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 직장인입니다.
언니는 29살 대기업에 다니고요.
우리엄마는 어릴때부터 자식 사랑이 굉장하셨어요. 좀 집착도 있었지만 안먹고 안입고 그 돈으로 어떻게든 자식들 가르치고 맛난거 먹이려고 애쓰신 걸 알아요. 특히 언니한테는요. 언니가 외모도 예쁘고 공부도 스카이 갈 정도로 잘했거든요. 취직도 잘했고요.
그런데..
언니가 상냥한 성격은 아니라 엄마말에 늘 틱틱거리고 짜증내고 말을 잘 안들어요. 대학은 좋은 곳에 갔지만 놀다가 기숙사에서 쫓겨나거나 사채를 써서 엄마가 갚아주거나.. 이런 일이 많은 편이라 엄마한텐 아픈 손가락입니다.
암튼!
취업도 했고 저같으면 엄마 용돈은 못드릴망정 잘해드릴거 같은데..
오늘 저녁 갈등이 터졌습니다.
언니가 퇴근길에 음식포장을 해왔어요.
참치회였고 맛있는 집의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먹고싶었대요.
저는 뭐 그런가보다, 하고 별 관심없이 다른 일을 하고 있었고.. 언니가 식탁에서 참치회를 차리니, 엄마가 좀 먹어보자고 앉으셨어요.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회입니다. 그것도 참치회인데 비싸서 잘 못드셨어요. 그래서 제가 가끔 엄마랑 횟집가서 회를 사드립니다)
그런데 언니가 신경질을 팍 내더니
"나먹으려고 사온거야! 손대지마!" 라고..
엄마가 당황하시다가 정말 섭섭한 눈빛으로
"내가 널 어떻게 길렀는데 회 몇조각 못주니?"라고 했습니다.
언니는 아이씨!하면서 회를 들고 자기 방으로 갔고요.
혼자 먹으려고요 ㅜ
그모습을 보니 울컥했어요.
엄마는 한번도 딸이 사온 음식을 먹어보겠다는 말을 한적이 없어요.오히려 좋은 음식을 사서 딸 입에만 넣기 바빴지.. 엄마가 먹어보자고 한 건 오늘이 처음이었습니다.
화가 나서 제가 언니한테 갔는데,
언니는 내가 먹으려고 산 건데 왜 남을 줘야하냐고; 저를 한심한듯 쏘아붙이더군요.
엄마는 우시고..
이럴경우 언니 입장을 이해해줘야 하는걸까요?
언니는 제가 이기적이래요. 음식을 나눠주는건 당사자가 결정할 건데, 가족이라고 해서 함부로 맛볼 순 없다는 겁니다.
집 분위기가 냉랭하네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댓글 하나하나 읽었습니다.
눈물도 나고 분개하기도 하고.. 저는 언니 그런 면에 익숙(?)해져서 이정도로 남들 눈에 비치는지 잘 몰랐어요.
주작이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언니가 개차반이었군요. ㅎㅎ..
모든걸 걸고 실제사실이고요.
사실 참치회 사건은 그동안의 수많은 사건 중 가장 약한 편입니다. ㅎ.. ㅠ
엄마아빠가 오냐오냐 키우지만은 않았어요.
막나갈때나 버릇없을때 매도 들고(일년에 한두번이지만), 엄하게 야단도 치고 그랬어요.
근데..
언니는 이미 초4때 매를 드는 엄마 회초리를 빼았아 분질러 베란다 밖에 버렸고요. 그때부터 부모님께 욕을 했던 것 같아요. 아빠엄마는 힘이 세진 언니 훈육을 포기(?)하셨습니다만.. 어쨌든 달래가며 구스르며 이뻐라 키우긴 했습니다. 저는 뭐..언니 감정 쓰레기통으로 언니한테 맞고 컸고 용돈 뜯겼고.
네.
쓰고나니 진짜 콩가루같네요 ㅜ
언니 대학때는 엄마가 화가 너무 나셔서, (사채 쓴 이유로) 초4이후 처음으로 매를 들고 언니를 쫓아가다가 넘어져서 다리뼈에 금이 가서 입원했습니다.. 언니는 내가 민것도 아닌데 왜 병원에 가느냐! 고 말해서 제가 엄마를 간호했고요. 언니는 오지 않았습니다..
여튼.
쓰고보면 더 막장같은 내용이 많은데요.. 언니는 밖에 나가면 인기많은 인기녀예요 ㅎㅎ.. 친구한테나 다른사람한텐 진짜 잘해줍니다. 언니 실체를 아는 사람은, 어려서 같은 아파트 살아서 우리집에 자주 놀러왔던 몇몇 언니 친구들 정도랄까.
언니친구들이 놀라면서
"야, 너 착한 동생 왜 때려? 나같으면 ㅇㅇ이가 동생이면 업고다니겠다"
"야 부모님께 그러는거 아냐 너 왜그러냐?"
이런 말을 할 정도였어요.
내심 그 언니친구가 내 친언니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습니다.
여튼..
조언 감사합니다.
일단.. 오늘 점심에 맛있는거 엄마랑 먹는다니까 콧방귀도 안뀌고 방에 들어가네요.
(고구마라 죄송해요)
왜냐면 언니는 더 맛있는거 비싼걸 사먹을 재력도 되고 친구도 많거든요.. 그런 걸로 눈깜짝 안할 줄알았습니다 ㅜ
엄마께 돈받으랬더니 엄마는 댓글 예상대로 어떻게 딸인데 그러냐고 오히려 절 나무라시네요..
암튼.
너무 많이 분노해주시고 조언해주셔서 고구마나마 후기를 드려야할 것 같아 썼습니다.
++ 판에 글은 처음이라 이어쓰기 할 줄 몰라 이렇게 따로 글 남깁니다.
댓글 읽고 깨닫는 바가 많았어요.
아..
엄마와 언니는 변하지 않겠구나.
나를 챙겨야겠구나.
특히, 댓글 중에서 이걸 읽을 때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쓰니도 회 좋아하죠? 그런데 엄마는 쓰니한테는 먹어보란 소리없이 혼자서 식탁에 앉아 참치회를 먹겠다고 했나요?)
이 댓글을 읽고 울었어요.
네.
그동안 너무 이런 패턴에 익숙했었나봐요.어차피 난 안줄테니까.. 처음부터 먹고싶다라는 말을 꺼낼 생각도 한 적이 없었네요.
암튼.
조심스럽게 엄마께 자취하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난리가 났습니다 ㅜ
그래요..제가 없으면 효도해줄 딸도, 넋두리 들어줄 딸도 없어질 테니 싫으시겠죠. 천하의 불효딸이라며, 결혼이 아니라면 자취는 절대 불가라고 하셨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제 월급 모아서 독립 준비를 몰래 해볼까합니다.
그러면서 한가지 알게 된 사실이.. ㅜ
부모님집 아파트가 자가가 아니라 전세라고 합니다.
이유는 언니가 꼭 투자하고 싶은 집이 있다며..
우리집은 전세로 살고,
집 돈을 언니한테 줬대요.
그리고 언니명의로 서울에 집한채 샀다고.. 제가 황당해서 있으니, 언니집이 그래도 몇달새 꽤 올랐다며 좋아하시더라고요.
가족인데 누구 명의면 어떻냐고.. 하하..
그러면 상속..까진 생각하는 불효녀가 되긴 싫지만.. 훗날 상속받을 것도 제겐 0원인 거 맞죠?;;
그 얘길 듣고 확실하게 마음을 굳혔습니다.
아무튼..
조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이상 후기는 쓰지 않을게요. 월급 빡세게 모으고 제가 돈벌 궁리를 찾아서 살겠습니다. 판에 올리기 진짜 잘했어요..
27년만에 정신을 차렸네요 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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