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내년에 33살되는 흔한 남자입니다.
최근 고민이 있는데 남초집단에 올리기는 너무 과격한 의견이 많을 것 같아 여자들의 얘기를 들어보고 싶어 친구 아이디를 빌려봅니다.
여자친구와의 금전적인 견해차이가 심해 자꾸 충돌이 일어나네요.
저는 부끄럽지만 유복한 가정환경에서 자랐습니다.
부자라고 하기엔 여유가 많지 않고 가난하다고 하기엔 꽤 여유가 있는 그런 환경이죠.
부모님 명의로 상가건물 한채, 아파트 두채 있는데 지방이라 사실 큰 돈은 아닙니다.
재테크에 관심이 많으신 부모님 밑에서 자라 저도 어릴 때부터 투자와 재테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덕분에 공무원이라는 박봉 직업임에도 1억 후반대정도의 돈과 제 명의의 조그만 아파트 한채가 있습니다.
여자친구도 월급을 많이 받는 편은 아니지만 안정적인 직업이라 그냥 비슷한 환경이겠거니 하고 생각하고 넘겼습니다.
문제는 결혼 얘기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였습니다.
첫번째, 다툼은 친구 결혼식 때 일어났습니다.
예전에 제가 어릴 때부터 들었던 청약이 두군데에 당첨되었는데 부동산에 대해 잘 알던 친구가 조언을 해줬습니다.
프리미엄이 이천만원정도 붙어서 꽤 좋은 수익을 봤고요.
서로 힘들 때 지켜주고 서로 좋을 때 질투없이 축하해주는, 부모님끼리도 친분이 두터운 그런 친구가 결혼을 한다는데 그냥 축의금만 보내기가 싫더군요.
그래서 제가 티비와 스타일러를 신혼집에 선물했고 뒷풀이에서 친구가 고맙다고 하는 걸 여자친구가 듣더니 저보고 돈을 왜 막 쓰냐고 화내더라고요.
고마운 친구라 그런다 했더니 이해하고 넘어가는 듯 했습니다.
두번째 다툼은 제가 산 물건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명품 좋아하지 않습니다.
가성비가 좋은 물건이면 구매하지만 그때 제가 원했던 게 하필이면 명품이었네요.
저는 오래 쓸 물건이라면 조금 더 좋은 걸 사자라는 주의입니다.
그걸 보더니 오빠는 그렇게 허세가 심한 사람이냐 그런 거 하나만 걸치고 있으면 남들이 짝퉁이라고 생각하지 오빠가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걸 살 돈이면 명품이 아닌 걸 열개는 더 살 수 있다.
낭비벽이 심한 것 같다고 하기에 오래 쓸 물건이다 했더니
다른 건 오래 못쓰냐 다 디자이너 이름값이다 하며 제가 산 물건의 가격을 계속 다른 거랑 비교해주더라고요
그거면 뭐가 몇개고 이런식으로요. 싸우고 싶지 않아서 그래 네가 생각하는 게 맞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통장오픈하니 여자친구는 3천 후반대로 모았길래 노력 많이 했겠네 했습니다.
그랬더니 자기도 저 같은 부모님 있었으면 생활비 안들고 그만큼 모았을 거래요.
제가 모은 게 아니고 받은 거 아니냐고 그럽니다.
제 씀씀이 보면 그 월급에 그렇게 모을 수 없다고요.
우리 부모님 저 스물에 딱 오천만원 주셨습니다.
이걸로 앞으로 네 생활을 만들어보라고 하시면서 생활비 일절 지원해주신 거 없고 어렸을 때부터 투자하는 버릇만 주셨어요.
대학생 때부터 착실히 불려나갔고 부모님의 재산은 부모님 것, 나는 내 것을 새로 만들어 나가야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손해본 투자도 있고 지킨 투자도 있고 이익난 투자도 있습니다.
청약 당첨도 돈을 내야하지 않습니까 그 돈이 오천에서 시작했어요.
지금 아파트는 알아보고 조언듣고 갭투자로 사고.
물론 지원을 받아서 제가 나름대로 작은 성공을 거두는 시기가 빨라진 건 사실이지만 제 노력을 폄하하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제가 주식하는 걸 보더니 오빠 주식도 하냐.
해서 다 잃으면 어쩌려고 하냐.
오빠가 말하는 투자가 그거였냐 하면서 화내기 시작했습니다.
전 단순 투기로 주식을 선택하지 않고요.
충분히 회사의 재무, 안정성을 보고 장기적인 목표로 적금 느낌으로 합니다.
워런 버핏도 주식으로 돈 버는데 그 분이 하면 투자고 제가 하면 투기인가요...
심지어 어릴때부터 공부했는데요.
그래서 제가 배웠던 개념을 그대로 설명했습니다.
네 제 여자친구는 제 말이 안들리나 봅니다.
제 주변엔 전업투자자분들도 많고 재테크 수단으로 부동산, 주식 전부 하시는 분들 많아서 전혀 설명할 필요가 없었는데 설명을 해도 알려고 하질 않아요.
같이 하자고 한 것도 아니고 그래서 그냥 네가 화장품 쇼핑하듯이 나도 적당히 싼 종목이 있으면 가지고 있어보려고 한다 했더니 저같은 사람이랑 못 살겠대요.
결혼하면 그만두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전 그만둘 생각없다고 딱 잘라서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오빠네 부모님이 자길 반대하시니까 지금 주식 핑계로 헤어지려고 하는거냐 하며 있지도 않은 말을 해요.
저희 부모님 반대하시지만 제가 설득할 자신 있어서 반대하신다고 여자친구한테 말한 적 단 한번도 없습니다.
어떻게 알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 딱 느꼈습니다.
여자친구와 나의 집안형편은 어떻게든 할 수 있지만 여자친구의 생각은 제가 어떻게 해도 바꿀 수 없다는 걸요.
저는 사랑하니까 여자친구 부모님의 노후도 책임지고 가려 했는데 여자친구는 제가 망할 거라 생각하고 저같은 사람 부양할 수 없대요.
해달라고 한적도 없고 앞으로 제가 부양받을 정도로 못나질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아직 많이 사랑하는데 지금도 결혼한다고 하면 설레는데 현실적으로 보면 제가 모지리같습니다.
진짜 헤어져야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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