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 2년차 20대 후반 직장인 여자입니다.
아이는 아직 없구요.
남편은 굉장히 깔끔한 성격이에요.
여자인 저보다 더 깔끔하고 정리정돈 잘합니다.
연애할 땐 이게 좋았어요.
저도 굳이 따지자면 깔끔 떠는 성격이고, 전 남친들 자취방 갔을 때 더럽게 어질러놓고 살고 그걸 또 내가 치워줘야 좋은 여자 착한 여친 듣고 살 수 있었던 과거에 데인적이 있어서, 살림 잘하고 적어도 자기 앞가림은 할 줄 아는 남자 만나고 싶거든요.
제 남편이랑 연애할 때, 자기는 어렸을 때부터 집안 청소 다 했다고, 더러운 꼴을 못봐서 학교 다녀오면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는게 일상이었다 했어요.
그리고 실제로 남편은 굉장히 깔끔하고 그런 성격이 행동 하나하나에 다 묻어나오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연애시절 남편 모습에선 결벽증이란 소리가 나올 정도의 청결과 정리정돈에 대한 집념이 느껴지진 않았어요.
그냥 깔끔하고 정리정돈을 잘 하는게 특징인 남자정도였죠.
그러나 결혼하고 나서는 달랐습니다.
남편은 정말 제가 하는 모든 일에 시비를 걸고 지적을 해요.
집에 들어오는 그 순간부터 짜증을 냅니다.
신발장에서부터 지적을 하는 거죠.
신발장에 모래알이 있다.
왜 안쓰는 신발 하나는 내놓은거냐.
이 자국은 뭐냐 뭘 흘려놓은 거냐.
그리고 집안을 오다니면서 제가 어질러놓은 부분이 어디있나하고 다 검사합니다.
이게 정말 사람을 미치게해요.
저도 똑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남편보다 한 시간에 삼십분 정도 먼저 집에 들어와요.
그럼 남편은 저 혼자 있는 약 삼십분에서 한시간 정도의 시간동안 제가 집안을 다 어질러놓고 다닌다는 겁니다.
레파토리는 비슷해요.
화장실에 네 머리카락 왜 굴러다니냐.
소파는 왜 구겨져있냐.
바닥이 찐덕거린다.
설거지 왜 안해놨냐.
이게 어느정도 수준이냐면요.
저도 너무 지치고 예민해져서 저 잔소리 안들을려고 엄청 치우고 확인합ㄴ디.
그러나 저 소리를 피할 수가 없어요.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저런 결점들을 찾아내려고 하거든요.
머리카락 혹시 세면대나 빗는 곳에 있을까봐 치워도 어떻게든 뒤지고 뒤져서 한 올이라도 발견해서 그걸로 저 쥐잡듯이 잡습니다.
설거지요?
사온 요플레 먹을려고 티 스푼 하나 쓰고 그거 안씻어놨다고 30분동안 윽박지르면서 뭐라합니다.
저는 집에서 물밖에 안마셔요.
커피 음료수? 그런거 먹은 날에는 하루종일 너가 또 마시면서 다 흘리고 다녀서 온 바닥이 찐덕거린다고 욕합니다.
아니 제가 애도 아니고 손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뭘 마시기만하면 다 흘린다는게 말이 되나요?
결국 저한테 너 안되겠가면서 물도 싱크대 앞에서만 먹으라고 하덥니다.
거기서만 마시라고 흘리니까ㅋㅋㅋㅋ
제가 한번은 빈 콜라병을 식탁에 일부러 올려놨는데요.
그날도 어김없이 온바닥이 찐덕거린다면서 욕하고 소리지르더라구요.
근데 저 콜라 안마셨거든요.
반응 보려고 빈 통만 가져다 가져다 놓은건데,
예상했던대로 그렇게 나오니까 진짜 너무 화나고 미칠 것 같아서 악지르면서 울었습니다.
이러면서 제가 무슨 세상에서 가장 못되고 자격없는 아내인 것처럼 한탄합니다.
다른 집 가봐라 너처럼 한심한 여자 없다.
너 진짜 정상 아니다. 너같은 여자 처음 봐.
너네 친구집 가봐 너처럼 사나.
여자들은 보통 깔끔하지 않냐? 넌 왜 그모양인데.
이 소리를 저도 제가 비정상적인 인간인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세뇌하듯이 합니다.
먹을거는 무조건 식탁에서만 먹어야하는게 저한테 내린 규칙인데 본인은 거실에서 침대에서 잘만 먹어요.
왜 머나 거기서 쳐먹냐니까,
자기는 깔끔해서 괜찮다 하더라구요ㅋㅋ
이게 결벽증인가요?
지는 침대에서 거실에서 뭘 쳐먹어도 괜찮고 남은 안되고
지는 아침에 샌드위치 먹고 쓴 접시 설거지 안해도 괜찮고 나는 바로바로 치워야하고
제가 화내면서 싸우는 날엔 자기 깔끔한거 모르고 결혼했냐 이럽니다.
이건 깔끔한 것도 결벽증도 아니죠.
그냥 자기 사회생활하면서 받은 스트레스 집에서 지 부인한테 풀려고 갖다 붙히는 그럴싸한 핑계죠.
각자 돌아가면서 집안일 하는데 제가 설거지 한 날엔 이걸 설거지라고 해놨냐?
빨래 너는 날엔
야 와봐 이게 지금 정상적으로 널어놓은 상태냐?
수건이라도 개서 넣어놓으면
야 와바 너 지금 이게 이쁜 것 같냐? 이러고 넣어놓은게?
왜 하나를 해도 딱 말 안나오게 깔끔하게 못하냐고 혼냅니다.
남편과 제 카톡엔 온통 남편이 집안 뒤지면서 찍어놓은 제가 어지러놓았다는 증거사진들로만 가득합니다.
현관에 모래알이라도 하나 있으면 그거 찍어서 카톡으로 뭐라합니다.
머리카락 하나라도 있으면 그거 찍어서 카톡 50~60개씩 보내면서 혼냅니다.
직장에 와서도 벗어날 수가 없어요.
지가 뭔데 ㅅ1발 부인을 가르치려 들었던건지,
다행히도 아직 제가 이런 씹!새끼랑 계속 살아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남편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고민할 정도로 대가리가 맛간게 아니라 이혼은 이미 결심했어요.
뭐 사람 고쳐서 쓴다 이런 노력 자체 안해봤고 할 생각도 없습니다.
고쳐도 답 없는 인간이란 걸 이미 몸으로 부딧히며 겪어봤으니까요.
이혼 결심 섰고 실행에 옮기는 단계에서 글 썼습니다.
남편한테 보여주려구요.
내가 미친건지 지가 미친건지 다른 사람들 눈엔 어떤지 알려주고 싶어서요.
남편이라고 부르기도 싫네요.
저는 복도에서 발자국 소리 듣기만 해도 스트레스 받아요.
남편 오는 걸까봐 그 소리 듣기만해도 예민해지고 짜증이 납니다.
이게 부부고 정상적인 결혼생활일까요?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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