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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판 결시친] 우울증 친구 결국 손절했습니다

by 이야기NOW 2021.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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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화력이 세기도하고 인생 선배님들에게 늦게나마 잘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써봅니다.



그 친구를 A라고 하겠습니다.

편하게 일기체로 쓰고 꾸밈없이 쓰겠습니다.



"인간관계에서 적을 만들지 말자"라는 신념을 갖던 어린 고1시절에 친구의 친구인 A를 만났다.

그 친구의 첫인상은 험악하게 생겼다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나에게 친절하게 대했고 집도 가까운 우리는 주7일을 만날정도로 급속도로 친해졌다.

그때는 A가 왜 친구가 나밖에 없지...? 괜찮은 애 같은데?라는 생각을 했던 시기였다.



나는 그당시 친구들에게 개그캐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말을 잘 들어주고 감정적위로와 현실적인 피드백을 해주던 사람이었다.

항상 친구들은 나를 "신뢰하는 사람","호감이 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A도 그걸 느끼고 나에게 접근했는지도 모른다,



긍정적인 생각들로 가득하던 나에게 A가 하루 1~2시간이 넘는 전화를 해오던게 __점이었다.

그 통화는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았던 내용들로 가득했다.

또한 자신의 아픔을 얘기했다 우울증으로 약을 복용했던 일,자신이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그때는 나를 만나고 너무 괜찮아졌다고 했다. 그 우울과 스트레스를 내가 다 받았으니 당연한거다)

매일매일 통화를 받아주고 A를 자주만나주다가 6개월이 넘어가니 어느새 짜증이 가득해지고 불안한 생각으로 가득한 나를 발견했다.

A가 스트레스만 가득한 사람이면 말을 꺼내지도 않았다.

부정적인 생각을 가득 갖고있던 사람이었고 그걸 말로 표출하는게 일상이었다.

나는 그때 감정의 전이를 처음 느꼈다.

나도 우울해지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집에있다가 공황장애가 나타나 숨도 못쉬어보고 우울증이라는 걸 겪어봤다.

그리고 계속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혔다.



이쯤되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바보 아니냐, 저런 사람은 바로 손절해야한다"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건 안겪어본 사람들의 입장이다.

이런 애가 처음이기도하고 어린 나는 A가 나에게 모든 아픔을 털어논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내가 없으면 어떻게 될거라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나도 정상적인 삶을 살아야했기에 마음을 먹고 거리를 둘 수 있었다.(만남횟수를 확 줄이고 매일오던 전화를 계속 무시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었다. A는 여전했다.

어쩌다 한번 하는 통화에 그나마 자랑할수있는 자신의 과거일만 들치며 입을 나불거렸고 나를 무시하는 발언도 여전히 서슴없이 했다.

우울증이 걸려서 무기력하다는 자기합리화를 하며 현실을 살아가지않고 항상 먹기만하며 집에만 누워 핸드폰만 하던 아이였는데 성인이 돼서도 똑같았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걸 뼈저리게 느낀 예다.

이정도면 A를 정말 착하게 묘사한것이다.



하여튼 만남과 전화 횟수를 줄였는데도 여전히 그애와 연락하는 것이 나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였고 탈모부터 시작해서 몸의 병까지 찾아왔다.

20살 겨울, 그때 내가 처음으로 독해졌다.

모든것이 아픈 나를 챙기기 시작한것이다.

상대방에게 상처는 주기 싫었기에 만나서 조곤조곤 얘기했다.

객관적으로 봤을때 싫었던 점, 본인이 고쳐야할점


그 친구는 그 자리에서 1시간동안 울음을 쏟아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안쓰러움과 공감이 아닌 짜증과 경멸을 느꼈다.

그리고 이 친구에게는 독한 채찍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우울증이라는 방패로 주변사람들의 동정과 좋은말만 듣고 살았기에 약한 조언에도 이렇게 쓰러지는 A를 보니 씁쓸했다.

참고로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 무조건적인 조언과 비판을 하는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A는 특이케이스다.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다는 이유로 남을 무시하고 하찮게 보던 아이였다.



우울증에 걸린 이유를 듣고 웃음밖에 안나왔다.

상처가 아닌 누가봐도 A 자신이 피의자가 되어 잘못해서 생긴일때문에 우울증에 걸린것이었다.



완벽히 손절하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23살정도에 완전히 끊었고 그때까지도 사실 친구가 나밖에 없었기때문에 얘가 어떻게 될까봐 무서웠다



하지만 이젠 안다.

그 아이는 멀쩡히 살아갈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아무것도 도전하지않은채 자신의 과거만 돌아보면서 집에 누워 모든 일생을 허비할 것이다.

그런 한심한 친구를 보듬었던게 지금에서야 제일 후회가 된다.

솔직히 내 주변에 나를 아껴준 다른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바보같이 계속 A와 연락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감정쓰레기통이 된 사람들에게 이 글을 바치고싶다.



참고로 실제 이 친구와 손절한뒤에 매일 달고살던 위염과 두통이 없어졌고 탈모까지 완화됐다.

다른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다해도 친구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라면 하루빨리 손절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 나에게 모든 불우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려는 다른 친구B가 접근해왔다.

처음엔 들어주다가 계속 자기 이야기만 하길래 그냥 아예 맞대응 했다.

걔 이야기만 하면 위로는 커녕 동문서답으로 나도 내 이야기만 했다.

속이 후련했고 몇일 지나지않아 그 친구는 연락이 끊겼으며 나는 지금 내 곁에 있는 좋은 사람들을 챙기기바쁘다.

진작에 이럴걸이라는 후회보단 지금 내자신에게 칭찬해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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