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 2년, 혼인신고 4개월차 신혼이에요. 남편은 5년전 쯤 2년 사귀었고 헤어졌다가 우연찮게 다시 만나서 결혼까지 했네요. 5월에 결혼식 올리려고 했는데 코로나로 혼인신고하고 양가 부모님 모시고 간단하게 식사하는 걸로 일단 식 대신 했어요. 코로나 상황 좀 나아지면 간소하게 스몰웨딩 결혼식 생각하고는 있는데 코로나가 나아지려나...
남편은 껌딱지입니다.
직장도 저랑 출퇴근 같이 하고 싶다는 이유로 큰 직장에서 제 회사가 있는 강남구 선배 직장으로 옮겼어요. 화냈지만 그러고 싶다는데 어쩌겠어요.
그냥 저랑 붙어있는게 좋답니다. 제 직장은 굉장히 바쁜 시즌이 있어요. 한달 넘게 계속 야근을 하고 그럴 땐 혼자 집에 가기 싫다고 부득불 지 회사에 남아 공부하고 그럽니다.
저는 집순이에요. 어딜 다니거나 그런 거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여유 시간엔 책 읽거나 누워서 폰 보는데요. 그것도 같이 하고 싶어해요. 심지어 게임을 하는 것도 옆에서 보고 있어요. 같이 보는 게 훨씬 더 재미있고, 게임하는 거 보면 좋답니다. 판도 같이 봐요 ㅜㅠ ‘와 이런 집도 있어?’ ‘완전 쓰레기’ 하면서요. 뭐.. 심심하진 않은데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어요.
시댁은 되게 자율적이에요. 시부모님 직업도 다 전문직이시고, 아들 3형제 중 신랑이 막내입니다. 어머니께 원래 이렇게 붙냐고 여쭸더니 막 웃으시며 ‘아들치고 다정하긴 했는데 저렇게 미친놈은 아니었다’고 하시네요. 어머님도 ‘우리 귀한 며느리 고만 좀 귀찮게 해라’고 하세요.
제 카톡이나 이런 건 안 보려고 하고 터치도 안 해요. 최소한의 사생활은 서로 지키려고 하고요. 그런데 그런 거 제외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같이 하고 싶어하네요. 원래 이렇게 껌딱지 남편이 있나요? 초반만 이러나요? 평생 이러진 않죠? 아이는 안 낳기로 했는데(남편이 강력하게 딩크) 아이 없으면 계속 이럴까요?
오늘은 제가 연차라서 이런 글도 올리네요. 다른 분들 의견이 궁금해요. 남편 보면 또 서운해할 거 같은데; 글 지울 수도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추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고마운 말씀 많이 해주셔서, 제가 딱히 감사드릴 방법이 없어 대댓글로 인사드렸어요.
그런데 진짜 안 나아지는 거군요... 저희는 막 죽고 못 살아서 동거한 게 아니고요. 제가 지인 관련해서 뭐 부탁할 게 있었고, 헤어지고 신기하게도 선 칼 같이 지키길래 친구처럼 1년에 서너번 연락하던 사람이라 안심?하고 일 시킨 김에 집에 잠깐 초대했는데 그 순간 이후로 안 나갔어요... 쓰고보니 웃기고 어이없네요. 그래서 처음엔 좀 눈치 보다가 점점 붙더니 결혼하곤 진짜 딱 붙어있네요 ㅜㅠ
혼자 있는거 좋아하는데, 혼자 있을 땐 화장실에서 일 볼 때랑 신랑이 토요일 오전 근무할 때 뿐.
전 원래 비혼이었는데, 신랑이 ‘절대 네 영역을 존중하겠다’고 각서 쓰고 공증까지 받아와 조르고 난리쳐서 결혼했는데 ㅎ 이런 일로 판에 글도 써보고 하네요. 주위에 얘기하면 복에 겨웠다고 하는데.. 전 가끔 막 답답하고 혼자 있고 싶거든요. 그래서 주절주절 넋두리 해봤습니다.
따뜻하게 들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추추가)
헐. 어제는 저녁에 요즘 광고 시작한(광고 아닙니다. 네**가 광고해주는데 제가 할 필요가...) 웹소설 같이 보느라 판을 안/못 봤더니 어느새 톡선. 신랑이 이건 안 봤겠죠. 딱 붙어서 웹소설 같이 보는데 제가 소설 내용에 정신 놓았더니 ‘너도 황제되면 이렇게 남자 후궁 잔뜩 들여놓고 누리겠다’며 삐쳤어요. 그럼 저쪽 가서 딴 거 보라고 했더니 입만 댓발 나와서 마저 같이 보다 늦게 자고 출근하고 ㅜㅠ 저도 늦잠자서 이제야 보네요.
네. 저도 신랑이 강아지과 같다고 생각해요. 혼자 시간이 필요하다고 몇 번 심각하게 말했는데, 어깨 늘어져서 구석에서 눈치보고 있어요. 눈은 쳐저가지고. 술 담배 안 하고 친구 만나는 거 즐기는 사람 아니라 집에 오면 진짜 강아지처럼 좋다고 붙거든요.
집안일도 3일씩 나눠서 하는데, 제가 할 땐 요리하고 설거지할 때도 그냥 옆에 서있어요. 신랑이 할 땐 전 방치?하고요. 나름 신혼이라 좀 저러다 말려나 싶어서 판에 물어본 건데... 댓글 써주신 거 보니 평생 저러겠구나 싶네요.
저도 아이 낳을 생각이 거의 없는데 낳으면 덜해질까 싶었으나 선배님들의 껌딱지가 증식한다는 댓글을 보니 ㅜㅠ 그냥 딩크 계속 해야겠네요. 저희는 2중 피임하는데 제가 피임약이 잘 안 맞는 편이라 힘들어하니 본인이 수술하겠다고 우기는 거 말렸거든요. 이제 안 말릴래요.....
아! 맞아!!! 남들이 보면 불륜인 줄 안다는 댓글ㅠㅠ 집에서 출퇴근하는 코스가 자차가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곳이라 지하철을 타는데요(심지어 신랑 직장이랑 같은 역). 지하철 탈 때도 손 잡고 있는데 저희가 이제 30대 중후반이라 진심 쪽팔려요. 남들이 보면 불륜인 줄 알거라고 해도 남 시선 신경쓰지 말라면서, 찰싸닥 붙어있는 20대 커플 보면서 저게 정상이래요... 이럴 때 환장합니다.
여튼 결론은!!!
조언해주시고 댓글 달아 주신 부분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비슷한 가정이 생각보다 엄청 많아서 큰 위안이 되었어요.
귀찮다기보단 걱정이 됐거든요. 신랑 동기나 선후배한테 물어봐도 원래 이러지 않았다고 하고, 예전에 연애했을 때도 안 이랬어서 전에 헤어졌던 게 트라우마가 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이 얘길 진지하게 해봤는데, 자기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으나 같이 있는게 행복하고 붙어있는거 해보니까 너무 좋더라고. 정말 걱정이 되면 자기가 상담이라도 받아보겠다고는 했어요. 그런데 저희집만 이런게 아니라고 하니까 다행이에요.
‘세상에 저런 애가 또 있을까’하는 의심과 ‘혹시나 나아질까’하는 희망을 버리고 둘이 잘 의논하고 설득해서 잘 살아보겠습니다!!!
3추가)
신랑이 이 글을 봤네요...... 삐칠 줄 알았는데 담담해서 살짝 놀랐습니다. 톡선인 건 좀 놀랍대요(그건 나도 놀랍). 그런데 이 얘기 좀 꼭 써달라고 해서요.
초대했다가 안 나간 거.. 자기 이상한 놈으로 보이는 거 같다고(넌 다른 건 안 이상하니...)
전직 구남친, 현직 남사친이던 시절. 제 직장과 관련된 분이 너무 절박하게 찾던 임시직?이 남친 직업이었어요. 그때 이 남자는 직장 옮기는 중이라 잠시 쉬고 있길래 사정을 얘기했더니 왔더라고요. 15일 정도였고, 서울 끝에서 끝이고, 근처 숙박업소도 마땅치 않아서 하루 이틀 정도는 저희집 남는 방에서 지내라고 했습니다. 헤어지고도 엄청 젠틀해서 괜찮을 거 같았어요. 진짜 방에 곱게 처박혀 있었답니다.
그런데 3일째 제가 두통이 심해져서 토하고 병원에서 링거 맞고 하는 걸 보더니 갑자기 고백하더라고요? 아무 짓도 안 할테니 잠시라도 곁에만 있게 해달라고. 그때 말이랑 표정이랑 마음이 너무 감동이어서(아파서 판단이 흐려졌었나봐요) 허락했고, 3일 있다가 나가기로 한 게 보름이 되고...(이하 생략).
여튼 자기 나쁜놈 아니라고 써달랍니다. 그리고 좋은 말씀 예쁘게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고도요. 그리고 ㅋㅋㅋㅋ 우리도 식성이랑 취미랑 취향 같다고도 써달래요. 사실이긴 한데 뭔가 한숨과 웃음이 같이 나오는 건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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