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5살인 여자입니다.
혼자 몇날 며칠 수 년을 고민해봐도
대체 어떤 것이 정답인지 알 수가 없어
제 어리석음에 한탄하며 이렇게 글을 씁니다..
사실 이런게 많은 가정의 가정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선 말하자면 저는 이제 저희 어머니의 눈에서 광기를 느낍니다.
혹시 영화 '4등'을 보신 적이 있나요.
거기 등장하는 어머니보다 2배 이상 심한 사람이 저의 어머니입니다.
제가 지금도 기억나는 건 8살에 같이 수학문제를 풀면서
제가 대답을 잘 못하자 미친듯이 머리를 때리고 소리지르던 무섭고 두려운 엄마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기억나는 건 5살부터 하루종일 앉혀놓고 눈높이 수학을 시키던 어머니.
8살 때 친구와 친구 어머니와 함께 리틀 아메리카라는 영어학원에 갔는데 제가 낯을 가려서 레벨테스트를 잘 못하니까 친구가 등급이 더 높게 나와서..
집에 와서 서늘한 눈빛으로 하루종일 종이에 '리틀 아메리카'라는 글씨를 쓰며 저에게 윽박지르고 "너보다 ○○이가 낫대!!" 라며 미친듯이 화를 내시던 어머니..
그리고 다른 아이보다 제가 부족한 걸 절대 인정할 수 없어 했던 어머니의 모습과.. 욕심...
초등 5학년 때 처음으로 올백을 맞자 뛸듯이 기뻐하며 마침내 만족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에.
다음 시험에서도 계속 올백을 맞아야 한다는 불안감에
불안장애가 생겨 남들이 보면 기겁할만한 특이한 습관과 행동을 반복했던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저는...
중학생이 됐고 제 성적은 중위권 쯤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리 되자 저에게 신발을 마구 던지며 저를 미칠듯이 두들겨 패고 분노에 가득찬 눈빛으로 저에게 화풀이를 하던 엄마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저는 그 폭력을 피해 책상 밑으로 들어갔고
문을 잠그면 아파트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와 미친듯이 때리던 어머니의 모습.
순하고 착하고 아무 욕심없던 저는
그 이후로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감에 휩싸여 살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깊은 우울증이 생겨
더이상 연필잡고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었고
그 불안감을 이기지 못해
안 그래도 평범한 머리에 공부로써 상위권으로는 갈 수 없었습니다.
성적 하나로 저를 미친듯이 두들겨 패면서 화풀이를 삼던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엄마가 사랑한 건 내가 아니라, 자랑거리 삼을 성적좋은 예쁜 로봇이었구나..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그 후 고등학교 때도 성적이 중위권 정도였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자 집이 어려워져서
학원도 인강도 듣기 어려운 형편이 됐고
그래서 영어학원을 좀 다니다가 끊게 됐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나름대로 열심히 잠도 못자고 했지만
역시 공부로 승부 볼 머리는 아니었는지
계속 중간 정도의 성적에 머물더군요.
그리고 고3이 되어 인서울 쪽 학교를 쓰니 다 떨어져서
재수를 하게 됐습니다.
재수를 하면 종합반을 다녀도 학원비가 좀 들잖습니까.
그때 재수학원을 다니면서 집안 돈을 좀 많이 쓴거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진짜 할수있는 한 열심히 했지만 전년도 수능성적보다 좀더 나아진 수준으로 나왔고
우리 지역 국립대에 오게 됐습니다.
저는 어떻게든 노력한 결과가 이것이고..
손톱을 샤프로 찍어 피를 내가면서 공부한 결과가 이것이기 때문에 더이상은 어떻게 제가 할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근데 어머니는 아직도 저의 학벌이나 스펙에
어떤 증오감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제가 짜증나고 때려 죽이고 싶은 것 같습니다.
대학 4년 내내 저한테 하셨던 말씀은
"너 그 드러운 대학 다니면서 돈쓰고 다니냐?"
"그렇게 혼자 먹고싶은 거 다 쳐먹고 쓰고싶은대로 쓰면 재밌냐? 좋냐?"
이게...
저희 엄마의 주요 레파토리였습니다.
참고로 저 일주일에 용돈 1만원이었고
4년 내내 화장품도 제대로 사볼 수 없었고
옷도 사본 적 없습니다.
한달에 한두번 친구 한명과
어쩌다 칼국수나 짬뽕같은 저렴한 밥을 먹고 카페가서 얘기나 하는 게
그게 다였습니다.
그래서 친구도 저한테 서운한 점이 많았고..
덕분에 과 동기 누구와도 친하지 않습니다.
동기와 만나면 술자리를 갖거나 밥을 먹고 놀러갈텐데
최소 4만원 이상은 드니까
동기 친구들과 놀거나 해본 적조차 없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친구랑 아주 가끔 데이트를 했다고
하루종일 저를 몰아세우고 쌍욕을 하시면서 비난을 해왔습니다..
제가 아주 어릴 때 본 엄마의 모습은 저를 냉대하고 도구처럼 생각하신 모습이 아니었는데
초등학교까지는 그나마 저를 웃으며 대하시다가
중학교 가고부터 저를 무시하고 비난하며 성적표가 나올 때마다 절 때리고 쌍욕하는 그 모습과
대학교 와서도 계속 학벌 얘기를 하시면서 25살이 된 지금까지도 절 쓰레기로 생각하는 저희 어머니의 모습이..
도저히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저를 남들 앞에 세워 자랑거리로 삼아 자존감 올릴 로보트로 생각한건지,
제가 그저 사랑하는 딸자식이라 사랑의 매 삼아 그러신건지,
이 두가지 선택지 중에 무엇이 엄마의 진심인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친구들 중 그 누구도 엄마한테 이런 취급을 받으며 사는 친구는 없는데..
저는 엄마한테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에 아이 키우는 어머니들이 많아서 여쭤봅니다..
저는 엄마한테 어떤 존재일까요..
자존감 올리기 위한 자랑거리 삼을 도구일까요..
예쁘고 사랑하는 자식일까요..
유치원 다닐 때의 어머니의 모습은 정말 이게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저는 엄마한테 때려서 죽이고 싶은 자식이 됐고 쓰레기가 됐습니다.
이게 다른 어떤 문제가 아니라
'성적', '학벌' 이것 때문에 말입니다...
그리고 어제 엄마한테 울분을 토해내며 호소하니
제 머리를 쥐어뜯고, 뺨을 마구 때리면서
"내가 너같은 년을 낳고 이렇게 됐다."
"너한테 들어간 돈이 너무 아깝다. 너땜에 우리집이 다 망했다."
고 하시면서
광기에 가득찬 눈빛으로 절 때리고 쌍욕을 하는데...
제가 너무 큰 죄를 저질렀다는 생각밖에 안들고..
재수를 할 게 아니라 빨리 취업을 했었어야 됐었다는 미칠듯한 후회와 자괴감에
제가 참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없는 형편에 학원을 갔고 재수를 했던 제가 미친 쓰레기였고..
이젠 제가 명을 끊어서 목숨값으로 갚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까지도 수천번씩 듭니다..
제가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요.
제가 지금 정신적으로 지금 안좋은 상태라 그런지
현명한 해결책이 무엇인지, 어떤 판단이 맞는 것인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많은 경험 있으신 이 곳 분들의
조언과 의견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 댓글 하나하나 정말 감사히 읽어보았습니다.
조언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정말 감사드립니다..
소중히 조언주신 것들 가슴 속에 깊이 새기고 실천하겠습니다..
댓글 읽어보다보니
제가 미처 정리하지 못하고 빠뜨린 부분이 몇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 25살 먹도록 알바도 안한거? 돈벌어서 나가살면 되지 뭐한거임? 왜 그나이 먹도록 엄마한테 빌붙어 살아?
=> 이것에 관해서는 우선 저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알바를 안해본 것이 거의 없습니다.
방학 때만 되면 미친듯이 일을 나가 돈을 벌었고..
학기중에도 투잡을 뛰며 일하기도 했습니다.
음식점 서빙, 뷔페 알바, 공장 생산직, 각종 서비스직, 인형탈 알바 등등..
돈이 되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다 해왔습니다.
제가 혹시라도 이렇게 자세히 쓰면 제 지인들이 알아볼까 싶어 미처 상세하게 모든 것을 써놓지는 못했는데..
지금 저희집은 아빠가 없습니다.
그리고 엄마는 나이가 많으신 편입니다. 몸도 안좋으십니다..
그래서 제가 얼른 나가 돈을 벌어야했고
그렇게 번 돈은 등록금 내고 나면 나머지는 다 집안 생활비에 써야 했습니다.
세금이나 식비, 생활비 등등.. 집안 생활비에 제가 돈벌어서 다 보태야했고
즉 제가 가장이었던 것입니다.
대학교 1학년이 되기 직전 아버지와 어머니는 헤어졌고
그후로는 제가 가장 역할을 해온 것입니다..
저희집은 일단
아버지한테도 정말 큰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엄마도 더이상 참지 못하고 제가 대학 들어가자마자 아버지와 별거하실 수밖에 없었고
그후로 제가 알바를 해서 벌거나 한 돈들을 어머니가 다 가져가셨습니다..
이 액수는 제가 재수하면서 쓴 학원비보다 더 큰돈이고..
저는 죄스럽고 자책하는 마음에 그리고 집안이 무너질 수는 없다는 생각에 집안 생활비로 알바해서 번 돈을 다 써왔습니다.
제가 어떤 마음이냐면..
댓글을 읽다보면 중간중간에
"재수까지 하고도 인서울을 못한거면 노력을 안한거죠. 왜 노력하셨다고 생각하세요?"
"사교육 시켰는데 지방대면 엄마가 실망하실 수밖에 없죠. 어쩔 수 없어요."
- 같은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종종 보입니다.
네.. 이것입니다.
저도 위와 같은 생각도 자꾸 들었고
엄마도 계속 저렇게 말씀해 오셨기에 그래서 제가 그동안 심한 죄책감을 가지며 살아온 것입니다.
만일 어머니가 저를 두들겨 패기나 하고
공부고 뭐고 일체 신경도 안쓰지만 학대만 하는
그런 뉴스 속 계모같은 존재였다면
저 역시 아무런 아쉬움이나 미련없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갔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희 어머니는 저한테 학원도 좀 보내주셨고,
재수까지 지원하셨고..
초등학교까지만 해도 저에게 대부분은 친절한 모습이셨고
맛있는 음식도 종종 해주셨었기에..
공부만 상위권이었다면...
그래도 친엄마인데...
같은 아쉬움에
제가 죄책감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내가 공부만 좀더 잘했더라면..'
'엄마의 기대에 조금만 더 부응했더라면..'
같은 죄스러움이 들어서
스무살 이후 엄마가 하자는대로 다 해드린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어느정도 해명이 되셨는지요.
그래서 제가 지금 돈이 별로 없습니다..
가장 싼 방도
역시 보증금 100만원 정도에 월세가 꼬박꼬박 들고
아무리 아껴도 한달 월세 포함 최소 70은 생활비에 들어가는데...
아무래도 지금 이대로는 무리인 것 같습니다..
취업을 먼저 해야 되는 것 같습니다..
엄마한테 저 돈을 조금 지원 받는다한들
이걸로 나중에 얼마나 난리를 칠지 가늠조차 안가는 사람이고
엄마 생각 속에 저란 자식은..
의심할 여지도 없이 당신에게 온몸바쳐 하라는대로 다 해주고 효도해야만 하는 꼭두각시 비슷한 존재이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데이터 상 99.9%의 확률로
나중에 후한으로 덮쳐올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일단은 제가 취업부터 해서 독립자금을 모아야 되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지금도 틈틈이 알바해서 돈 벌고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지금까지 독립을 못했던 이유입니다..
아버지의 부재, 여러가지 경제적 문제 등..
그리고 저를 집에다 붙잡아 두고 나가지 못하게 막고 집착했던 엄마, 하루라도 가출하면 경찰에 신고를 넣어 계속 경찰분들 통해 전화를 넣으며 괴롭히는..
이 복합적인 문제들이
이해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댓글러 분들의 고견 집중하여 읽어보았습니다.
하나하나 정말 감사드리고, 위로가 됩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것은..
제 주변에는 그리고 가까운 친구들은
부모님 말을 너무 잘 듣는.. 명문대를 나와 누구나 선망하는 직업을 가진, 부모님 꿈을 이뤄준 친구가 가득하기 때문에
계속 이 친구들을 거론하시며
"넌 뭐냐"는 말에..
저 역시 제가 참 못나고 키워준 값 못하는 애구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
이렇게 살아온 것 같습니다..
몇 주 전쯤에는
전문가 선생님을 가운데에 두고
엄마랑 상담이라도 받는 게 낫겠다 싶어
제가 울며불며 상담센터라도 가보자고 하니
그건 신상기록에 남아서 안된다며..
'난 정신병 없다'며..
절대 안간답니다..
댓글주신 분들 말씀을 들으니
역시 독립만이 답이라는 의지가 서는 것 같습니다.
소중한 조언 감사드립니다..
우선은 어떻게든 참고 지내고
졸업하자마자 집에서 나올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조언주신 분들 앞날에 행복이 가득하길 진심으로 빌겠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