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가까이 만난 남친과 올해 결혼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코로나가 터지고 아직도 안전하다고 할 순 없을 거 같아서 내년에 식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간단하게 상견례 비슷한 걸 하고 양가 부모님께 동의를 구한 후 2달전부터 동거를 시작했었어요.
2년 가까이 만났으니 남친 성격, 가치관, 생활습관, 일상생활은 자신있게 다 알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는데 동거 해보니 제가 남친에 대해 아는 건 정말 조금밖에 없었더라구요.
남친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항상 남을 배려 하고 본인이 먼저 나서서 해주겠다고 하는 태도였는데 그동안 연기를 했던건지, 제가 너무 편해져버린건지 기본적인 배려 조차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
동거 전, 남친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출근을 했었고 친구들도 만나고 도서관도 꾸준히 다니고 저녁에는 운동을 했기때문에 본인 계획에 맞게 생활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부지런한 사람인 줄 알았었어요.
하지만 저녁에 매일 한다는 운동도 5분이면 끝나는 운동이였고 도서관도 세 달에 한 번 갈까 말까 한 걸 자주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었던거더라구요.
저건 남친의 개인생활이고 저런 거짓말은 할 수 있다고 치고 남친의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똑같이 일을 다니는데 전혀 역할이 나눠지지 않았었어요.
집안 청소랑 빨래는 커녕 본인이 먹은 과자 봉지도 제대로 안 치우는 사람이였어요.
아침을 꼭 먹어야 한다는 남친때문에 아침을 먹지도 않는 저는 매일 남친 아침 밥을 차려줘야 했고 저녁 밥도 당연히 제가 하고 있더라구요. ㅋㅋ
차려준 밥 먹어놓고 고생했다는 말은 커녕 우리 엄마는 이거 이렇게 안 하던데..
우리 엄마 솜씨 따라오려면 너는 아직 멀었다 요리 초보네 초보 ~ 이러면서 약올리는데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장난치냐고 화 내니까 기 죽어서 입 삐죽 내밀고 삐진 척 하는 게 얼마나 더럽던지 ..
두 달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동안 같이 살았는데 남친이랑 사는게 아니라 정말 어린 아이인 아들을 키우는 것 같았어요.
남친한테 도저히 동거 못 하겠고 파혼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화들짝 놀라면서 미안하다며 바꾸겠다고 하더라구요.
아주 징글 징글해서 계약도 안 끝난 집 제가 낸 보증금도 안 받고 혼자 살라고 그냥 나왔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도 정말 많은데 다 적을 수가 없네요...
결혼 전 동거는 꼭 해봐야 한다는 주변 사람들 말에 저는 동거하면 오히려 역효과 난다면서 신혼생활 시작해서 같이 맞춰가는 것도 늦지 않았다며 큰 소리 쳤었는데 왜 동거를 해보는게 나쁠거 없다는지 이제서야 알게 됐습니다.
두 달 동안 하녀처럼 산 거 생각하면 화나고 제가 너무 바보같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그런 남자와 결혼 안한 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제 남자친구는 동거 하자마자 단점이 보였지만, 동거 하면서도 속마음 말 안 하고 속이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나랑 결혼해서 잘 맞는 사람일지 이런 사람과 미래를 함께 꿈 꿔도 될지 잘 고려해보고 결혼 결정하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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