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30대 중반의 고민 많은 여성입니다. 아빠를 이해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에 올리는 글이니 50, 60대 장성한 자녀를 둔 분들도 조언 많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3살 위 언니, 5살 아래 남동생을 둔 3남매 중 둘째이고, 아빠는 경찰로 평생 일하시다 퇴직, 엄마는 평생 전업 주부로 우리 3남매를 뒷바라지 하셨습니다. 가족 구성을 보시면 알겠지만 대를 이을 아들이 필요한 가부장적인 집안 분위기가 있고 집안에서 필요한 결정은 아빠가 다 하셨습니다.
아빠는 자식들에 대해서는 헌신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 시절 아버지가 대부분 그러셨듯 열심히 돈을 모으셨고 자식들한테도 항상 잘해줬고 같이 시간을 보내거나 대화가 많지는 않았지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은 늘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눈치 많이보고 늘 관심받고 싶어하는 둘째로 공부도 가장 잘했고 늘 뭐든 척척 해내는, 손이 많이 가지 않고 돈이 많이 들지 않는 딸이었습니다. 좋은 대학에 한번에 붙고 4년만에 졸업해서 졸업 직후 좋은 회사에 취직했습니다.
전업주부이신 엄마는 절약에 절약하여 집안의 돈을 모아 삼남매를 키우고자 노력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어린 나이때부터 우리집에 빚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집안의 돈을 아껴주고자 혼자 많이 노력하였습니다.
언니가 재수도 하고 교환학생도 다녀오는 동안 저는 없는 살림에 나라도 아끼자는 생각으로 고3때도 인터넷강의로 공부했고 재수는 생각지도 않았으며 4년 중 2년은 일부 장학금, 나머지 2년은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을 다녔고 교환학생도 비용이 많이 든다는 사실을 언니를 보고 알게되어 크게 고려치 않았습니다. 대학원 진학보다는 빨리 돈벌겠다는 생각에 4학년 때 취업준비도 열심히 했고 동기 중 누구보다도 먼저 취직이 결정되었습니다.
졸업한 해에 취직한 곳은 연봉도 대우도 좋은 반면 굉장히 빡센 회사였고 1년 남짓 일한 후 너무 힘들어 그만 두었습니다. 당시 연봉이 인센 포함 4500만원 (세전) 정도 였는데 시간외근무에 주말 아르바이트(약사)까지 하고 돈 쓸 시간은 없어서 3000만원을 1년만에 모을 수 있었고 집안의 빚을 빨리 갚고 싶어 그대로 부모님께 빚갚으라며 드렸습니다.
이때까지만해도 전 우리집에 빚이 있는것이 굉장히 큰 일인 줄 알았고 엄마가 늘 편하게 대화하는 상대가 삼남매중 저였고 형제들 중 제가 소위말하는 가장 잘난 사람이었기에 자발적으로 그렇게 하였습니다.
반면 언니는 졸업 한참 후에도 취직이 잘 안돼 한참동안 고생하다가 결국 공무원 시험에 붙었는데 1년 남짓 일하다 맘에 안든다며 그만두고 7급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다가 잘 안돼 결국 다시 9급 공무원 시험을 봐서 합격, 그 때 나이가 32 정도였습니다.
언니는 늘 예민하고 사납고 집안에서 가장 큰소리 치는, 가부장적인 아빠와도 늘 싸워서 이겨내는 사람이었습니다. 늘 가족한테는 하나라도 더 얻어냈고 베푸는 건 없었습니다. 그럴 마음도 그럴 능력도 되지 않았습니다.
한 예로 잠깐 공무원 생활할 때 지방 발령나서 따로 나가서 살 때가 있었는데 그때 제공되는 관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굳이 부모님 돈을 받아 별도의 방을 얻어 자취했고 이사하는 날 짐은 하나도 안싸고 몸만 들어가길래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후 전화로 엄마한테 책이며 옷을 싸서 택배로 보내라고 시켜서 엄마가 골병났습니다.
언니가 가족에게 보이는 태도에 대해 너무나 열받은 일이 많아 진심으로 전 언니를 싫어했고 크게 싸운 이후 7~8년간 저와 언니는 말한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작년에는 또 회사가 힘들다며 1년 휴직을 하고 영국에 어학연수를 갔다가 5월쯤 돌아왔습니다. 집에 방이 3개인데 언니와 전 방을 함께 쓸수 없는 사이고 남동생도 함께 살고 있어서 방이 부족한 상황이었는데 마침 코로나가 터지면서 화장실이 붙어있는 안방을 언니가 차지하게 되었고 부모님은 거실에서 생활하고 계신 상황입니다.
저는 첫 회사 이후로 몇번의 이직을 거치고 몇개월 중간에 쉬기도 했으나 12년째 일하고 있는 상황이고 돈도 차곡차곡 모아뒀습니다. 다니는 직장에 다행이도 휴가가 많아 해외여행도 자주가고 즐기면서 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해외에 한 번 못간 부모님이 안쓰러워 비행기값 포함 모든 여행경비를 제가 부담하여 12일 정도 유럽여행을 다녀오기도 했고 엄마와는 2번 정도 추가로 동남아 여행을 다녀왔으며, 나이차이 나는 동생에게도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단 생각에 다시 제가 모든 경비를 부담하여 2주간 미국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모두 자발적으로 가족을 생각해서 기쁘게 한 일이었으나 요즘에는 후회가 많이 됩니다.
하루는 아빠가 '기집애들은 알아서 시집 가라고 해 (남동생만 집해줄거야)' 등의 말을 엄마한테 하는 것을 들었고,
어제는 아무렇지 않게 저에게
'모든 부모는 똑같아. 자식이 다 똑같이 살길 바래. 너는 돈 많으니까 안보태줄거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농담식으로 '그럼 난 그만두고 의대 준비할거야. 그럼 뒷바라지 다 해줄거야?'라고 받아쳤더니 '응 '이라고 답하셨습니다.
제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을, 이제는 그렇게 못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저는 혼자힘으로 몇억을 모아두었으나 서울에 아파트를 살수 없습니다. 제가 5억을 모으게 되면 아빠는 나중에 지금 사는 아파트를 처분하여 다써버리고 모은 돈 없는 남동생과 언니에게 줘버리고 저한텐 한 푼 안주겠죠.
결혼하기에도 늦었고 남자친구도 없는 제 입장에서는 앞으로 혼자 살아 남아야할 생각에 가슴이 답답합니다.
나이를 먹으니 남자분들도 집안부터 시작해서 많이 따지더라고요...
저는 공평하게 집안의 지원을 받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빠한테 저런 말 듣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사느라 수고했고 고맙다고 듣고 싶고 최소한 똑같이 나눠준다는 말듣고 싶습니다.
그래야 이제는 저도 가족들 원망하지 않고 사랑할수 있을거 같습니다.
제가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걸까요?
아빠한테 어떻게 얘기해야 제 생각을 잘 전달할수 있을까요?
조언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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