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선배와 모임에 갔다가 귀가하는 중이었음.
잠깐 이분으로 말씀 드리면 술을 매우매우 사랑하시며, 한달에 대리운전만 15회 이상 부르는 대리운전 회사의 VVIP고객이심.
혹시나 일행 중에 술을 안먹은 사람이 있을 시 주저없이 운전대를 넘기기 위해, 보험도 누구나 운전 가능 특약으로 해놓고 다니시는 분임.
따라서 술을 못하고, 짬도 안되는 본인은 언제나 모임 때마다 전용기사가 되어야 했음 ...ㅜㅜ
그 날도 선배는 막걸리 두되를 가뿐하게 클리어 한 뒤 나에게 운전대를 넘기고 조수석에서 아저씨 냄새를 풍기고 계셨음.
주말 저녁이라 차는 무지하게 막혔고, 혼자 궁시렁 거리면서 신호대기 중이었는데
뒷범퍼 오른쪽으로 뭔가
쿵!!
하고 와서 들이받음.
내 차가 아니기 때문에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안쓰고 그냥 가고 싶었지만, 예의상 내려서 확인을 함.
당시 편도 3차선 도로였고, 1차선은 좌회전, 2차선은 직진, 3차선은 직진 우회전 차선이었음.
우회전을 하려고 3차선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중에 옆 식당에서 후진으로 차를 빼다가 뒷 범퍼를 박은거였음.
사고 부위를 확인하고 있는데 상대차 운전석에서 창문을 내린 채 자주 아줌마가 고개만 빼꼼 내밀고 있었음.
선배는 차를 한 번 쓱 보더니
이 차 수리하려면 부품도 구하기 힘들고, 수리도 오래 걸린다며(아부지에게 물려받은 92년식 벤츠 S클)
그냥 덴트집 가서 알아서 할테니 5만원만 달라고 함.
아... 사람 좋은건 진작에 알았지만 이렇게 보살일줄이야...
나한테만 독한거였음...ㅜㅜ
근데 예상과는 다르게 차주 아줌마가 우리를 향해 불같이 화를 내심.
자기는 분명히 도로에 차가 없는 걸 확인하고 후진을 했는데, 우리가 무리하게 지나가서 사고가 났다고 노발대발 하심.
아줌마... 나 신호대기 중이었어요...
사고나기 1분 전부터 여기에서 꼼짝없이 서있었는데요...
아무리 말해도 귓등으로도 안들음.
무조건 나보고 잘못했다고 버럭버럭함.
그 와중에 선배는 차근차근 설명을 하며
이건 아줌마가 잘못 하셨고, 사고 접수하면 일이 너무 커질테니까 그냥 5만원만 달라고 아줌마를 달램.
아줌마 잠시 생각을 하더니 남편 부를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함.
기다리는 동안 사고부위를 보며 이걸 5만원으로 어떻게 할거냐고 물으니
그건 이제부터 네가 알아봐야지 라면 사악하게 씨익 웃음.
아... 아줌마 기왕 박을거 저놈의 주댕이도 같이 좀 받아 주시지... 싶었음.
그렇게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옆으로 경찰차가 옴.
그러더니 아줌마가 경찰분들과 같이 오셔서는 처음과 같은 기세로 또 다시 버럭버럭함.
??????? 이게 뭔일임???? 나 괜히 지은 죄도 없는데 막 움츠러들었음.
나 인터넷에 뭐 글쓴 것도 없고, 댓글질도 안하는데 남영동 끌려가서 물고문 당하나 싶었음.
알고보니 선배가 아줌마에게 5만원만 달라고 이야기 할 때 술냄새가 풍겼고,
아줌마는 남편에게 전화한다면서 경찰에 신고를 함.
ㅋㅋㅋ음주운전자랑 사고 났다고ㅋㅋ 잡아가라고ㅋㅋㅋ
그러면서 처음처럼 자기는 잘못이 없는데, 쟤들이 와서 박은거라고 웅변을 하심.
목이랑 허리가 아프다는 말도 빼먹지 않으심.
결국 본인 음주 측정 함.
당연히 안뜸.
엉겹결에 옆에 있던 선배도 음주 측정 함.
0.04% 인가 나옴.
이 정도면 훈방이고, 설령 선배가 운전했다고 하더라도 훈방 수치이기 때문에 음주운전 성립이 안된다 하심.
선배는 동승자이고, 본인이 운전석에서 내리는거 보지 않으셨냐, 나도 술 먹은거 같더냐? 라고 물으니
본인이 운전한 것도 알고, 본인에게 술 냄새가 나진 않았지만 혹시 몰라서 그랬다 함.
뭐 술이야 그렇게 오해할 수도 있겠다 싶었음.
거기까진 이해할 수 있음.
근데 우리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자꾸 허위 진술하시냐고, 그렇게 못 미더우시면 경찰도 온 김에 CCTV 돌려서 따져보자고 하니 미안하다고 5만원을 슬그머니 건내심.
"첨부터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였으면 좋게 넘어갈 일을 자꾸 크게 만드시네요. 벤츠 수리비로 5만원 달라고 한게 그리 아까웠어요? 됐고, 그냥 보험사 불러서 원칙대로 해요." 라고 웃으면서 말씀드림.
아줌마 벤츠 소리 듣자마자 눈이 똥그래짐.
그냥 오래 된 승용차인줄 아셨던듯...
결국 아줌마는 미안하다는 말만하며 끝까지 보험사를 안부르심.
우리쪽 보험사 직원만 와서 이거저거 조사하더니 상대편 보험사에서 대물접수 할거니까 사업소 가서 수리하면 된다고 그냥 가라고 함.
보험사 직원이 아줌마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하면서 5만원 받고 그냥 정리 하자고 한거면 차주분이 천사인데 어쩌자고 그렇게 말씀하셨냐며,
연식 오래 된 외제차가 기피대상 1순위 인데, 부품수급에 문제 생기면 렌트비로 아줌마 대물한도 넘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 함.
그제서야 상황 파악이 된 듯 아줌마 울먹울먹 하심.
나중에 보험사 직원에게 선배가 이야기 듣기론 첨부터 자기가 잘못한 일인거 같긴 했는데, 선배가 예상치 못하게 좋게 좋게 마무리 하려고 하는 걸 보고는,
자기가 잘 못 한게 아닌가? 아님 저 사람이 뭔가 찔리는게 있나? 싶어서 오히려 더 버럭버럭 한거라고 했음.
여튼 그렇게 마무리 하고
선배는 한달동안 동급차량으로 렌트하고 다니심.
부품이 안구해져서 렌트를 더 해도 되는 상황이었으나 사람이 그러면 안된다고 대충 수리하고 마무리 함.
이건 약간 반대 이야기.
몇해전 출근길이었음.
상습 정체 구간이라 멈춰있는데 뒤에서 뭐가 쾅! 하고 들이 받음.
올림픽 대로 본선으로 합류하는 구간이었는데, 상대방 차주가 본선합류하려고 뒷차만 보다가 정작 앞에 있는 날 못보셨음.
게다가 빗금 친 안전지대에서 튀어 나오셨음.
빼박 과실 100%
가뜩이나 짜증나는 출근길에 사고가 났으니 인상을 확 쓰면서 내렸음.
상대방 차주가 할아버지임.
내리지마자 죄송하다고 연신 폴더 인사를 하심.
어디 다친 곳은 없냐며 죄송하다고 하심.
사정을 들어보니 할머님이 전날 급하게 병원에 입원하셨고 아침에 집에 잠깐 들러 짐을 챙기고 병원으로 가는 중, 맘이 급해서 사고를 냈다고 하심.
그 와중에도 계속 다친데는 없냐고 괜찮냐고 하심.
차를 보니 뒷 범퍼가 좀 많이 깨졌음.
교환을 해야 할 것 같았음.
안그래도 뒷 범퍼에 자잘한 상처들이 많이 교환하고 싶었는데 이런 경우가 생기니 본인도 사람인지라 솔직히 욕심이 좀 났음.
근데 다친데 없냐고 연신 걱정해주는 할아버지를 보니 뭔가 마음이 불편함.
뒷범퍼는 어차피 교환하려고 했던거고 다친 곳 없으니 그냥 가시라고 보내드림.
그래도 그건 아니라고, 차 수리하고 치료도 받으라고 사고접수 하시려던 걸 겨우 말리고 그냥 보내드림.
가면서도 연신 미안하다고 하심.
한줄요약: 진심을 담은 사과 한마디의 힘은 생각보다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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