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친구들 8명 있는 단톡방에서 제 욕을 했어요
호칭이 예랑이, 남친 섞여서 나올수 있어요
아직은 남친이 더 익숙해서요
내용은 제가 자존심이 너무 쎄고 상처를 잘 받으면서도 절대 남 앞에서 티 안내려고 하고 늘 괜찮다고 웃고 뒤에서 혼자 몰래 우는게 짜증난다는 거 였네요
운거 티 나는데도 제가 안울었다고 박박 우길때 어이없다네요
결혼하고 나면 평생을 같이 살아야하는데 힘든거 털어놓지도 않는 여자랑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하다 그런 내용도 있었어요
예랑 친구 중 한명이
자기가 봐도 니 여친이 너무 착하고 마음이 여려서 그런건데 넌 왜 그런식으로 생각하냐, 나같으면 살면서 받은 상처가 얼마나 많으면 남앞에서 울지도 못하고 뒤에서 혼자 울까 싶어서 안아주고 싶을거 같다고 장문으로 톡을 보냈는데
예비신랑이 거기다 대고 한다는 말이 그럼 니가 데리고 살던가 였네요
다른친구들은 결혼 엎어지는거냐고 웃으면서 장난만 치고
장문으로 톡 보낸 그 친구는 남친한테 너같은 쓰레기랑 결혼하는 니 여친이 너무 불쌍하다, 너랑 연 끊으려고 계속 생각했었는데 지금이 그때인거 같다, 앞으로 연락하지말자 하고 단톡을 나갔고 다른 친구 한명은 결혼 앞두고 말조심하고 살아라, 그렇게 싫으면 지금이라도 빨리 결혼 엎으라고 조언 해줬네요
장문으로 톡 보낸 그 친구가 단톡 나가고 예랑이 다시 초대해서 오랜 친구끼리 맘 터놓고 얘기도 못하냐고 니들이라 믿고 이런 얘기도 한다고 했는데 다시 그대로 나갔고
다른 친구들도 그때쯤 되니
그래도 그정도면 예쁘니까 참고 살아라, 못생기고 성격 쎈거보다 낫다, 쟤는 왜 지혼자 진지하냐, 쟤가 니 여친한테 입 터는거 아니냐 등등
자기들끼리 쑥덕 거리다가 다른 친구가 다른 화젯거리 꺼내서 제 얘기는 끝이 났어요
정말 처음으로 예랑이 폰을 본거였어요
제 폰 액정이 나가서 기프티콘을 카톡으로 전송하면서 살짝 호기심이 들어서 친구들과 단톡방을 열어본거거든요
정말 한번도 폰 보고싶다 생각 안했는데 결혼 앞두고 중학교때 친구들과 인사자리도 몇번 가지면서
친구들이랑 제 얘기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열어본거에요
그런데 저런 톡이 있네요
예랑 말 틀린거 없어요
저 자존심 쎄요
근데 남들한테 자존심 부리는건 아니고 제 자신한테만 한정이에요
남들 앞에서 약한 모습 보이면 그게 다 약점이 되니까
보이기 싫었고
평생을 강한척 하며 살았어요
변명을 하자면 그럴수 밖에 없었어요
아버지가 바람나서 저 4살때 이혼하고
정말 엄마랑 양육비 한푼 못받고 산전수전 다 겪으며
살았어요
온전한 가정에서 자란 친구들을 부러워했고
친구들을 믿고 제 상황을 털어놨는데
친구 엄마가 저에게 너 이혼 가정이라며? 앞으로 우리 집에 오지말아라
라는 소리
학교 선생님도 부모님 이혼하신 분 손들어 했다가
제가 손 안드니까
글쓴이 너! 부모님 이혼하셨잖아? 왜 손 안들어? 선생님 말이 우습니? 이래서 부모 제대로 없는 애들은 안된다니까
등등
초5때부터 제 상황 제 아픔 다 숨기고 밝게웃는 가면쓰고 살았어요
실제로 제 지인들은
제가 되게 사랑받고 자란 상처 하나도 없는 사람으로
생각해요
별명도 늘 분위기메이커 였구요
엄마랑 가난 때문에 밥 한끼 맘 편히 못먹고
힘들었어도
저 늘 웃으면서 살았어요
가슴속은 폭풍이고 전쟁통인데도
한번도 남들앞에서 운적 없고 집에서 나오는 그 순간
씩씩한 미소 지었고 씩씩해지려고 노력했어요
평소에 분위기메이커고 착하고 성실하다는 평가받아도
부모님 이혼하신걸 알고 나면
어쩐지 그늘이 있더라, 어쩐지 모자라보였어 등등
온갖 안좋은 말들이 따라 붙었으니까요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의 불행에 관심이 많고
"내가 저사람보댜 낫지" 라는 생각으로
자기 삶에 대해 위안 삼으며 살아가길 좋아하더군요
그걸 너무 어릴때 깨달아서 우는모습 보이기가 정말 싫었어요
그냥 늘 밝고 명랑한 사람이고 싶었어요
제 중학교때 친구들은 늘 그래요
저랑 있으면 행복하고 즐겁대요
저는 그게 좋아요 그냥
너무 힘들고 슬퍼도 오늘도 기쁜척 그렇게 미친척 살았어요
네 남친이랑 사귀면서도 그렇게 연기했어요
내 약한 모습 티내는게 너무 자존심 상해서 티 안냈어요
아빠 때문에 남성 혐오가 좀 있어서 지금 예랑과 첫 연애를 했는데
너무 행복했어요
정말 잘 챙겨주고 다정하고 나에게 사랑한다 말해주고
늘 혼자인거 같았는데 정말 온전히 내편이 생긴거 같았어요
그래서 조금씩 마음 열었어요
다는 아니더라도 그냥 정말 간단한건 얘기해줬어요
부모님이 어릴때 이혼하셨다, 나는 엄마랑 둘이 산다, 그래도 행복하고 즐겁다
이렇게만 얘기 했어요
그리고 관계가 깊어지고 사귄 날들이 늘어나면서
함께 하는 미래를 꿈꾸게 됐고
조금 더 마음을 열어도 되겠다 생각했어요
그래도 제 감정을 온전히 드러내는게 무서워서
남친 앞에서 과거 얘기를 꺼내다 눈물이 좀 흘러도
후다닥 눈물 닦고 웃으면서
그래도 지금 너랑 함께해서 너무 즐겁다 같이 있어줘서 고맙다 오늘 우리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 내가 살게 하며
애교 부리고 그랬어요
그간 내가 받은 상처를 다 드러내면 싫어하고 떠날거 같았거든요
내 연인이지 내 감정쓰레기통이 아니잖아요
그냥 내 감정은 내가 안고가는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남친은 아니였나봐요
힘든티를 안낸다 생각했는데 친구들과 조금 더 가까운
남친 눈에는 보였나봐요
근데 제가 투정도 안하고 괜찮지 않으면서 늘 괜찮다고 웃으니 그게 싫었나봐요
그럴수 있죠
네 알아요
머리는 이해하는데 그래도 너무 서운하고 속상하고 배신감 들어요
나는 그냥 남들처럼 행복해지고 싶었는데 왜 남들처럼 행복해지지 못하는걸까 그런 생각만 드네요
남친이 저한테 씩씩하게 자라줘서 고맙다고 한적이 있는데
저는 그말에 큰 위로를 받았거든요
그래서 이사람이라면 믿을수 있겠다 믿고싶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첫 연애 다 처음이였는데도 다 오케이했고 결혼하잔 프로포즈도 받아들인거구요
프로포즈도 남자친구가 먼저 했어요
앞으로 둘이서 온전한 가정 만들어서 나중에 생길 아이는 더 씩씩하고 건강한 아이로 키우자고 해서
너무 좋았어요
내 아이는 나와 같은 아픔 없게 정말 잘 살 자신 있었고
잘하려고 했는데
그냥 모든게 와르르 무너지는것만 같아요
제가 잘못인거겠죠
제가 거짓말을 너무 많이하고 살아서 벌받나봐요
예랑이한테는 몸이 안좋아서 쉰다고만 해서 아마 제가 톡 본건 모를거에요
저는 이런 마음으로 결혼할수 없을거 같은데
이 얘기를 어떻게 꺼내야할지 모르겠어요
주변에는 또 어떻게 얘기해야할지 막막하네요
고작 그런 톡에 결혼을 엎을만큼 약한 멘탈이냐 물으신다면
그렇다고 할수 밖에 없겠네요
사실 제 욕이라고 할것도 없이 다 사실이지만
그래도 예랑이도 망설이고 있는거겠죠
자기가 프로포즈 하고 상견례도 하고 결혼식장도 다 잡았는데
이제와서 자기가 깨자고 하기 어려워서
그냥 이대로 진행해야하나 고민스러웠겠죠
그러니 친구들한테 그런 얘기도 한거겠죠
친구들한테 정말로 진심 담아서 요즘 행복하다고
처음으로 진심인 제 감정을 말했는데
부끄럽네요
이제와서 다 접게 됐다는 얘기.. 또 어떻게 해야할지
거짓말도 이제 정말 안하고 싶었는데
엄마한테도 난 괜찮다고 정말 아무렇지 않다고
웃으며 얘기해야겠죠 ?
너무 오래전부터 꼬인 실이라 풀 자신이 없어요
+)어제 밤새 달린 댓글을 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정말 감사합니다
어디에 털어놔야할지도 모르겠고 무서워서 익명의 힘을 빌려 글을 썼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제 얘기를 들어주시고 언니처럼 친구처럼 조언해주셨어요
댓글들 덕분에 제가 어떻게 해야할지 알게 됐어요
먼저 제가 자존감이 많이 낮은거 같다고 하시는데 맞습니다
자존감 매우 낮고 늘 불안했어요 마음이
또 누군가 나에게 상처를 줄까봐 무서웠고 내가 약하다는걸 들키는게 죽기보다 싫었어요
그래서 오래된 친구들에게도 털어놓지 못했습니다
친구들은 다 온전한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큰거 같은데
나는 그렇지 못한거 같아서 힘들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엄마한테 제일 미안해요
엄마는 저보다 더 힘드셨을텐데 힘든 내색 안하셨거든요
열심히 키워주셨는데 스스로 갉아먹기나 하고
저도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앞으로 변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오늘 예랑과 만나서 담판 지을겁니다
이제 예랑도 아니네요
저는 제가 잘못해서 예랑이 제 뒷담화를 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제 마음이 편했거든요
근데 제가 아무리 못난 사람이여도 저한테 프로포즈하고
함께 하기로 해놓고 친구들한테 그런식으로 말하는
예랑이 더 못된놈이라는거 깨달았습니다
오늘 다 정리하고 엄마한테 말씀드릴 생각이에요
아직 어떻게 전해야할지 조금 막막하지만 그래도 엄마한테만큼은 솔직하게 다 털어놓으려고 해요
당장 제가 변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 살날이 더 많으니 천천히
제 자신을 더 사랑하고 아끼도록 할게요
그리고 제가 내면적으로도 좋은사람이 된다면
언젠가는 저에게 정말 좋은 사람이 나타날거라 믿을래요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댓글로 위로도 받고 용기도 얻었어요
저 잘할수 있을거라고 응원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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