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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썰] 사촌동생에게 플스 달라고 하는 큰어머니 대참사

by 이야기NOW 2021.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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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인상 깊은 명절이 될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다들 즐거운 명절 보내고 계시는지요?

 

올해는 예년보다 차가 덜 막힌다는 소식이 들리는군요.

그래도 고향이 멀어서 장거리 운전하시는 분들은 힘든 하루가 될 것 같네요.

 

이렇게 명절 오래 보지 못한 친지들을 만나서 즐겁고 화목한 시간은 보내야 하는게 맞는데...

저희 집안의 올해 명절에 '화목'이란 단어는 물 건너 간 것 같습니다.

 

가끔 PGR글을 보면서 이맘때쯤 가족이 모일 떄 나이 어린 친척 동생이나 조카들에게 아끼시는 물건(?)을 스틸 당하거나 테러 당해 맘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게도 오늘 그런 일이 일어났는데요.

(저 같은 경우는 요즘 푹 빠져있는 플스4와 32인치 모니터에 해당되는군요)

결과는 플스로 시작해서 어르신들 병원행까지 아주 스케일이 큰(?) 명절이 되었습니다.

 

제 큰아버지 댁에 늦둥이 사촌 남동생 녀석이 있습니다.

올해로 중3으로 올라가고요.

애가 늦둥이라서 그런지 위에 두 형님 누나보다 아무래도 더 귀여움받고 자란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아주 버릇없어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1년에 몇번 보는 것도 아닌데 그냥 그러려니 하자' 라고 넘겨 왔었습니다만,..

 

오늘 제 멘탈을 아주 안드로메다로 승천시켜 주더군요.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작년까지 큰아버지 댁에서 제사를 지내다가 그동안 고생하신 큰어머니를 위해서 올해부터 저희 집에서 제사를 지내기로 했습니다.

큰 아버지 식구가 도착하고 서로서로 반갑게 인사 나누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이 녀석은 어른들에게 인사도 안 하고 제 방으로 달려들어 가서 이것저것 살피다가 모니터 앞에 놓인 '플스4'를 보고 그대로 전원을 누르더니 꼼짝도 안 하고 3시간 가량 게임을 하더군요.

간간히 큰어머니께 '물 가져다줘' '귤 가져다줘' 라고 성질 부리는게 (큰어머니께서 환갑이 다되셨습니다....)

이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했고 제 동생 녀석은 '버릇을 고쳐줘야 된다고' 말하면서 달려가는 걸 제가 '1년에 한번 본다 얼굴 붉히는 일 만들지 말자' 라고 말렸습니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친척끼리 즐겁게 담소를 나누는데 이 녀석이 방에서 나오더리 큰어머니께 달려가 뭐라고 큰 소리로 말하더군요.

 

잠시 후에 큰어머니께서 곤란한 얼굴로 제게 오시더니

"ㅇㅇ아 미안한데 니가 가지고 있는... 그 게임지 우리 XX 주면 안되겠니?" 라고 곤란하게 말씀하시더군요.

 

 

제가 당황해서

"네? 게임기를요?"

 

"XX이가 꼭 가지고 싶어하고 정말 미안한데 니가 직장인이고 형이니깐 XX이한테 양보 좀 해줬으면 해"

 

그 말씀을 듣고 정말 너무 곤란하더군요.

어른들께서는 아무 말씀 안 하시고 사촌 동생 녀석은 '플스 내놔!!' 라는 눈빛으로 쏘아보고 있고

큰어머니께서는 본인도 제게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하고 계신다고 생각하셔서 미안해하시면서 몸둘 바를 모르시는 것 같고...

 

일단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서 사촌 동생 녀석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타일렀죠.

 

"형이 가지고 있는 게임기가 고가의 물건이라서 형이 선뜻 주기가 힘들어. 그리고 형이 생각했을 때 XX이는 지금 게임을 하기보다는 좋은 고등학교를 가기 위해서 공부에 매진해야 될 시기인 것 같아." 라는 내용으로 타일렀습니다.

 

그랬더니 이 녀석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은 상황이 화가 나는지

 

"형 게임기 아까워? 형 직장인이잖아. 직장인이 게임기 하나에 벌벌 떨어? 중소기업 가면 다 그렇게 돼?"

 

큰아버지께서 소리 지르면서 '너 이자식 형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라고 말했지만, 이 녀석은 자기가 원하는게 맘대로 안되자 할 말 안할 말을 막 쏟아내더군요.

 

"아빠 조용히 해봐. 아니 나이가 서른이 넘었으면서 겜기 가지고 노는 것도 쪽팔리는데 회사도 중소기업이야. 속은 좁아터져서 겜기 하나도 동생한테 양보 못해 사람이 쥐뿔도 없으면 착하기라도 해야 할 거 아니야. 형같은 인간을 보면 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니깐"

 

여기까지 듣고 제 이성이 날아갔습니다.

근데 저보다 제 동생 주먹이 먼저 날아가더군요.

 

큰어머니께선 울면서 제 동생을 말리고 큰아버지랑 할머니는 더 두들겨 패버리라고 소리 지르시고 아버지는 동생 말리시고 난리도 아니였습니다.....

 

할머니께서는 혈압이 높으시고 큰아버지는 허리가 안좋으십니다.

두분 다 흥분하시면서 소리까지 지르시니 갑자기 몸이 안좋아져서 지금은 응급실에 계십니다.

 

사촌 동생은 제 동생한테 신나게 얻어맞고 울면서 집으로 갔습니다.

가면서 성질난다고 제 플스를 32인치 모니터에 던지고 갔더군요(아...............)

 

 

일단 제 선에서 해결이 안될 문제라 사촌 형님과 누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사촌 누나는 시댁에 갔다가 오늘 새벽에 들어오시기로 했고 사촌 형님은 이를 갈면서 퇴근하자마자 오신다고 하더군요.

 

참 인상 깊은 명절이 될 것 같습니다.

 

 

 


[후기]

 

안녕하세요.

그저께 '참 인상깊은 명절이 될 것 같습니다' 란 글을 올린 '신의 한수'입니다.

우선 즐거운 명절에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고 감정대로 올린 글 때문에 속이 불편하셨던 분들께 사죄에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솔직히 후기를 쓰는 것과 글을 삭제하는 것을 많이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익명이지만 저로 인해 저희 친척 집안의 치부가 밖으로 알려지는 것 때문에 많이 심란했었고 PGR의 글쓰기 버튼의 무거움을 생각하지 않은 채 그저 '울컥'하는 기분을 주체 못해 여러분들을 불편하게 하는 글을 작성한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분들께서 제 입장에서 공감해주시고 따뜻한 말씀도 많이 해주셔서 이렇게 짧은 후기라도 남겨야 예의라는 생각에 현재 상황을 설명드리게 되었습니다.

 

 

우선 다행이도 할머니와 큰아버지의 건강 상태는 정상으로 돌아오셨습니다.

덕분에 어제 제사도 무사히 끝낼 수 있었구요.

 

두번째로 부서진 모니터와 플스와 관련된 비용은 사촌 형님이 배상해 주신다고 하셨지만 어릴적부터 친형제처럼 지내온 사촌 형님과의 정때문에 제가 거절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촌동생 녀석에 대해서 사촌 형님과 누나랑 술을 마시면서 얘기를 좀 나눠봤습니다.

얘기도중에 사촌 동생 관련된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좋은 얘기가 아니라 여기서 언급하는 건 좀 힘들 것 같습니다.

 

단지 큰어머니께서 노산에 보신 아이라 그런지 어렸을 때부터 몸이 좀 약했고 그래서 그런지 더 애지중지 길러오신 것 같고, 그리고 중요한 시기에 큰집 사정때문에 가족이랑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여기까지인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감정에 치우쳐 쓴 글때문에 여러분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제 입장때문에 이런 식으로 후기를 올려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글에도 제 입장에서 공감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남은 연휴기간 즐겁게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 부서진 모니터는 패널까지 나가버린 상태라 수리가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LG전자 서비스 센터가 휴무라....)

 

*플스는 현재 외관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모서리부분이 금이 가긴 했습니다) 안에서 뭔가 잘그락 소리도 나고 전원가지는 들어오는데 검은색 화면만 계속 나오네요. 다행히 아직 구입한지 1년이 안되서 무상으로 수리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명절에 집에서 배까고 '디오더 1886' 하려고 했던 내 꿈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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