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이야기➰
안녕하세요
얼마전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에게 9년 만난 전 여자친구가 있었다는걸 알게되었다는 글을 쓴 사람입니다
결론적으로 지금 남자친구와는 결혼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남자친구는 이미 대강 본인 짐을 챙겨서 나갔고 다음주 부터 짐을 싹 다 정리하려 합니다.
그 집에 혼자 남아 엉엉 울다가 문득 여기에 글을 남기며 조언을 얻었던게 생각나 후기 아닌 후기를 남기러 왔네요..
많은 분들이 써주신 조언과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을 줄 몰랐어요.
수많은 댓글을 밤새 반복하고 읽고 읽고 또 읽다가 결정에 앞서 남자친구에게 먼저 물어보는게 우선 되어야 할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금요일 저녁에 결국 제가 먼저 남친에게 얘기했습니다.
그때 사실 너가 술먹고 들어와 전여자친구 이름을 부르면서 한참을 울었다구요.
남자친구도 기억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냥 말이없었어요.
결국 제가 내가 아무리 잊으려해도 그 순간이 자꾸 날 몰아넣는다.
내가 모든 사실을 알고 내린 결정이 올바른 결정이 되지 않겠느냐.
나중에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었고 결정에 후회가 든다면 나는 너를 정말 죽을만큼 원망할지도 모른다 라고 얘기했어요.
대체 너의 마음이 어떤지 그냥 다 솔직하게 말해달라구요.
한참 간의 얘기 끝에 결국 남자친구가 얘기해줬습니다.
그 여자와는 내 인생에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한 사람이라 잊기가 쉽지 않았다구요.
그 여자는 하고 싶은게 참 많은 사람이었고 그만큼 바빴다고 해요.
그래서 항상 남친이 그 여자를 챙기는 입장이었다고 합니다.
또 좀 무뚝뚝한? 그런 면이 있어서 항상 애정의 크기가 조금 다르다고 느꼈답니다.
자기가 더 좋아하는 연애였다고 그러더라구요.
하지만 자기가 참 많이 좋아했고 또 자기가 정말 최악인 시기가 두번 있었는데 그때 옆에서 한번 군소리 없이 자기를 도와주고 챙겨주고 했었던 사람이었다고 했습니다.
남친이 지금은 좋은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남친의 취준 당시 자소서도 봐주고 취업 준비도 도와주고 했었나봐요.
결국 지금 내가 쥐고 있는건 대부분 그 여자의 도움이 있었다 라고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제 자격지심이 참.. 무섭더라구요.
몇몇 분들이 예상하신것처럼 남친 학벌이 좋습니다.
이전까지는 그거에 대해 열등감 같은건 하나도 없었고 그냥 똑똑하고 듬직한 내 남자친구 였는데 그런 남자친구가 자기의 모든건 그 여자가 도와줬다니..
그냥 참 제가 못나보이고 그렇더라구요..
그렇게 만나면서 남자친구가 그 여자한테 이전부터 부탁했던게 해외로 나가지는 말아 달라는거 그거 하나였답니다.
대학때부터 여자분이 교환학생을 가겠다, 해외 주재원이 되고싶다.. 이런 얘기를 자주 했었나봐요.
그런데 결국 그 여자분이 해외 발령이 떨어졌다고 해요.
그 사실을 자기한테 말하는데 정말 화가 많이 났다고 합니다.
이 사람이 자신과의 미래를 그리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요.
그 여자분이 해외로 함께 나가자고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거절했고 결국 남자친구가 먼저 이별을 통보했다고 해요.
가면 이제 시차도 맞지 않을 거고 그 여자는 점점 바빠질텐데 자기가 그걸 기다리며 버텨낼 자신이 없었대요.
한번 그분이 더 잡았지만 거절했고 결국 그분은 혼자 해외로 나가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1년동안 정말 너무너무 힘들었대요.
그러다가 저를 만났고요.
저는 정말 어느 방면에서 봐도 그 여자분이랑은 정말 다른 사람이었다고 했습니다.
붙임성 좋고 잘 웃고 그리고 주변을 돌아볼줄 아는 그 모습까지요.
항상 챙겨주는 연애를 하다가 자기가 챙김 받게 되는게 참 익숙하진 않았지만 또 좋았다 하더라구요.
날 참 좋아해주고 잘 챙겨주고 하는 절 보면서 이 사람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대요 그래서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구요.
그럼 그때 왜 울었냐고 물으니
한동안 묻어 놨던 기억들을 보니 그냥 많이 서럽고 슬펐대요.
그러더니 갑자기 제 이름을 나직하게 부르는데
그냥.. 여자의 감이란게 있잖아요..
이 사람이 결혼을 못하겠다고 말하겠구나.. 라는 느낌이 확 오더라구요
그때부터 진짜 눈물이 막 났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사실 자기도 술 먹고 했던 일 모두 기억한다 그 뒤로 생각을 계속 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너와 결혼하는건 너한테 참 못할 짓이라 생각한다 말해더라구요.
대체 그 마음이 뭐냐고 또 바보같이 울으면서 물었네요.
그 여자를 완전히 잊지 못한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그럼 대체 나랑 왜 결혼 하려 했냐고 하니
그 여자와 만날때 날 힘들게 했던 점들이 너에게는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자신을 많이 사랑해줘서 이런 사람과 결혼 하는게 맞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라구요.
날 사랑하긴 했냐고 물으니
그냥 미안하다고... 그러더라구요... 정말.. 다시 그 순간을 떠올리니 눈물이 또 나네요..
그때는 다른 종류의 사랑이라 믿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사랑이 아니었던거 같다고 했습니다.
그 순간 제가 너무 비참해지더라구요.
사람이 너무 너무 비참해지고... 나는 왜 잘못한게 없는데 이런 비참한 기분을 느껴야 하지..
아직도 정리가 잘 안되네요.. 죄송합니다..
나는 정말 내 일생일대의 사람이라 생각했고 내 모든 순간에 충실했는데
남자친구에게는 그게 아니라 그냥 그 여자를 사랑하는 과정 속에 한순간 제가 있었던 거잖아요..
댓글을 모두 읽어 보던 중 한분이 자신도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에게 돌아가는 한 모퉁이였을 뿐이라고 했는데
결국 저도 그런 사람이었네요..
너무 너무 화도 나고 억울하고 눈물도 나고 서러워서 남친에게 처음으로 소리를 지르면서 엉엉 울었습니다.
남친은 그냥 자기를 원망하라면서 정말 미안하다고 파혼도 그냥 자기 잘못으로 파혼했다고 얘기하라고 집도 가전도 다 제가 가져가라고... 제가 원하는건 그런게 아닌데도..
참 무서운게..
남친도 맺고 끊음이 분명한 성격이라 다정한 사람이지만 무조건적으로 다정했던것만은 아니었어요.
저에게는 참 다정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는것도 남편의 좋아하는 점 중 하나였는데
이전까진 그렇게 다정하던 사람이 마음을 확실히 정했는지 제가 그렇게 엉엉 울면서 마음을 주체하고 있지 못한데도 손한번 잡아주질 않고 가만히 있네요..
저를 완전히 끊어냈다는 거겠죠..
결혼까지 약속한 저를 이렇게 쉽게 끊어낼 사람이...
그 여자는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잊지 못한다는것도
저를 너무 비참하게 만들어요..
제가 진정이 된 이후 남친은 자신이 나가겠다며 짐을 챙겨 나갔습니다.
저 혼자 그 집에 남아 멍청하게 울고 후회하고 하고 있어요.
원래는 남친이 그냥 내 20대를 함께한 사람이라 순간 감정에 휩쓸렸다 이정도만 얘기했어도 남친과 결혼하려고 마음을 먹었었어요.
지난 세월이 9년이라지만 결혼을 하게 된 이후는 그보다 수십 년의 세월을 더 함께 살게 될테니까요.
지나고 나면 작은 해프닝이 될수 있지 않을까.. 라는 헛된 기대를 품고 있었네요.
그 와중에 제가 정말 정말 바보같은 점은..
그 와중에 내가 그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않았다면
그 드라이브를 보지 않았다면..
그래서 그 기억을 헤집지 않았다면... 하는
그런 후회가 자꾸 든다는 겁니다
날 사랑하지 않았고 다른 여자를 잊지 못했고 당연히 그 여자가 돌아오면 흔들릴 수 밖에 없는 남자인데도 그 사진들을 보지 않았다면 지금 함께 결혼 얘기를 하고 있었을 텐데 하고
계속 계속 괴로운 마음이 들어요..
저 정말 바보같죠...
오히려 이 사실을 지금 알아서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텐데
자꾸 자꾸 그런 후회가 들고 너무 괴로워요..
사실 저는 외동에 엄마도 오래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가족이라고는 아빠 하나뿐인데 아빠한테 이런 제 모습을 보여드리는건 죽기보다 싫어요.
친구들에게는 차마 남자친구가 사실 9년만난 전여친을 못잊어서 파혼한다는 얘기를 꺼낼수도 없네요.
그래서 이곳에 글을 쓰고 많은 분들이 동생처럼 긴 조언을 해주시는걸 보면서 크게 위안을 얻었던것 같아요.
처음엔 이 상황을 헤쳐 나갈 조언이 너무 절실해 글을 두번 업로드 하면 더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 주시지 않을까 라는 단순한 생각에 글을 두개 올렸는데
이것 때문에 많은 분들이 오해를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이후에 올린 한개는 조언해 주신 모든 댓글들을 몇번이고 읽어본 이후에 삭제하게 되었습니다.
혼란을 드려서 죄송해요.
어쩄든.. 제 상황은 결국 이렇게 마무리 될것 같습니다
솔직히 남자친구가 다시 돌아와 그래도 결혼을 진행하자고 하면 바보같지만 제가 흔들릴걸 알아요.
하지만 절대로 그럴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 결혼은 이제 완전히 끝난 거겠죠..
정말 너무 좋은 사람이고 하늘에서 내려준 인연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또 저만의 생각이었네요..
전 여친을 잊지 못한 채로 결혼 약속까지 한 남자친구
정말 최악의 남자인거니까요..
정말 많은 분들이 댓글을 남겨주셔서 이후 어떻게 했는지는 말씀 드려야 할것 같아 다시 긴 글을 썼습니다.
사실 제 상황에 대해 한탄할 창구가 절실히 필요하기도 했구요.
동생 처럼 조언을 남겨주신 모든 분들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