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곧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입니다
너무 혼란스러운 마음에 이 글을 씁니다
글이 조금 길어저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예비 남편(그냥 남친이라 지칭할게요)은 저와 1년도 채 만나지 않은 사이입니다
처음 만났을때부터 저는 남친에게 호감이 있었고
이후 계기가 생겨 제 적극적인 대쉬로 만나게된 케이스 입니다
남친은 참 다정하고 좋은 사람입니다 그 모습에 제가 푹 빠졌으니까요
음식을 하나 시켜도 자기 메뉴도 제가 먹고싶은걸로 시켜주고
영화를 봐도 무엇을 해도 항상 제가 우선이었습니다
연애 전에는 좀 무심한 사람이라 생각했으나 오히려 연애 후에 참 다정해져서 마냥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만나는 자리에서도 여전히 다정해
친구들이 어디서 저런 남자를 얻었냐고 둘이 정말 보기 좋다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곤 했으니까요
그동안 제게 너무 못해주는 남자들만 만나와서 그런지
남자친구의 이런 사소한 배려와 다정함이 제게 크게 다가왔고
제가 먼저 결혼하자고 남친을 조르고는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항상 제가 먼저 표현하고 조르곤 했네요..
하여튼 남친도 숙고 끝에 결혼 하자고 하였고 이후에 제게 정식으로 프로포즈 하였습니다
그저 마냥 행복한 날들이었어요
이후 식을 올리려 했으나 코로나 때문에 식을 곧장 올리기에는 어려움이 있을듯해
먼저 살림을 합쳤습니다
그리고 함께 산지는 세달 가량 된 상황에서 며칠전 제 노트북이 작동되지 않아 남편 노트북을 잠시 빌렸습니다
남편은 외출한 상태였고요
이것저것 일을 보고 있는데 문득 남편이 얼마전에 핸드폰 사진을 모두 드라이브에 백업했다는 이야기가 기억나더라구요
그동안 찍은 사진이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드라이브를 열어보니 자동로그인 되어 그동안의 사진이 쫙 떴습니다
저와 찍은 사진들.. 개인적으로 캡쳐한 사진들.. 별 생각없이 웃으면서 스크롤을 내리는데
쭉쭉 내리다보니 한 여자와 함께 볼을 맞대고 찍은 사진이 있었습니다
사진 날짜를 확인하니 다행히 저를 만나기 1년전 이더라구요
전여자친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처음엔 뭐 저도 전에 사귀던 사람이 있었고 이정도 사진은 많이 찍었었으니까
귀엽네 하면서 별 생각 없이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내려도 내려도 그 여자분 사진이 자꾸 나오더라구요
끝까지 내려 연차를 세보니 9년이었습니다
그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네요..
9년간의 연인.. 그 사이 둘은 참 많이도 함께했는지 데이트 사진은 물론이고 해외 여행을 간 사진도, 함께 캠핑하는 사진도,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도, 남자친구가 군복을 입고 함께 찍은 사진도.. 스크롤을 쭉쭉 내렸지만
그 사진들이 제 뇌리에 박혀서 떠나질 않아요..
남친은 장난기가 없고 다정하기만 한 사람인줄 알았는데 함께 찍은 사진을 보니 그것도 아니더라구요 둘이 우스꽝스러운 얼굴로 찍은 사진도 많고..
그 순간 갑자기 떠오른게 이전에 남친과 함께 티비를 보는데 한 해외 여행지가 방송되더라구요
남자친구가 그때 당시에 난 저 여행지 싫어한다 라고 하면서 급히 채널을 돌렸는데
보니까 그 여행지에서 전여자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도 있었네요..
둘이 함께 하지 않은 사진이 없었어요 심지어 남자친구 부모님과 함께 식사하는 사진도 있더라구요..
허락 없이 사진첩을 본 건 제 잘못이고 또 사실 남친이 9년동안 만난 여자친구가 있다는것 자체도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엔 컴퓨터를 꺼버리고 침착하려고 노력했어요
이후 남친이 귀가해도 애써 평정심을 다스리려 했구요
하지만 그 이후 순간순간이 말라가는 느낌이더라구요
남자친구와 함께 영화 이야기를 하다 그 영화 봤었다 라는 얘기만 들어도
그 여자랑 함께 봤겠지.. 란 생각에 마음이 우울해지고
무슨 케이크가 맛있더라 라는 이야길 해도 그 여자랑 먹어봤겠지.. 란 생각에
미칠것만 같은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결국 남친한테 이야기 했습니다 허락없이 사진첩을 본 건 미안하다 하지만 9년 사귄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왜 말해주지 않았냐 라고요
남자친구도 당황하더니 얘기할 필요를 못느꼈다 지금은 완전히 끝난 사이다 신경쓰지 마라 라고 애기했습니다
그럼 둘이 왜 헤어졌는지만 말해 달라 하니 그냥 이런 저런 사정이 맞지 않았다 라고만 대답하구요
그럼 저 사진은 왜 삭제하지 않았냐고 물어보자 9년이기 때문에 그 시간이 너무 방대해 어디부터 지워나갈지 엄두를 못냈다 또 드라이브에 자동 백업되게 해놨기 때문에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미안하다고 이젠 완전히 끝난 사이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9년 만났지만 이별은 참 한순간이었다 오래 만난 만큼 미련이 없다고 절 달래 그 말을 믿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은 모두 삭제해달라 했구요
남자친구는 잠깐 망설였지만 그 사진을 모두 삭제했어요
그리고 그 다음날 술을 잔뜩 마시고는 귀가했는데
완전히 인사불성으로 취해서 처음으로 제 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더라구요
이래서 정말 미안하다고 오늘 한번만 봐달라고 그 여자 이름을 부르면서 엉엉 우는데
다음날 남친은 그 일을 기억하지 못하더라구요
저도 애써 모른척하고 가슴 속에 묻어놨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를 저도 애써 지워가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참 무서운게 그게 판도라의 상자임을 알면서도 덮어놓지 못하겠더라구요
남친을 소개해준 남친의 오랜 친구이면서도 제 지인이기도 한 분을 만나게되어 슬쩍 여쭤봤습니다
남친 9년 만난 사람이 있는걸 알았다 지난 인연이라 신경쓰이진 않지만 어떤 사람인지는 좀 궁금하다구요
그분도 좀 놀랐지만 제가 신경 안쓰는지 재차 확인하고는 말씀해 주시더라구요
남편과는 cc였고 군대도 기다리고 오래 만났다고.. 그 여자분을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좋은 사람이었던거 같다고 학교에서 평판도 좋고 회장? 이런것도 자주 했다고 좀 바쁘고 일욕심이 있는 사람이라 남자친구가 그걸 맞춰주지 못한것 같다고 해요
지금은 뭘 하는지 알고있냐 물어보니 무슨 대기업에서 해외로 나가 일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 말을 들으니 이해가 됐습니다 저는 야망이 없고 직업도 평범합니다 유치원 교사 하고 있어요
저는 업무나 제 능력을 개발하는데 큰 욕심이 없어요 그냥 제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제가 제 능력껏 만족하고 행복하면 끝입니다
남친은 제가 여유를 즐기고 주위를 잘 살피는 모습이 좋다고 그랬습니다
그 말이 그 뜻이었더군요..
여태껏 이런 제 모습에 큰 불만이나 자격지심은 없었어요
하지만 그 말을 들으니 왜이렇게 제가 초라해지는걸까요..
남자친구의 9년 만난 전연인.. 무엇 하나 그분과 남자친구가 잘못한게 없음에도
둘이 점점 미워지고 질투하게 되고 심지어는 저 자신까지 미워하게 돼요
남자친구와 현재 만나고 있는 사람은 저임을 알지만
그 시간을 무시할수도 없고 얼마전 남자친구가 서럽게 울던 그 얼굴과 그 여자를 애처롭게 부르던 목소리가 자꾸 떠올라요
아직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든 돌아설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디가서 이렇게 좋은 사람을 또 만날 수 있을까.. 다 지난 시간인데 내가 너무 집착하고 있는거 아닐까.. 자꾸 괴롭습니다
여러분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음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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