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 아이디로 씁니다
동생이 익명인 공간에 하소연이라도 하라고
여기를 알려줘서
잠이 안 와 술 한잔하고 씁니다
글이 두서없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른 살 남자이고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원래 올해 3월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연기되었고
계속 미뤄지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 와중에 2주 전
20대 초반에 만났던 전 여친이
저의 아이를 낳아서 키우고 있다고
여자친구에게 디엠을 보냈고
여자친구가 저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여자친구가 보여준 사진 속의 아이는
저를 꼭 닮아있었습니다
그 후로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전 여친과 아이를 만났고
친자 확인검사를 했고
삼자대면을 했고
전 여친이 아이를 데리고
저희 부모님 집에 찾아와
한바탕 난리가 났었습니다
전 여친은 지금의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자신과 결혼해서 같이 아이를 키우자고 합니다
머리로는 그게 제일 옳은 길이라고 생각하지만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싶지 않고
전 여친과 결혼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전 여친은 성격이 강한 스타일이라
제가 늘 맞춰줘야만 했으며
무엇보다 남자들과의 술자리를 끊지 못해
항상 그 일로 싸워야 했습니다
참다 참다 1년을 못 채우고 헤어졌는데
바로 한 달도 안되서 새 남자를 사귀는 걸 보고
저도 남아있던 미련이나 정이 다 떨어져서
지금까지 생각 한번 안 해보고 살았는데
제 아이를 임신해서 낳고 키웠다니
너무나 황당합니다
황당하다 못해 괘씸하고 화가 납니다
그때 왜 임신한 걸 알리지 않았는지
그때 알았다면 아이 때문에라도 결혼했을 텐데
그리고 여태껏 알리지 않고 살다가
왜 하필 여자친구와 너무도 행복한 지금인 건지
그 이기적이고 독단적인 성격은 아직도 못 버려서
말도 안 하고 혼자 아이를 낳고
제게 알리는 것도
제가 여자친구를 통해서 듣게끔 하고
삼자대면에 아이를 데리고 오거나
무작정 부모님 집에 찾아가서
폭탄 터트리듯이 사실을 알리는
전 여친이 끔찍하게 싫습니다
그러면 안 되는 거 알지만
전 여친이 저럴수록 아이까지 미워집니다
제가 자기들을 버렸다고 생각해서
저에게 적대적이고
자기 엄마에게 무슨 말을 들었는지
여자친구를 흘겨보고 버릇없이 구는 아이에게
전혀 부성애가 생기지 않습니다
저를 너무도 빼닮았지만
혹시라도 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친자 확인검사를 하고
검사 결과에 너무도 낙담했던걸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금은 그때와 달리 아이 때문에
전 여친과 결혼하고 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이도 키우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같은 심정이면 양육비만 주고
다시는 전 여친도 아이도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저도 괴롭고 힘들지만
여자친구 역시 너무나 힘들어해서
그게 제일 가슴이 아픕니다
여자친구는 정말 좋은 사람이고
장인어른, 장모님도 너무나 좋은 분들이십니다
어제는 여자친구가 울면서
결혼 준비하면서 남들은 많이 싸운다는데
우리는 감정 상하는 일 한번 없었고
오빠네 가족들도 다 좋았는데
자꾸 우리 때문이 아닌 일로 결혼이 미뤄지고
(여자친구의 직장에서 일어난 문제, 코로나)
결국 이런 일까지 생기는 걸 보면
오빠랑 나랑은 인연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했던 말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다른 이야기 NOW⬇️⬇️⬇️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