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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썰BOX/[부동산]썰

[부동산 스터디] 삼호어묵에게서, 30대 흙수저들에게 (by. 삼호어묵)

by 이야기NOW 2020.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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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학교 앞 골목에서 팔던 떡볶이는

한 그릇에 50원이었다

그래서 나는 가뭄에 콩 나듯 50원이 생기면

한참 고민을 때리곤 했다

떡볶이를 먹을 것이냐

오락실에 가서 스트리트 파이터 2를 한판 땡길 것이냐

보통 스트리트 파이터 2라고 하면

대부분 류나 켄으로 아도겐이나 어류겐

혹은 아따따뚜겐 같은 기술들을 많이 기억들 할텐데

이런 화려한 기술들은

어린 나에겐 콤보 조작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주로 가일로 무한 라데꾸를 날리든가

아니면 바이슨으로 사이코후레쉬 (*이건 그 시절엔 기술명도 몰랐음)를 하곤 했다

그때가 일곱살인가 여덟살인가 그랬을 땐데

물론 오락실 아재나 오빠들이

어린애라고 봐주는 법은 없었기 때문에

보통 처참하게 발리고

순식간에 50원을 날리고 돌아오곤 했다

떡볶이 사먹을 걸...ㅠㅠ

떡볶이냐 스트리트파이터냐

돌아보면 나에게 인생이란 이렇게 늘 선택의 연속이었다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은 다른 말로 말하면

포기의 연속이란 뜻이기도 하다

떡볶이도 사먹고 오락도 하고

둘 다 할 수 있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가진 돈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늘 뭔가를 하려면 뭔가는 포기해야만 했다

이건 뭐 흙수저랑은 관계없는 얘기긴 하지만

하다못해 팬질을 하더라도

H.O.T를 하든지 젝키를 하든지

둘 중 하나만 해야하는게 국룰이었다

자칫 둘 다 좋아했다가는

양쪽에서 다 잡팬이라고 욕처먹고 왕따당했다

참고로 나도 둘 중 한쪽의 팬이었는데

그 시절 상대 팬들한테 두들겨 맞은 자리가

요즘도 비만 오면 쑤신다

중고등학교때는 음악에 빠져서 CD 사대느라

문제집을 많이 포기했던 거 같은데

그 부분은 딱히 아쉽지는 않았다 ㅋㅋㅋㅋ

하다못해 지금 사는 집 들어올 때

인테리어를 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인테리어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거야말로 선택과 포기의 연속이다

바닥배관공사를 할것이냐

아니면 시스템에어컨을 할것이냐

결국은 둘 다 할 수 없었기에 눈물을 머금고

여태 결혼할 때 산 구닥다리 에어컨으로 버티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늘 원하는 걸 다 가질 수 없는 인생이었기 때문에

여태 소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면 겨울에는 따뜻한 방에서 자고

내 방을 가질 수 있고

먹고 싶은 건 먹을 수 있고...

물론 애초에 먹고 싶은 게

트러플을 얹어 캐비어로 장식한 푸아그라

이런 게 아니어서 그렇기도 하다 ㅋㅋㅋ

(어차피 먹어본 적도 없으니 먹고싶지도 않음)

내가 좋아하는 것 중에 비싼 음식이라면

소고기나 대게 정도인데

이 정도는 언제든 사먹을 수 있을 형편이 됐고

그 사실이 굉장히 행복하다

참고로 내가 흙수저 타령을 해서 오해가 있을수 있는데

나는 부모님을 결코 경제적으로 원망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무척 성실하고 검소한 분들이며

그 점에서 많이 배우기도 했다

비록 투자감각은 전혀 배우지 못했지만

근면성실 역시 내가 부모에게 물려받은 무형의 자산이다

사실 딸이 유명인이 되었다고 (?)

부모님이 많이 좋아하시는데

자꾸 흙수저 흙수저 해대니 서운하실것 같다

(친구분들이 '니네 진짜 콘테이너 살았냐?'고 묻는다고 함;;)

부모님은 나를 키우면서 없는 살림에

그래도 당신들 딴에는 최선을 다하셨고

내가 흙수저 흙수저 하는건

결코 부모를 원망하는 뜻이 아니라는걸 말해두고 싶다

물론 그냥 대충대충 편하게 살았어도

부모가 서울 번듯한 동네에 등기 한채

떠억하니 쳐 줄 수 있는 인생이었으면 훨씬 편했겠지만

그랬다면 내 집이 나의 트로피까지 되진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허리띠 졸라매고 아등바등 열심히 살아서

내 손으로 이뤄냈기 때문에

더 자랑스럽고 뿌듯하고 소중하고 그런거 아닐까

 

사실 대단히 큰 부자 된 것도 아니고 그럭저럭 중산층 정도지만

태어날때부터 중산층이었던 것과

내 힘으로 중산층까지 올라온 것은 기분이 전혀 다르다

남에게는 동네 뒷동산 정도였던 것이

나한테는 에베레스트 등반하는 수준이었으니까....

즉 기분도 에베레스트 정복한 기분이다

동네 뒷동산이라는 이름의

(내게는) 에베레스트에 올라와서 돌아보니

인생 쉽게 풀린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지만

이제와서는 인생 쉽게쉽게 흘러갔으면

그건 그것대로 재미없었겠다 싶기도 하다

게임도 그렇다

온라인게임 말고 콘솔게임은

대부분 난이도 설정이 따로 있어서

쉬움부터 가장 어려움까지 서너단계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쉬움으로 선택하면 진행 자체야 술술 되지만

결정적으로 재미가 없기 때문에

최소한 보통 난이도로 시작해서

한번 클리어하고 2회차 다시 할 때는 어려움

3회차 이상 가면 최고난이도로도 해보고 그런다

나도 물론 마음만은

괴물사냥꾼이고 트레저헌터고 전쟁의 신이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냥 중년에 들어서는 아짐이기 때문에

보통 난이도로 해도 힘들 때가 많다

하지만 한 네임드한테 수십번 죽으면서

하룻밤을 꼬박 샐 망정

한번도 쉬움 난이도로 플레이해 본적은 없다

너무 쉽게 풀리면 재미가 없거든....

 

얼마전 아이가 게임에서 뭔가를 꼭 사고 싶다면서

게임기 날짜 설정을 인위적으로 바꿔서 뭘 하겠단다

[돈이 무한으로 생기면 재미없지 않겠어?

내 힘으로 열심히 벌어 모아서 뭘 사야 재밌고

그 물건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지]

라고 말했더니 아이는 아직 이해 못하는 것 같다

나처럼 결핍을 많이 느끼게 하지 않으면서도

앞으로 이걸 이해할 수 있도록 키우는 것이

부모로서의 내 숙제인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지난 글을 쓰고 많이 당황했다

댓글에 울었다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여서

[이게 슬픈 부분이 있었나?;;;]

하면서 글을 다시 읽어보고 그랬다

내용은 전혀 울릴만한 게 아니었는데

같은 흙수저의 격려에 울컥하셨던 것 같다

물론 이왕 태어날거 금수저였으면 편하고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흙수저라고 인생에 백프로

다 나쁘고 힘든것만 있는 게 아니고

흙수저는 흙수저대로의 장점도 또 있다고

그러니까 힘들 내자고 말하고 싶었다

우리 모두 잘 해왔고 잘 하고 있다고....

여담으로 스트리트파이터2 얘긴데

놀랍게도 이걸 여태 하고 있는

고이다 못해 썩은물들이 존재한다 ㅋㅋㅋㅋ

ASMR처럼 멍때리고 보기에 좋다

"아~ XX 선수 기가 막힌 타이밍에 아도겐을 시도하네요!"

"아따따뚜겐이 제대로 먹혀들어갔죠~"

"별 돌았네요~!!!"

아재들이 진지하게 이러고 있는게 무척 재밌다

영상 하나 링크해드리니 동년배들은 일견하시라

심지어 한중전이다

 


[출처] 삼호어묵에게서 30대 흙수저들에게 (부동산 스터디') | 작성자 삼호어묵

 

 

 

[부동산 스터디] 삼호어묵에게서, 30대 영끌족들에게 (by.삼호어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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