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연애하고 결혼한 지 1년 반 되었어요.
맞벌이이지만 직업 특성상 저는 집에서 일을 하는데
작업실이 집일뿐 (작업실을 따로 두고 싶었는데 신혼 때만이라도 집에 있기를 원해서)이지 수입은 제가 더 좋고 작업 강도도 세고 마감 때는 며칠씩 철야하기도 해요.
아무튼 저는 집에 있다는 이유로 집안일은 거의 제 몫이 되었고
특히 식사 준비는 제 전담이 되었네요.
뭐 여기까지도 괜찮았어요.
근데 남편과 제 식성이 너무 맞질 않아요.
저는 한식 파라면 남편은 양식 파이고
하다못해 고기를 먹어도 저는 담백하게 굽거나 삶은 걸 좋아하는데 남편은 양념해 볶는 걸 좋아해요.
연애 때는 서로 먹고 싶은 걸 번갈아 먹는 식이었고
잘 먹는 남자이고 밖에서 일을 하니 남편 위주로 차리긴 하는데
가끔 제가 먹고 싶은 음식을 하면 대놓고 불평불만이 점점 느는 남편이 이제 짜증 나고 싫어요.
그러다 며칠 전 저는 간단히 먹고 싶어 비빔국수를 하려고 했더니
남편이 퇴근해서 자기는 미트볼 스파게티가 먹고 싶다는 겁니다.
냉동실에 넣어둔 미트볼이 있긴 했지만 귀찮기도 하고
전 상큼하고 개운한 게 당겨서 남편이 씻는 사이 그냥 국수를 했어요.
그랬더니 나와서 집에서 먹는 그 한 끼를 자기 입맛에 못 맞추고 기어이 너 처.먹고 싶은 걸 했냐고 진짜 크게 화를 내는 거예요.
그 순간 그동안 쌓인 게 폭발하면서 화가 난다기보다는 남편에게 있던 모든 감정들이 싸늘히 식는 기분이 뭔지 알겠더라고요.
내가 집에서 일 할뿐이지 나도 노는 사람 아니고
앞으로 가사도 정확히 분담하고 특히 식사는 본인 입맛에 맞는 걸로 각자 해 먹자고, 그게 싫으면 이혼하자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처 먹는 걸로 이혼하자는 년은 세상천지에 너 밖에 없을 거다, 라며 웃더군요.
바로 시어머니께 전화해서 방금 한 말 그대로 얘기하고 이런 이유로 이혼할 거라고 했더니 남편은 미쳤냐!!! 소리 지르며 식탁에 놓여 있던 국수 그릇을 주방으로 집어던지고는 문 쾅 닫고 안방으로 들어갔고 국수 양념 다 튀고 고함치고 그릇 박살 나는 소리며 문 닫는 소리는 시어머니도 들으셨죠.
두 시간쯤 있다가 시부모님이 오셨고 자기 부모님 보더니 더 길길이 날뛰는 남편을 일단 데리고 시댁으로 가셨습니다.
오늘도 전화해서 잘 알아듣게 얘기했으니 먼저 전화해서 마음 좀 풀어주라길래 전 이혼 결심에 변함이 없다고 하니 살다 보면 별별 일이 다 있는 건데 이런 일로 이혼 얘기 쉽게 꺼내는 거 아니라고 독하다며 끊으시더군요.
친정 부모님은 늘 제 의견을 존중해 주시는 분들이라 네 결정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나중에 후회될 일은 아닌지 신중히 생각해 보라셨고,
저도 이딴 일로 이혼녀 딱지 다는 게 걸리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일 년 반 사는 동안 아니다 싶으면 하루라도 빨리 끝내는 게 낫지 않나 느낀 게 한두 번이 아니라 다시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안 생겨요......
이게 진짜 고작 처.먹는 일일뿐인 걸까요?
이혼 위기 넘기고 사시는 분들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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