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탈 죄송합니다. 쓰다보니 길어졌습니다.
지난 주에 소개팅을 하고 상대 여자분의 애프터를 나름 정중히 거절했는데
소개팅 주선자는 제가 너무 사소한것까지 까탈스럽다고 합니다.
진짜 그런건지 여자분들이 많은 판에 질문 드립니다.
36살 평범한 미혼 직장인 남자 입니다.
지난 주 여사친 (대학동기) 에게 소개팅을 받았는데 제 쪽에서 애프터 신청을 거절했습니다.
상대방 여성은 저와 동갑이고 대학 동기의 직장동료 입니다.
저와 그 여성분 모두 20대 후반부터 5년 넘게 사귀던 상대방의 변심으로 헤어지게 되었고
결혼 생각이 없는건 아니기 때문에 선뜻 소개팅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36살. 사실 저나 그분이나 가장 멋지고 가장 예뻤던 시기는 조금 지나친 나이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해 대단히 큰 조건을 달지 않았습니다.
외적으로 어떻던 전혀 상관없고 말 잘 통하고 유머코드 맞고 같이 있을때 편하면 된거죠.
다만 제가 정말 중요시 하는게 있다면 식사예절.
평소 쩝쩝충을 극도로 싫어하기도 하고, 식사 예절을 아주 중요시 하는 경향이 있는건 인정 합니다.
그렇다고 주변사람에게 강요한 적은 없고 같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싫은 티를 내는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평생 함께 할 배우자를 정하는 기준에는 꼭 포함되는게 식사예절입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지난 주 여성분과 커피숍에서 만나 30분 정도 이런 저런 얘기를 했고
참 소탈하고 맑은 분이구나.
(본인 입으로) 아주 시골 출신 (버스 잘 안다니는 촌이라고 함) 이라고 하더니
보기 드물게 참 순수한 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말도 잘 통하고 꽤 호감이 가는 분이었기 때문에 예정에 없던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쪽 분도 간단히 차 한잔 하고 식사는 나중에 하자고 하셨지만, 분위기가 편해서 좋다고 간단히 저녁 먹자고 했습니다.)
어떤음식 좋아하시냐고 물었더니 근처에 샤브샤브가 맛있는 곳이 있다고 가자고 하시더라고요.
첫 만남이라 분위기 좋은 곳으로 갈까 했지만 여자분이 좋아하시는 음식을 먹는게 편할것 같아서 따라갔습니다.
사실 너무나 호감이 폭발하는 상황이라 식사 예절이 어떤지 지켜볼 생각도 못하고 음식 나오기 전까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드디어 음식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우선 샤브용 고기가 나왔는데 젓가락 잡는 손이...,,,,,,,
최대한 비슷한 사진을 찾아봤지만 실패했습니다 ㅠㅠ)
젓가락 거의 끝을 잡고 거의 음식물에 손이 닿을랑 말랑 할 정도로 짧게(?) 잡으시더라고요.
사진보다 더 아랫쪽을 잡고… 그걸 보고 응? 좀 특이하시네? 라고 생각했습니다.
거슬린다기 보다는 좀 신기하더군요
그래도 쩝쩝 거리거나 음식을 들었다 놨다 하는 행동은 안하시길래
아. 이 부분도 잘 맞아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그러다....... 마지막 코스로 죽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ㅠㅠ
죽을.. 앞접시에 덜어서 먹는데....,,,,,,,,
(비슷한 사진을 도저히 찾을수가 없네요 ㅠㅠ)
엄지 검지로 막걸리 사발 들듯 앞접시를 들고
한손에 숟가락 젓가락을 다 쥔채로
앞접시에 얼굴을 박고 숟가락으로 죽을 훑어가며 후루룩 후루룩 하면서 마시더라고요ㅠㅠ
네. 제가 지나치게 식사예절을 중요히 하는건 인정 합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순간 솔직히.. 확 깬다는 표현이 있죠..?
제 앞에 있는 여자분이 36세의 청순한 여자분이 아니라
밭일 끝내고 새참먹는 시골 할머니로 보였습니다…
하나가 싫으면 싫은게 계속 보인다고 하죠
제 앞에는 시골 출신의 귀엽고 발랄하고 수수한 여성분이 아닌
매직 안한지 2년 된 악성곱슬(본인 피셜)의
5년 전 샀다는 목늘어난 맨투맨 티를 입은(본인피셜2)
시골 할머니 한분이 보이더군요..
잠시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가다듬는 중에 쐐기를 박은 그분의 한마디..
1차: "이모 백김치 쫌 더 주세요~"(이모님 못들으심)
2차: "이모~~백김치쫌!! 더요~~"(이모님 못들으심2)
3차: "이모!!! 백김치 쫌 더 주이소!!!!" (식당의 모든 사람들이 들음..ㅠㅠ)
그렇게 남은 죽과 백김치로 식사가 마무리 되고 여자분을 집 앞까지 차로 모셔다 드리고 집에 왔습니다.
마침 주선자한테 전화가 왔길래
이런 저런 얘기 안하고 참 괜찮은 분인데 나랑은 약간 코드가 다를듯 하다
딱 이렇게만 얘기했는데 주선자가 끝까지 꼬치꼬치 캐물어서 결국
젓가락 숟가락 질과 앞접시에 대한 얘기를 털어놨습니다
듣더니 주선자가 어이없어 하더군요
너무 바라는게 많은거 아니냐고 합니다
그 여자분은 분위기도 좋고 본인도 매우 마음에 들었다고 고맙다며 연락이 왔다고
이 얘길 어떻게 전하냐면서 화를 내더군요
물론 다른 사람보다 식사예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건 인정 하지만
사람마다 기준이 있듯이 저도 제 배우자, 혹은 여자친구를 고르는데 제 기준을 적용하는게 당연한거 아닌가요?
그리고 그 기준이 너무 터무니 없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그렇게 그 여자분과는 끝났지만 주선자가 계속 저를 미친놈이라고 놀려대고 있는 상황이라
여자분들이 많은 곳에 한번 묻고 싶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말도 안되는 일로 애프터 신청을 거절한건가요?
그냥 솔직하게 답글 하나씩만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그 여자분께는 식사예절 얘기 안하고 적당히 둘러대서 전달 했다고 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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