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리 벤츠남이라고 아시나요?
말로만 어디가자, 좋은 곳 놀러가자, 내가 다해줄게..
온갖 사랑표현에 입 발린 말 잘도 떠들어대며 일명 사랑꾼 행세하는 사람..
그게 바로 제 남친입니다
5년을 넘게 사귀면서 매번 남친의 입발린 말들이 거짓말인 걸 알면서도 바보같이 또 기대하고 혼자만 설레발 치는 제가 너무 한심하고 비참해요
학생때부터 만난 사람이기에
예전엔 " 내가 좋은 직장 취업하면 좋은데 데려가줄게",
"너가 저번에 가고 싶어하던 ㅇㅇ으로 여행가자"
이런 말들이 빈 말뿐이래도 좋았어요.
남친의 상황과 형편에서 할 수 있는 나름의 애정표현 방식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남친도 저도 자리를 잡은 지금 남친은 여전히 말만 번지르르하게 해놓고 우리 관계엔 그럴듯한 추억 하나 쌓아본 적 없네요
얼마 전 남친이 새로운 곳으로 이직을 위해 몇달 동안 취업 준비를 한 탓에 3개월 만에야 제대로 얼굴을 보고 데이트를 한 적이 있었어요
코로나로 근사한 데이트를 기대한 건 아니더라도 오랜만에 만나는 그 자체가 어찌나 떨리고 설레던지..
편지도 쓰고 이직 축하 선물과 꽃다발을 잔뜩 사서 설레는 맘으로 만났는데 그날도 다른날과 별다를게 없이 모텔에 데려가 시간을 보내고, 배달음식을 먹자더군요.
코로나 핑계대며 아쉽지만 이렇게 보내잔 말에 저 역시 그래.. 어쩔 수 없지 생각하며 수긍했어요
장소가 중요하냐, 오랜만에 얼굴보고 시간 보내는게 행복이지 애써 그렇게 생각해보려 했던 것 같네요
헤어질즈음 남친이 그러더라구요 주말에는 친구들과 여행을 갈 것 같다고 방금 전까지 코로나를 핑계로 모텔에만 있자던 남친의 모순적인 말에 애써 입꼬리를 억지로 올리며 물었어요
여행? 갑자기 여행 간단 말 없었잖아
일 시작하면 바빠질텐데 그 전에 짬내서 여행이라도 가야지않겠냐며 남친은 잘도 허허 거리며 웃다가
굳은 제 얼굴을 보고 나서야 또 빈말을 지껄이더라구요
"자기도 나랑 조만간 여행가자!" 며..
5년을 사귀는동안 저와 여행을 가본 기억이 손에 꼽을 정도이던 남자친구는 정말로 친구들과 여행을 갔어요
이쯤되니 평소 쿨하게 잘다녀오라던 말도 안나오고 그냥 하루종일 섭섭하고 서운하고..
처음으로 진지하게 이별을 생각한 오늘입니다
전화 목소리가 안좋으면 그런겅 또 기똥차게 알아차리는
눈치빠른 사람이라 또 다시 제게
"너랑 오면 좋았을텐데. 다음엔 ㅇㅇ이 나랑 여기 같이 오는거다?"라고 부질없는 말로 기대만 줘요
이제 기대할 마음도 안남았지만.
그냥 대답않고 힘없이 웃다 바쁜 척 전화를 끊고나니 그제서야 눈물도 나고 괜히 서럽네요
한때에는 이런 사람이 좋다고 나한테 다정하다고 멋대로 결혼까지 생각했어요
이제 그만 이 연애를 끝내야겠죠
혼자 기대하고 기다리기만 하는 연애가 지치네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