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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판 결시친] 7세 아들 친구가 저희집에 찾아온다는 글을 읽고..

by 이야기NOW 2020.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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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이야기➰

 

[네이트판 결시친] 7세 아들 친구가 저희집에 혼자 찾아오는데...

안녕하세요? 7세, 4세 형제 키우는 맞벌이 부부입니다. 첫째가 유치원에서 제일 꼴찌로 하원(5시)하는 것을 매우 속상해하여 1주일에 한 번은 저 또는 남편이 조퇴를 하고 4시 하원을 시켜 근처 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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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이글에 달린 댓글을 보고 몇 자 적어보려 가입했습니다.
댓글 대부분이 저라도 그런 아이를 제 아이와 어울리게 둘 수 없다, 물든다, 원을 옮겨라, 상처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 단호하게 내쳐야한다,
자신도 그런적 있는데 떼어내느라 애먹었다는 등의 경험담이 많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글쓴 엄마의 마음도 알겠고 베플의 걱정도 어느정도 이해는 갔으나, 조금 뭐랄까.. 씁쓸하더라구요..
그 아이가 욕을 하고 난폭한 행동을 하는 것도 오롯이 그애의 잘못만은 아니란걸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제 아이를 위해선 어쩔 수 없다 라는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 같아서.

어릴때의 제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재혼가정에 자식에게 무심했던 아버지, 그저 같은 공간에 두면 그 책임을 다 한 거라 여겼던분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항상 허기가 졌어요.


친척언니를 금이야 옥이야 끔찍히 여기는 큰엄마를 보고 수없이 그 주위를 맴돌기도 했어요, 언니 옆에 있으면 큰 엄마가 나도 챙겨주지 않을까, 어린마음에 그렇게 여겼던것 같아요.
그래서 귀찮아하는 언니 곁을 졸졸 따라다니곤 했는데.. 너무 당연하게도 큰엄마의 관심은 언니뿐이었어요.
조금 커서야 그걸 깨닫고 따라다니는 것을 멈췄지만요.

명절때 큰집에가면 큰엄마들이 전을 부치면서 동그랑땡, 꼬치전을 언니오빠들 입에 넣어주곤 했어요
저도 그 틈에 껴서 나 여기 있다고 열심히 존재를 피력하긴 했는데 제 입에 들어오는 것은 없더라구요.
'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 꺼면 정을 주지 않는게 맞다, 그게 아이를 위해서도 더 나은 선택이다'라는 말을 좀 더 커서 알게 된 후에야 큰엄마들이 이해가 됐어요.
그 전까진 큰 엄마들 눈에 나는 안보이는 걸까 내가 뭘 잘 못한 걸까 생각하기도 했으니까.

저는 자라면서 수많은 어른들에게 거절을 당하고 외면을 받았어요.

항상 창문에 오이를 키우던 선생님이 칭찬을 명목으로 다른 아이들에게 오이를 따서 줬음에도 제게만은 단 한번도 오이를 따서 주지 않았어요.
새엄마가 학부모 상담에서 제 친엄마가 아니라고 말했을때 그 선생은 '그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애가 잘 컸네요'라고 말했다는데
그런 입에 발린 소리는 했을지언정 다른 아이들에게 한 번씩은 다 돌아간 오이를 제게만은 선심쓰듯 줄수는 없었나봐요.

내 얼굴에 그늘이 있어서, 뭔갈 바라는 듯한 내 시선이 부담스워서... 그래서 그랬을까요?

저는 잘몰랐어요. 제 얼굴에 그늘이 많은지.
대학때 동기 한명이 제게 이런말을 한 적이 있어요.
' 너는 단 한번도 행복했던 적이 없었던 아이 같다'고.

그 말이 꽤 충격적이었는지 가슴에 콱 하고 박혔어요.
내가 어떻길래? 거울을 다시 들여다봤어요. 제 얼굴이 어떤지.
그리고 그 때 깨달았어요. 그늘이 졌다, 행복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는 얼굴이 어떤것인지.

자라면서 겪었던 이 모든 일들로 인해서 저는 어른을 신뢰하지 않게 됐어요.
오히려 불신하는 쪽에 더 가깝게 컸죠.

희대의 탈옥범 신창원도 그런얘길 했어요. 집이 너무 가난하고 엄마도 없는데, 아버지와 계모는 자신과 동생에게 관심도 없고,
설상가상 학교 선생으로부터 '돈도 안가져오는데 뭐하러 학교와 꺼져 이 새끼야'라는 소리를 듣고
자신의 마음속에 악마가 생겼다고요.

저 역시 문제집을 계속 못사가자 선생이 저를 앞으로 불러 애들앞에서 'ㅇㅇ이는 부모님이 문제집을 안사주셔서 선생님껄 주게 됐다'라고.
그때 제가 느낀 심정은.. 수치심, 모멸감, 좌절감 이런 단어로 지칭할 수 없을 정도의 상실감이었어요.
집에 돌아와 그 말을 그대로 전했지만 새엄마는 피식 웃고 말고, 옆에서 같이 듣고 있던 분이 '그냥 내가 문제지집사줄까'하니 새엄는 됐다고 했어요.
그 뒤로 학교생활은 지옥같았어요.

이대로라면 제가 겪었던 것처럼 그 아이도 이 모든걸 겪으며 성장할텐데 그게 너무 가엾네요.
옛말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 어른들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잖아요, 조금의 곁을 내주는게 그리 힘들고 어려운 일일까요?
제게 어른들을 향한 불신을 심고 키운것은 누구였을까요
또, 그 아이의 마음 속에 악마를 심고 키우는 것은 과연 누구일지
저는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여겨져요.

불편했다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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