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판을 즐겨보는 20대 후반 여자입니다.
음슴체 쓰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ㅠ
저희집 부모님 두 분다
운동 선수 출신 이심.
태어났을 때 부터 잘 먹임.
우리집 가족 다 대식가임.
위로 오빠 2명있음.
초등 학생 때 다른 건 기억안나는데
친구가 급식으로 나온 콩밥 먹기 싫어서 울었음.
왜냐면 그때는 급식 남기면 영양사선생님이 다 먹으라고 돌려보냄. 무서워서 억지로 먹다 토 하는 애들도 있을 정도로 깐깐하셨음.
그런데 우는 친구를 보고 쟨 왜 먹기싫어하지 하고
대신 기꺼이 먹어준 기억이 있을 만큼 잘 먹음.
그덕분에 키는 컸지만 학창시절 내내 오동통하게 살았음.
대학생 시절 다른 나라가서(영어권 아님) 잠시 산적이 있는데
그곳 음식이 너무 안 맞아서
1년간 냄비밥이랑 계란후라이 한국 참치 만 먹고 삼.
그나라 참치캔은 기름베이스가 아니라 물베이스라서 비위상함. 그래서 살이 다 빠져서 옴.
물론 머리카락도 같이 빠져서 왔지만 ㅠㅜ
엄마아버지가 못 알아보실 정도로 살이 빠져서 옴.
그뒤로 한국 들어와서 토익학원 다녔는데
거기서 내 생애 첫 남자친구가 생김.
그게 지금 울 남편임. 남편은 내 기준 소식가임.
연애를 해본적 없는 나는
남편앞에서 잘보이고 싶은 마음에 나도 같이 소식을 함.
소식가인 남편 앞에서 차마 양껏 쳐묵쳐묵 할수없었음.
초반에는 데이트 끝나고 집와서 걸신들린것 처럼 먹었음ㅠㅠ
엄마가 남자친구가 밥도 안 사주니? 할 정도로 막 먹었음.
그러다 노하우가 생겨 난 데이트 가기전에 미리 밥을 먹고 갔음.
평생 소식 해 본적 없는 난 외식 메뉴 중에 어느 정도가 소식인지 가늠이 안 되는 경우도 있었음.
그래서 나름의 룰을 만듬
보통 한그릇 음식이나 햄버거는 두 입 정도 남김.
공깃밥은 무조건 반 만 먹음.
두 공기 먹고 싶은데 늘 참았음.
그런데 고기랑 뷔페는 양이 가늠이 안 됨.
그래도 고기는 딱 첫 판에 구운것만 먹고
젓가락 내려 놓자 놓자 하고 마음 먹고 지금도 실천 중ㅠㅠ
뷔페는 보통 풀 한접시 메인 한접시 디저트 한접시 이고
어쩌다 호텔 뷔페 갔다 그러면 돈도 아깝고 더 먹고 싶어서
과일 좀 더 먹어야지하면서 과일 뜨면서 이것저것 더 떠옴ㅋㅋㅋ
그러다 한번은 술이 취한채로 2차로 삼겹살집에 갔는데
나 혼자 6인분에 냉면까지 시켜먹은적 있음.
그날 남편이 엄청 놀램. 그래서 난 어제부터 굶었다고 변명함.
자상한 남편은 그날 술깨는약이랑 소화제까지 사다줬음.
연애시절 해외 여행을 가면 하루종일 같이 있어서
하루종일 배고픈거임.
남편은 소식가라서 주로 여행가면 호텔 조식 먹고
저녁도 간단히 먹음.
그래서 난 남편 샤워할때나
남편 잘때 몰래 몰래 빵이나 간식 같은거 먹었음ㅠㅠ
결혼 하니까 다 좋은데 계속 같이 있으니까 너무 힘듬.
매일 배가 고파 강제 다이어트 중 임.
난 결혼해서 살빠진 사람임.
그러다 남편이 친구만나러가는 날은
나 혼자 배달음식파티함.
주로 허니콤보에 엽떡시켜서 왕창 먹음.
그러다 너무 배고프면 퇴근 길에 친정가서 밥 먹고옴.
그런데 이렇게 사는게 너무 힘듬 ㅠ 지금도 배가고픔.
서러워 ~.~
울집 냉장고는 늘 텅텅비어있음.
열때마다 늘 새것 같은 냉장고임.
마트도 안가고 주로 쿠ㅍ이나 컬ㄹ로 필요한것만 삼.
이제는 내가 대식가인걸 밝혀도 되지 않을까 싶음.
조금 부끄럽지만 이 글 통째로 보여줘도 되겠음?
혹시 남편이 알아도 화내진 않겠지?
나도 노력많이 했음. 정말로 피나는 노력.
쓰다보니 창피함.
친정에서 남편이랑 다같이 식사하는 경우에
엄마는 보통 식탁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푸짐하게 차림. 외식해도 그러함.
울 가족 모두 대식가라서 난 내 양대로 먹어도 티도 안남 고로 난 자연스레 묻힘 ㅋㅋ
남편은 아마 꿈에도 모를 듯. 그냥 내가 엄마밥 좋아하는 정도로만 암.
남편에게 일어나자마자 할말있다고
글은 차마 못 보여주고
이야기했어요.
나 사실 많이 먹는다
많이먹는데 내숭 떤거다.
매일 배고프다고요.
말하면서 눈물 나서 울었는데 눈물 닦아주면서
너가 뭘 많이먹어 보통이지 하더니
사실 알고 있었데요.
장모님이 결혼 하기전에 말씀해주셨다고
데이트하고 집 와서 양푼으로 밥 먹는다고
쟤 어렸을때 뚱땡이 였다고 이야기 해주셔서
지금은 다이어트 한 다고 안 먹는줄 알았데요.
안그래도 몸은 말랐는데 볼살이 통통해서
젖살이 아직도 있나 싶었는데
이유가 있었다며
오늘 퇴근해서 이야기하자고 하네요 ㅠㅠ
지금 가시방석이예요.ㅜㅠ
++ 점심시간에 남편이 뭐 제일 먹고 싶냐고 카톡왔어요.
딸기생크림케이크 라고 보냈어요.
6인분은 술취해서 봉인해제 되어서 그런거예요ㅜㅠ
그리고 그 때 남편도 같이먹었어요.
대밍아웃 했다고 양껏 먹겠다는게 아니고
혹시 배고프면 밤에 혼자 먹어도 괜찮은지
마트가서 장 봐도 되는지
가끔 배달음식 먹어도 되는지
남편은 배달어플도 없을정도로
배달음식에 관심 없어요.
저도 제가 마른몸 인걸 좋아해서 조절 할거고
저도 나름 ㄸㄲ부부님 칼폭소 보며 홈트도 해요.
식비는 . . . 제가 더 벌어올게요. . . ㅠ
그냥 남편한테 잘보이고 싶었어요ㅠ
그 뿐이예요. 믿어주세요
남편이 퇴근하고 꽃이랑
제가 좋아하는 빵집에서 케이크 사서 왔어요.
남편은 제가 많이 먹어도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자기는 살면서 먹는 즐거움을 몰랐는데
저 덕분에 새로운거 많이 먹어봐서
세상에 이런 맛있는것도 있구나 라고 생각했데요.
예를 들면 베트남음식 수제버거 샤브샤브 같은건
저 만나고 첨 먹어 봤데요.
그래도 너무 늦은 시간에는 고칼로리 음식은 몸에 안 좋으니
생당근이나 토마토 컵자몽 같은거 먹기로 했어요.
그래서 제가 식비는 어떻게하냐니까
자기가 더 많이 벌면 되고 식비 얼마나 차이나겠냐고
별걸 다 걱정한다고 웃었어요.
자기는 결혼하고 제가 계속 기운 없고 말라가서
혹시 심적으로 많이 힘든가 생각했데요.
암튼 이번주 주말에 코스ㅌㅋ 가서 장도 보고
저녁에 엽떡 먹기로 약속했어요.
욕도 많고 귀여워해주시는 분들도 많네요.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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