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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판 결시친] 어제(7월21일) 베란다에 갇힌 저를 구해주신 분께(감동썰/훈훈)

by 이야기NOW 2020.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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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이 가장 많은 분들이 봐 주신다고 하여
주제에 벗어난 글이지만
장고 끝에 이곳에 글을 씁니다.


제목 그대로입니다.
저는 어제 저희 집 베란다에 갇혔습니다.

베란다에 어떻게 갇힐 수 있냐 의아하시겠지만

저희 집 베란다는 외부 테라스와 연결되어 있는 구조로
외부의 침입을 방지하는 방범창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밖에서 안을 여는 손잡이는 없습니다.

한마디로, 도둑을 잡으려고 한 것이 주인을 잡은 것입니다.


패닉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저희집은 빌라의 꼭대기 층이고

저는 휴대전화를 안 가지고 갇혔기 때문입니다.

또한 시간은 오전 11시 쯤이었습니다.
(제 동거인은 퇴근이 7시쯤입니다.)

꼼짝없이 베란다에 갇혀 8시간이나 물도 못먹고 화장실도 못 간다고 생각하니
창피함보다 본능이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아 나는 여기 갇히면 망한다.’
탈출 계획을 세워야 했습니다.



탈출 1차 시도_구조 신호 보내기

아랫집에 구조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벽을 빗자루로 치고 안되자 빗자루에
수건을 묶어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의자를 던지면 테라스를 봐주실까 하고
의자를 던져보았습니다.
던지고 후회했습니다. 시끄럽기만 했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냥 미친 사람처럼 보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 같아도 안 나오겠다.’ 싶어
작전을 변경하기로 합니다.

탈출 2차시도_방범창 뜯기

방충망 달린 창을 떼고 방범창을 미친듯이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될 리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창호 기술력에 놀랐습니다.



탈출 3차시도_마지막 희망

한시간쯤 지났을까요,
난간에 서서 내려다보니 맞은편 건물 외부에 회사원으로 보이는 두 분이
잠깐 통화하러 나오셨습니다.

부를까 말까를 속으로 수천 번 생각하다가,
'이제 나에게 남겨진 마지막 용기와 기회다.' 생각에
눈 딱감고 '사장님’하고 일단 냅다 불렀습니다.


그랬더니 ‘네?’ 라는 응답을 주시더군요.




네, 드디어 탈출의 기회가 온 것입니다.
저는 무교이지만 왜 사람들이 신을 찾는지 알 것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대화는 전적으로 제 기억에 의존해 재구성한 것입니다.)


"베란다에 갇혀서 그러는데 119에 전화 좀 해주세요."

(그분)"사람이 베란다에 어떻게 갇혀요? 집주인 번호 모르세요?”

"핸드폰을 두고 나와서요. 아, 제가 비밀번호 불러드릴게요. 혹시 열어 주실래요?"


그렇게 저희 집 비밀번호를 전체공개번호로 바꾸고 나서야 저는 베란다에서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제가 이 글을 쓴 이유입니다.


탈출 당시 그분께 제가 명함을 주고 가실 수 있나 여쭤봤더니

'지금 명함이 없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우리 차로 한대 사 달라.’고 하셨습니다.

차를 사면 잔으로 나오는데 무슨 소리인고 했더니그 건물이 바로 기x 자동차 건물이더군요.

그리고 어제 저녁 집을 나서는 순간 저는 또 한 번 감동했습니다.

가까워만 보였던 그 건물은 알고 보니 저희 집과 높은 벽으로 가로막혀 있었고 문을 열어주러 오려면 오분 이상 돌아서 걸어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모두 각자 주어진 몫을 짊어지고 살기 바쁜 요즘, 특히 시간이 무엇보다 귀중한 현대 사회에서 타인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어준 것이얼마나 큰 가치인지 압니다.

또한 신원이 불분명한 타인이 도움을 요청할 때
나는 과연 흔쾌히 도울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 무조건적으로 돕는 것이 옳다는 뜻은 아닙니다.)

결론은 '나는 그럴 수 없다.' 였습니다.
그래서 그분이 더 대단하고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어제 도와주신 그분께 한 말씀 드리고 글을 마칠까합니다.

ㅂㅂ동 기x 자동차 다니시는 저를 도와주신 남성분,

당황스러운 마음에 남성분이었던 것 이의 인상 착의는 아무것도 기억을 못 하지만,
덕분에 하루를 잘 마무리 했습니다.

이렇게 부족한 글로 대신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비록 지금은 면허가 없지만 나중에 차를 구매하게 된다면 무조건적으로 기x를 0순위로 떠올릴 것 같습니다.

당신은 저의 영웅이셨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의 오늘도, 내일도, 더 먼 미래까지 행복한 날들로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추신)정신은 놓고 다녀도 휴대전화는 가지고 다닙시다 여러분.


(마지막 추가글)
귀한 시간 내어 댓글 달아주신 여러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저는 그분을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왔습니다.
정말 친절하셨고, 언제든지 갇히면 부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많은 분들이 웃어 주셨다니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여러분께 한가지 부탁 드릴 것이 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쓴 이유는 많은 분들께 그 분이 칭찬받으면 좋을 것 같은 마음에서였습니다.
글쓴 사람에 대한 추측은 하지 말아주세요.
그것은 글의 본질을 흐리는 것 같습니다.
조심스럽게 부탁드립니다.
또한 왜 굳이 자동차 회사를 공개했냐, 자작이 의심된다 하시는 분들께 말씀 드리자면
저희 동네에 자동차 매장이 엄청 많습니다.
그게 이유입니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요즘 같은날 바보같았던 제가 쓴 글이 여러분들을 단 1초라도 미소짓게 했다면 저에게는 대단한 영광인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오늘은 어제보다 좀 더 나은 하루이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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