는 그렇다 치고 본인은 요리자체를 해줄 수 없다면, 영양이나 이런 부분들 교육상으로도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엄마가 먹지 않는 음식들을 강요한다고 느낄 수도 있지 않겠느냐.
여자친구 = 요즘은 정말로 이유식부터, 연령별로 나오는 모든 음식을 사서 먹을 수 있다.
성장기에 맞춰서 영양학적으로 다 밸런스 있게 준비해준다.
인건비 등등을 다 따져봤을때 만드는 것과 사먹는 것에 드는 비용은 비슷한 셈이다.
그리고 내가 티나지 않게 노력할 것이고 아기의 영양에는 문제가 없게, 나도 내가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으니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대충 이런 식이었는데, 일단 전체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고 싶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과 질문들을 했었습니다.
일단 요리나 가사에 대한 부분은 제가 수입이 여자친구의 두 배정도로 더 높기때문에 둘 다 아기를 낳게 되면 여자친구가 전업주부를 해야하겠다는 생각으로 말했던 부분입니다.
다만 제가 요리를 좋아하는 편이어서, 제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괜찮은지 물어본 것이고요. 저는 한식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여자친구가 기름냄새나 비린내 등등의 냄새에도 조금 민감해 하는 부분이 있어서 파스타와 리조또, 빼빼로 이외에는 만들어준 적이 없긴합니다.
결론적으로는 서로의 의견에 대해서 일치하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고...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한 방법 또한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판단되어.. 이렇게 결정하게 되었고 정리되었습니다.
말이 길어졌는데 아무튼.. 위의 이유로 헤어지려고 했을 때 여자친구의 반응은 왜 여태껏 아무 말도 없다가 갑자기 이런식으로 문제를 삼느냐. 왜 불편했을때 불편하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나는 오빠가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감정이 곪아터지고 나서야 이야기를 해서 내가 바꾸거나 노력할 시간조차 주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저 말에 저도 잘못이 많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콩깍지가 씌여서든, 배려여서든 이런 식으로 이별이 오기 전에 서로 조율을 했었어야 했었는데..
하하.. 마음이 굉장히 씁쓸하면서도 허전하네요..
다시 한번 조언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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