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미혼이라 지인이나 친구들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신기하고 마냥 좋았어요.
친조카는 아니어도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어요.
그래서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귀여운 키즈용품 같은 걸 보면 조카들이 생각나서 한번씩 선물해 주곤 했어요.
유아용품, 유치원생 옷이나 가방 여러가지 장난감류.. 등등
그런데 친구한테 "마음은 고마운데 싸구려 선물은 솔직히 짐만 되고 받아도 기분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들었어요.
이 친구의 큰 애가 6살 여아고 둘째는 4살 남아인데 유아용품은 둘 다 나름 신경써서 좋은 걸로 선물했었어요.
그 외에는 딱히 브랜드를 신경쓰면서 산 건 아니지만 싸구려만 선물한 적도 없습니다.
운동복, 신발, 레깅스 이런 건 주로 아디다*나이* 같은 스포츠 브랜드로 사줬구요.
옷이나 잡화는 가끔 직구로 제 거 사면서 같이 사거나, 주로 아울렛이나 백화점 갔다가 샀습니다.
엘사원피스나 유행타는 아이템은 인터넷에서 주문했지만 그건 다들 그렇게 사는 거라 싸구려라고 생각해 본 적 없구요..ㅠㅠ
백만원대는 없었지만 키즈용 명품도 몇 번 사준 적 있고, 만원대든 십만원대든 나름 신경써서 고르고 선물한 건데..
분명히 받을 때마다 좋아했고 아이가 입고 다니는 것도 많이 봤거든요.
싸구려가 뭘 의미하는 건지 순간 너무 황당하고 멍해서 그냥
"알겠어. 앞으로 선물 안할게"하니까
"그말이 아니잖아. 나도 나름 고민하고 말한건데 왜 사람 이상하게 만들어?"라면서 화를 내더군요.
미혼인 몇 명 빼고 따로 만든 단톡방에서도 다들 공감했다면서 자기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고 아이 낳으면 너도 알 거라고 뭐라뭐라하는데..
그냥 배신감? 억울함? 분노? 슬픔? 속이 복잡해서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그대로 나와 버렸어요..
요즘 많아봤자 한둘 밖에 안 낳으니까 귀하게 키우는 건 잘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모든 걸 다 명품으로 바르면서 키우는 건 아니잖아요?
제가 선물한 거 외에도 조카한테 명품입힌 모습을 몇 번 봤지만..
너무 금방 자라서 아깝다, 누구 주긴 싫고 팔면 똥값이라 보관중이다 이런 말도 자주 했거든요.
평소에도 애를 안 낳아봐서 모른다는 말을 자주 하는 친구라 이번에도 같은 맥락인데...
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따로 유부녀끼리 단톡을 하고 있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는데..
뭐라했는지 애엄마인 친구들한테 전화랑 카톡 계속 오는데 확인 안 하고 있어요.
그동안 쏟은 정성이 다 부질없게 느껴지고 스스로가 바보같아서 자책하게 되네요.
제가 미혼이고 애가 없어서 아이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요?
싸구려 선물의 기준이 뭘까요?
저는 정말 모르겠네요.
+추가)
일단 제 글을 읽고 공감과 조언을 보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ㅠㅠ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에 잠도 안 와서 익명에 빌어서 털어놓은 글이 이렇게 관심을 받게 될 줄 몰랐습니다.
당사자랑 해결된 게 없어서 후기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일단 상황이 바뀌어서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다들 동창으로 겹치게 아는 사이라서 누구한테 말하기가 조심스러웠거든요.
더군다나 다른 친구들도 동조하는 분위기라니까 더 실망스럽고 겁이 났던 것 같아요ㅠ
판 덕분에 오늘 하루종일 통화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혹시 인터넷에 올라온 게 네 얘기 맞냐고 친구들한테 연락이 와서 제가 몰랐던 이야기도 듣게 되었어요.
혹시 티날까봐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고 적은 건데도 어떻게 알았는지 소문이 나서...
저격할 의도가 아니었는데 그렇게 되었네요.
음... 이 친구가 가장 먼저 아이를 낳아서 어떻게 보면 혜택도 가장 많이 받았거든요.
다른 조카들이 태어나기 전까지 3년 정도 선물을 독식하다가 그게 줄어들어서 아마 불만이 쌓인 것 같다고 하네요.
자세히 적지는 않았지만 일년에 두 번은 구* 버버* 몽클** 패딩,신발,목도리,가방 등의 키즈 명품을 선물했었는데..
아무래도 조카들이 많아지니까 저도 부담이 커져서 작년에는 명품을 안 샀거든요..
그래도 신경쓴다고 썼는데 자기 자식은 이제 뒷전인 것 같다며 서운해했다네요.
그리고 모두가 동조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었어요ㅠㅠ
친구들은 제가 최근 몇 년 동안 선물을 하나도 안 줘서 서운해하는 줄 알았다고ㅠㅠ
다른 친구들이 뭐 받았다고 이야기해도 이 친구는 제가 줬다는 말을 안 했다네요.
저도 사주면서 자랑하는 성격은 아니라..
이 친구만 아무것도 못 받은 줄 알아서 다들 눈치가 보여 위로한 것뿐이지 절대로 그런 의미로 말한 적은 없다고 합니다.
따로 단톡방 만든 건 미혼들 관심사가 아닌데 맨날 아이들 이야기만 하니까 신경쓰여서 어쩌다보니 만들게 되었다고..
오해해서 미안하다는 사과도 받았어요..ㅎㅎ
당사자는 이후로 연락이 없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도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어제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 후련하지는 않아서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네요.
일이 커져서 글을 지워야하나 고민했는데 아직 댓글을 다 못 읽기도 했고, 이미 소문이 나서 일단은 그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제가 일일이 답변은 못 드리지만 댓글은 하나하나 다 읽어볼게요!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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