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귀여운 시어머니 얘기 좀 할까봐요
저번 주말에 남편한테 전화하셔서는 5인 이상 집합금지인데 저희 식구가 3명이고 시부모님까지 하면 5명이니 오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눈치없는 우리 남편은 그러게 안그래도 어떡하나 했는데 엄마가 먼저 얘기해주니 마음편하게 안가도 되겠다고 했지요.
저희 친정은 아빠가 암수술 받으셨었고 완쾌 후 고향으로 귀농하셨어서 안 찾아뵌지 8개월 정도 된거 같아요.
간만에 4일동안 집에서 쉬면서 영화도 보고 하자고 하더라고요.
물론 저는 시어머니가 진심이 아닐거라는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야할거라고 예상은 했었지만요.
아니다 다를까 시아버지가 전화하셔서 시어머니가 그래도 명절인데 너무 쓸쓸하겠다고 눈물짓고 있다고 하시대요.
그러니 남편이 어차피 30분거리니까 가서 떡국만 먹고 오자더군요.
자는건 힘들거 같고 당일날 아침에 가서 떡국먹고 과일먹고 세배만하고 오자고요.
평소같았으면 무슨 소리냐고 와서 자야지 하셨을텐데 웬일로 자고 가라고 안하시네 절대 그냥 넘어갈리 없는데 싶었어요.
그리고 오늘 아침에 준비하고 아이 한복으로 갈아입히는데 아이가 장난하다가 한복 밟고 넘어지려는거 붙잡다 제 팔목이 삐끗했어요.
움직이지도 못하겠는거 간신히 옷갈아입고 응급실 갔는데 인대가 늘어나고 근육이 놀랐다고 반깁스 했어요.
코로나때문에 시간도 많이 걸려서 원래는 7시 반에 출발해서 8시쯤 시댁가서 9시쯤 떡국먹는 계획이었는데 병원 나오니 9시 다 되가더라고요.
시댁가니 어머님이 다 준비해 놓으셨고 먹는데 다쳤다니 말은 못하고 뚱해서 계시더라고요.
아니나 다를까 시아버지가 니네 엄마가 다같이 오손도손 만두만든다고 준비해놨는데 어떡하냐고 하셔서 아범이랑 같이 하시면 되죠 제가 도울수 있는건 도울게요 했죠.
만두피 200개 분량과 동태, 호박, 꼬치, 동그랑땡전 부칠것과 잡채, 갈비찜 하려고 준비해 놓으셨대요.
딱보니 음식하다보면 많고 힘들어서 자고 가지 않을까 싶었던 모양이에요. ㅎㅎ
김치 2포기를 물에 헹궈놓으시고 동태도 해동시켜 놓으시고 갈비도 핏물빼고있고 당면도 물에 담가놓으시고 했으니 안할수도 없으니 해야지요.
저를 부려먹으려고 했는데 혼자서는 할 수 없고 요리똥손인 시아버지와 남편이랑 같이 해야하는데 가르쳐가면서 하는데 너무 웃기더라고요.
저도 처음엔 도와드린다고 옆에 있었는데 진짜 아프기도 했고 엄살 좀 부리니 시아버지와 남편이 얼른 나가서 애보라고 하고 아이도 방해하니까 애데리고 놀다 낮잠도 잤네요.
일어나서 나가보니 어머님 다크써클이 턱까지 내려와서 머리도 난리고 저를 째려보셔서 어머님 죄송해요 애재우다 약기운때문인지 같이 잠들어 버렸네요 하니 시아버지와 남편은 아프니까 쉬는데 뭐가 미안하냐고 하고 시어머님만 붉그락 푸르락 하시고요.
아이가 배고프다고 하는데 아직 먹을 수 있는게 없어서 시댁에서 처음으로 짜장면 배달시켜 먹었어요.
처음으로 눈치없는 시아버지와 남편이 콤보로 이렇게 마음에 쏙 든적이 없어요. ㅎㅎ
그동안 눈치없는 부자덕분에 교묘하게 저 괴롭히려고 하시던 시어머니가 혼자 독박썼으니 다음엔 또 어떤 머리를 쓰실까 싶긴 하지만 이렇게 통쾌할 수가 없네요.
음식 다하고 남편이 피곤하다고 자고 가야겠다는데 내일도 며느리한테 밥해주고 해야할것 같으니 음식 싸주면서 가라고 하셔서 집에 왔어요.
오면서 갑자기 생전 안하던 만두는 한다고 해서는 너무 피곤하다고 투덜대더니 집에 오자마자 뻗어 자네요.
낮잠잤더니 잠은 안오고 맥주 한잔하고 싶은데 팔때문에 마실 수는 없고 천천히 쓰고 있어요.
며느리가 세상에서 제일 이쁘다고 하시는 시아버지와 시부모님이랑 같이 삼계탕 먹는데 뼈발라주는 남편이 꼴보기 싫어도 며느리만 괴롭히는 시어머니 때문에 스트레스 꽤 받았었거든요.
오늘은 좀 안타깝고 귀여우시고 그러네요.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추가
아... 다들 제가 여태 시집살이 당했다고 생각하셨나봐요.
제가 그렇게 순둥순둥한 며느리는 아니고, 시어머니는 시아버지나 남편은 절대 모르게 세상 인자한 시어머니는 코스프레를 하실거기 때문에 본색은 드러내지 않으실 거에요. ㅎㅎ
그리고 눈치없는 시아버지나 남편은 항상 제편이라 걱정 안해요.
아마 추석때는 시아버지나 남편이 나서서 저번에 너무 힘들었다고 음식 사자고 할거에요.
평소엔 시아버지가 시어머니한테 져주시지만 주도권이라고 해야하나 그런건 시아버지가 가지고 계시거든요.
아직도 좀 모르겠는게 남편은 항상 아이보다 제가 1순위라고 하고 제말이면 죽는 시늉이라도 하지만 눈치가 없는거고요.
시아버지는 눈치없는 척을 하시는건지 진짜 없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며느리 사랑이 넘치시고 무뚝뚝하던 아들이 며느리한테는 강아지마냥 꼬리흔들고 있는게 꼴보기 싫은 시어머니의 미움을 산거라 조금은 이해도 되기 때문에 귀엽다고 한거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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