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네이트판 썰BOX/네이트판 [베스트]썰

[네이트판 결시친] 선택적 차별하던 엄마, 이제는 저밖에 없대요

by 이야기NOW 2021. 4. 9.
728x170

 


저는 30대 중반 여자고, 이제 30대 초반 된 남동생 하나 있습니다.

저랑 남동생은 자라면서부터 부모님께 선택적 차별을 받아왔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저와 동생 둘 중 어느 누군가가 더 잘 되면 잘 되는 쪽만 대접받고 자랑거리가 되는 삶을 살았다는 뜻입니다.

어릴적에는 제가 공부를 잘 못했고 남동생이 공부를 아주 잘 했습니다.

저는 그냥 400명 중에 100등 정도 했으나 남동생은 자기 학교에서 전교 10등 안에는 꼭 들었으니까요.

그때 저희 엄마는 어느 모임엘 가나 제 동생만 데리고 다니면서 자랑을 일삼았습니다.

영문 모르는 동생은 따라다니면서 모르는 아줌마들에게 인사를 했고요.

저는 이때 엄마와 제 동생이 너무 미웠습니다.

그런데 제가 고3때 성적이 쭉쭉 오르더니 무슨 운인지 수능 성적이 아주 잘 나와 인서울을 하게 됐습니다.

스카이까지는 아니지만 그 바로 밑 학교로 평가되는 학교 공대로 진학했고 그때부터 동생과 저는 역전됐습니다.

동생은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저는 엄마의 자랑거리가 됐죠.

태어나서 엄마의 자랑이지 않을 때가 없었던 동생은 이 시기에 제가 참 미웠다고 했습니다.

그렇죠.

우리는 서로가 빛날 시기에 축하보다는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불안에 떨며 서로를 시기했습니다.

 

 




이후로 몇 년의 시간이 더 흘러 동생은 지방 거점 국립대 의대에 합격했고, 저희는 다시 역전.

저는 서울에서 찬밥 신세가 되었으나 머리가 컸다고 이제는 엄마의 냉대가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엄마로부터 놓여났다는 생각에 다행이라 생각했고 그래도 먼저 태어난 누나라고 이쯤되니 그냥 그러려니가 되더라고요.

딸은 대기업 본사, 아들은 예비 의사. 우리 엄마 소원성취했네. 그런 생각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훌쩍 더 지나 저는 여전히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고 동생은 의대 졸업 후 드디어 돈이란 걸 벌기 시작했습니다.

엄마의 표현에 의하면, 이제야 동생이 효도란 걸 할 시기가 온 거죠.



그런데 엄마가 연락이 왔습니다. 며칠 전에.

갑자기 하는 말이 그래요. 자기한테는 저밖에 없대요.

갑자기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동생이 독립을 하겠다고 선언했답니다.

더이상 엄마랑 같은 집에서 살 생각 없고, 레지 끝나면 누나 있는 서울로 올라가서 의사생활 시작하고 싶다고.

자기는 평생을 누나랑 비교당하며 살아서 너무 괴로웠고, 그간 엄마의 장식품으로 이만큼 살아줬으면 된 거 아니냐고 했답니다.

듣고 많이 놀랐어요.

동생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며 살았다는 걸 저도 그때 처음 알았거든요.

제가 동생보다 더 빛났던 시절은 아주 짧았지만 그마저도 동생은 불안해했고, 사랑받고 싶어했고, 나중에 머리가 크고 나서야 엄마의 선택적 사랑에 고통받던 스스로를 깨달은 거겠죠.

엄마는 동생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며 저에게 자기가 그렇게 차별하며 키웠냐고, 본인은 그저 사랑밖에 준 기억이 없다는데 저는 그저 웃음만 나왔습니다.

동생보다 더 많이 당한 게 저인데 이제와서 자기한테는 저뿐이래요.

역시 이래서 딸이 최고라고. 저는 참 이 말이 너무 싫습니다.

딸이 최고. 딸이 최고.

그럼 처음부터 딸을 최고로 대우해주던가. 사랑을 듬뿍듬뿍 주던가.

한창 빛나고 자랑스러울때면 사랑해놓고서는 왜 이제와서 딸이 최고라는 걸까요.



단호하게 잘랐습니다.

나도 동생과 같은 생각이다.

동생의 서울 생활은 내가 도울 것이고 딸로서의 '도리'는 하겠으나, 더이상 '노릇'은 하고 싶지 않다.

여전히 엄마한테는 대기업 다니는 딸 보다는 의사 아들이 더 좋을텐데 이제와서 나한테 왜 이러냐.

우리가 우애좋게 지내지 못했던 이유는 다 엄마 때문이다.

엄마의 선택적 사랑이 우리에게는 차별로 다가왔고, 때문에 우리는 평생 서로 견제하고 미워했다.

하지만 이제는 결혼하기 전까지 우리끼리라도 서로 보듬고 살아볼테니 더이상 우리 삶에 왈가왈부하지 마라.

우리는 엄마의 장신구가 아니다.



그렇게 말하고 동생과 통화를 했고, 서로 많이 울었고, 글에는 많은 것을 생략했지만 서로가 잘 되던 시절에 진심으로 축복해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사과를 했어요.

그리고 저는 취직과 동시에 다달이 용돈으로 50만원 드리던 것과 생신때 두 분 께 드리던 100만 원을 제외하고는 어떤 것도 집안일에는 간섭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고 그건 동생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이만큼 유복하게 키워준 건 사실이니 도리는 하자고요.



그런데 엄마 생각은 다른가 봅니다.

엄마는 동생이 결혼 전까지 계속 같은 집에 살길 바라고, 원하는 며느리감과 결혼하길 바라고, 페이 시작하면 월급의 전부를 맡아서 본인이 관리하길 바라고, 저는 이제 주말마다 내려와서 엄마랑 손잡고 산책도 하고 영화도 보고 국내여행도 다니길 바라세요.

그러면서 다른 집 남매들은 서로 좋아죽고 못 살던데 너희 둘은 왜 그러냐고 이제와서 비교를 하고요.

우리가 왜 이렇게 됐는지 본인만 모르시네요.

원하는대로 해주지 않으면 각자 결혼할 때 지원 한 푼도 않겠다고 윽박지르시는데, 코웃음도 안 나오더라고요.

이미 아빠가 제 서울집 전세금으로 2억을 주셨고, 동생한테도 같은 금액으로 2억을 주신 걸로 아는데 엄마만 모르시네요.

왜 비밀로 했을까요.

부부간에도 이리 신뢰가 없는데 뭘 바라시죠.

저 10년 가까지 일하면서 모을 만큼 모았고 동생은 페이 시작하면 단 몇년 만에 저만큼 모을텐데 하다하다 돈으로 협박을 하다니.

쓰다보니 주절주절 했는데.

이제와서 이러는 엄마가 이해되지 않고, 마음이 복잡해지는 제가 싫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이야기 NOW⬇️⬇️⬇️

 

[네이트판 결시친] 차별대우하는 도리 안하고 싶어요(+추가)

반반결혼, 시가 친정 도움 거의 없이 둘이서 힘들게 시작. 집 대출금 갚느라 정말 허리띠 졸라매며 계속 맞벌이 하다 아이 돌봄 부재로(코로나) 퇴직함. 회사일 하느라 아이와 보낸 시간이 없었

ssulbox.tistory.com

 

[82쿡 베스트] 재산가지고 차별하는 친정부모님

언제부터 글 쓰고 싶었는데 어린 아기를 키우느라 항상 머리에 맴돌던 생각들 글로 정리해 봅니다. 혹시라도 경험이 있으시거나 주변 지인들 사례를 통해 제가 어떻게 처신하는게 좋을지 현명

ssulbox.tistory.com

 

그리드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